원추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의 야산과 들판, 산골짜기, 산비탈, 그늘지고 축축한 풀밭, 숲속, 오래된 무덤, 풀밭이나 강둑에서 자란다. 8월경에 바깥쪽의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자라 나온다. 백합과 원추리속은 전세계에 약 20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원추리, 골잎원추리, 각시원추리, 큰원추리(겹원추리), 왕원추리, 홍도원추리, 홑왕원추리, 애기원추리, 노랑원추리(저녁원추리) 등이 자라고 있다.
길 옆에 원추리가 분홍빛 큰 꽃을 피웠다. 산에 있는 원추리는 대개 노란 꽃이 피지만 더러 큼직한 분홍빛 꽃이 피는 것도 있다. 훤칠하게 크고 시원스럽게 생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의 시름을 잊을 만하다.
원추리는 ‘근심풀이풀’, 곧 근심을 잊게 하는 풀로 널리 알려진 약초이다. 한자로는 훤초(萱草), 망우초(忘憂草), 금침채(金針菜), 의남초(宜男草), 황화채(黃花菜) 등으로 쓰며 어린 싹을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거나 큼직한 꽃을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마음이 황홀해져서 근심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근심 많은 사람들이여 이곳에 와서 원추리꽃을 보고 온갖 시름을 잊을지어다.
원추리를 우리말로는 근심풀이풀 또는 넘나물이라고 하며 이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싹을 나물로 무쳐 먹는데, 약간 달면서도 부드러우며 담백한 맛이 난다. 활짝 꽃을 따서 차로 달여서 마시면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이다. 이른 봄철에 더러 재래시장에 할머니들이 원추리 나물을 채취해서 노상에서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추리나물은 봄나물을 대표하는 산나물의 하나이지만 요즈음에는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것 같다. 옛날, 한 형제가 한꺼번에 부모를 모두 여의었다.
형제는 슬픔에 잠겨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형은 슬픔을 잊기 위해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었다. 그러나 동생은 부모님을 잊지 않으려고 무덤가에 난초를 심었다. 그 뒤로 세월이 흘러 형은 슬픔을 잊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동생은 슬픔이 더욱 깊어져서 병이 되었다. 그런 어느날 동생의 꿈에 부모님이 나타나 말했다.
“사람은 슬픔을 잊을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너도 우리 무덤에 원추리를 심고 우리를 잊어 다오.” 이 말씀에 따라 동생도 부모님 무덤가에 원추리를 심고 슬픔을 잊었다고 한다. 이구화라는 사람이 쓴 「연수서(延壽書)」라는 책을 보면 “원추리의 어린 싹을 나물로 먹으면 홀연히 술에 취한 것 같이 마음이 황홀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풀을 망우초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원추리는 백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80~90cm쯤 자란다. 뿌리부분에서 가늘고 긴 잎이 돋아나는데, 잎은 끝쪽으로 갈수록 가늘어져서 끝은 뾰족하다. 여름철에 잎 사이에서 긴 꽃줄기가 올라와서 백합을 닮은 노랗고 큼직한 꽃이 핀다. 꽃줄기 끝에서 날마다 예닐곱 송이의 꽃이 새로 피고, 이 꽃에는 꿀이 많아서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높은 산의 풀밭에는 더러 수많은 개체가 군락을 지어 자라기도 한다. 더러 붉은색 꽃이 피는 것도 있고 보랏빛이 섞인 붉은 색의 꽃이 피는 것 등이 있으며, 꽃이 유달리 큰 것도 있으며 꽃이 겹으로 피는 것도 있다. 가짓수가 꽤 많아서 왕원추리, 큰원추리, 애기원추리, 각시원추리, 골잎원추리 등이 있으나 어느 것이나 다 같이 쓸 수 있다. 원추리는 약초라기보다는 요즈음에는 원예식물로 많이 가꾸는 편이다.
원추리 뿌리에는 맥문동을 닮은 길쭉하고 둥근 괴경이 여러 개씩 달리는데, 먹을 수 있어서 옛날에는 중요한 구황식물의 하나였다.
원추리 뿌리를 멧돼지가 즐겨 파서 먹는다. 녹말을 비롯하여 단백질 같은 영양이 많고 맛이 괜찮아서 선조들은 허약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자양강장제로 흔히 먹었다. 녹말을 추출하여 쌀이나 보리 같은 곡식과 섞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원추리 꽃술을 따 버리고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밥을 지을 때 얹어서 먹기도 한다. 원추리 꽃을 밥을 지을 때 넣으면 밥이 노랗게 물이 들고 꽃향기가 배어서 특이한 향기가 나는 밥이 된다. 중국에서는 활짝 핀 꽃을 따서 펄펄 끓는 물에 데쳐서 말린 다음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원추리 꽃에서 향료를 추출하여 화장품이나 향수를 만들기도 한다.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애며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흉격(胸膈)이라고 하여 사악한 기운이 영혼에 침입하여 생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좋은 약이라고 하였다.
원추리나물은 변비를 없애는데에도 훌륭한 효과가 있다. 장기능이 나빠 변상태가 고르지 않거나 여행을 할 때나 긴장했을 때 생기는 긴장성 변비에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곧 변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원추리 어린 순을 따서 지푸라기로 무시래기 엮듯이 엮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말려두었다가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국을 끓여 먹는 풍습이 있었다. 정월 보름날에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한 해 내내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원추리는 폐의 열을 내리고 진액을 늘리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폐결핵, 빈혈, 황달, 소변이 잘 안 나오는데, 변비, 위염, 장염, 인후염, 각혈, 자궁출혈 등에 쓸 수 있고, 해독작용이 있어서 독초를 먹고 중독된 것을 풀어준다. 중국 송나라 때의 의학자 소송(蘇頌)은 「도경본초(圖經本草)」에서 원추리가 사슴이 먹는 아홉가지 해독약초 가운데 하나라고 하여 사슴이 먹는 파, 곧 녹총( )이라고 하였다.
