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이란 대상에 대한 왜곡된 지각으로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 역시 그릇된 생각과 원칙에 따라서 접근해 간다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커다란 손실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는 5가지 인사 원칙들을 알아 본다.
자동차 왕으로 유명한 Henry Ford는 “나의 공장을 가져 가고, 차를 부숴도 좋다. 다만 나에게서 Ford 사람들만은 빼앗아 가지 말라. 그러면, 이 사람들과 함께 다시 지금의 Ford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 2위를 다투는 Southwest Airlines의 CEO Herb Kelleher도 “우리의 경쟁사가 우리의 비행기를 모방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티켓 카운터와 모든 다른 하드웨어를 모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Southwest의 사람들을 모방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모두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들이다.
‘What’보다 ‘Who’가 중요한 시대
변화와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 하에서 얼마나 훌륭한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가 보다, 동일한 비전과 전략이라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가가 기업 성공의 관건이 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전략을 수립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탄탄하게 구현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What’보다 ‘Who’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아마도 더 이상 인재의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은 이제 인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우수 인재의 확보/유지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인재들이 열정적인 의욕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마술과 같은 프로그램이나 제도는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인사 제도나 정책들을 도입, 실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사의 인재 확보/유지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착각이란 대상에 대한 왜곡된 지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인간 관계에서의 착각은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다시 갈등을 낳아, 결국 고통을 유발시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 역시 그릇된 생각과 원칙에 따라서 접근해 간다면,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커다란 손실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자칫하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는 5가지 인사 원칙들을 알아 본다.
착각할 수 있는 5가지 인사 원칙
● 명문대 출신이 Right People이다
기업들이 치열한 인재 확보 경쟁에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것은 우수 인재의 조건을 최고 학력으로만 고집하는데 있다. 물론 우수한 지적 능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기본 조건이다. 선진 기업들 역시 인재 선발 과정에서 어떤 교육적 배경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학력이나 유용한 기술, 전문적인 지식 등은 기본적인 필수 조건일 뿐, 그들은 행동, 태도, 가치관에 더 중점을 둔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재라 할 지라도 자기 회사의 기업 문화나 경영 철학에 어울리지 않거나, 이를 한층 발전시킬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기꺼이 포기한다. 여기에는 ‘일에 필요한 모든 스킬은 교육시킬 수 있지만 태도는 쉽게 바꾸기 어렵다’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계 최고의 네크워크 솔루션 업체인 Cisco Systems는 네크워크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혁신 문화에 적합한 인재 유치를 강조하고 있다. 동사는 입사 희망자에 대한 심사시 직무 스킬이나 지적 능력과 같은 기술적 역량을 20% 정도만 반영하는 반면, 대인 관계, 팀웍 등 태도/행동과 관련된 정서적 역량 비중을 80% 반영하고 있다.
조직에 필요한 진정한