원추리는 습기를 몰아내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열을 내리고 콩팥과 방광의 돌을 녹아 나오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뚫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우울증을 낫게 한다. 그러나 약성이 온화하여 즉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천천히 나타난다.
원추리 잎은 뿌리와 거의 같은 효과가 있으며 독이 없다. 가슴이 답답하여 미칠 것 같은 증상을 없애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변비를 없애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소변이 붉고 탁하게 나오는 것과 황달, 부종을 낫게 한다. 신선한 것 20~40g을 물로 달여서 먹는다. 마른 것은 5~10g에 물 1.8ℓ를 붓고 절반이 되게 약한 불로 달여서 차 마시듯 마신다. 원추리 뿌리와 잎은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과 화병,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데 좋은 효과가 있는 약초이다.
그러나 원추리 뿌리에는 독이 약간 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많이 먹으면 콩팥에 심각한 탈이 생길 수 있다. 말린 것을 기준으로 하루에 40g 이상을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옛 의학책에는 원추리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60℃ 이상으로 열을 가하면 독성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현저하게 줄어들므로 날로 먹지 말고 달여서 먹으면 안전하다. 부득이하게 날로 써야 할 때에는 황련즙이나 황백을 우려낸 즙에 하룻저녁 동안 담가두었다가 쓰면 독성이 줄어든다."
원추리의 어린싹을 훤초눈묘(萱草嫩苗: 일화자제가본초)라고 부른다. 원추리 새싹의 맛은 달며, 성질은 서늘하고 독이 없다. 비, 심, 폐경에 작용한다. 습열을 제거하고 흉부를 소통시키며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흉격의 번열, 황달, 소변적탁을 치료한다. 타박상에 의한 어혈 동통에는 생것을 짓찧어 바른다. 신선한 것 20~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원추리의 꽃봉오리를 금침채(金針菜)라고 한다.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고 독이 없다. 이습열, 관흉격하는 효능이 있다. 소변이 붉고 찔끔찔금 나오는 병증, 불면증, 주달,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상,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의지를 굳게 하며 눈을 밝게하는데, 황달,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 여성의 월경이 나오지 않아 신체가 쇠약해지고 피부가 까칠까칠해지며 안색이 검어지는 악성 빈혈, 우울증, 소화촉진, 치통,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상, 치질로 인한 변혈을 치료한다. 하루 20~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복용한다.
원추리 꽃봉오리를 소금에 절여서 먹으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꽃봉오리에는 비타민A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그외에도 비타민 B, C 및 단백질, 지방이 함유되어 있다.
원추리는 약리작용에서 주혈흡충병치료, 항결핵작용이 밝혀졌다.
주의사항으로 독성실험에서 <중약대사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원추리 뿌리는 숙주에 대하여 강렬한 독성을 가지며 마우스에게 일으키는 병리 변화는 주로 뇌, 척수의 백질부 및 시신경 섬유색(纖維索)의 전반적 연화(軟化)와 수초의 탈락으로 표현되며 척수 회백질의 병변은 일반적으로 약간 가볍다. 이외에 간, 신장 세포에는 각기 다른 정도의 혼탁 부종이 나타나고 폐에는 울혈 및 반점 모양의 출혈이 나타났다. 토끼, 개에게 있어서의 중독 증상은 동공 산대, 빛에 대한 반사의 소실, 실명, 뒷다리의 마비 및 방광 뇨저류 등으로 사망을 초래한다. 토끼는 원추리 뿌리로 중독되면 요단백이 나오나 빌리루빈은 없고 혈청 중의 transaminase도 정상이다. 이는 장해를 받는 것은 주로 신장이며 간장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요당 및 glucose의 견디는 양의 감소가 나타나는 것으로부터 당 대사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추리의 독성은 주로 뿌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산지의 다름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고 60℃ 이상으로 가열하면 독성은 소멸되며 완전히 파괴될 때도 있다. 원추리의 뿌리는 체내에서의 축적 작용이 크고 주혈흡충에 감염된 동물은 감염되지 않은 것보다 원추리뿌리에 대한 내성이 낮다. 쌀뜨물에 침적하여도 약물의 독성은 감소되지 않으며 황련, 황백은 그 독성을 부분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원추리 뿌리의 금기에 대해서 <소의 중초약수책>에서는 "건조해진 원추리 뿌리의 용량은 일반적으로 40그램을 초과하면 안 된다. 양이 초과하면 시력을 상하게 할 우려가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북한에서 펴낸 <생활과 건강장수> 제 5권 140~142면에서는 <먹지 말아야 할 독성 채소들 9가지>에 대해서 말하는데, 그 중 원추리나물에 대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갓 뜯은 원추리나물
원추리나물에는 콜키신이라는 생물염기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먹으면 몸안에 유독성 물질이 생기게 된다. 만약 몸안에 3~20밀리그램의 콜키신이 흡수되면 대변과 오줌에 피가 섞여 나가게 되며 심지어 중독되어 죽을 수 있다.
그러므로 원추리나물은 말려서 먹어야 한다. 그것은 원추리나물을 가공하여 말렸을 때 찌거나 물에 데치므로 독성이 물에 용해되어 없어 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원추리나물의 독성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섭씨 60도 이상되는 뜨거운 물에 데쳐서 잘 우러내거나 찌거나 말려서 먹음으로써 독성이 있는 산야초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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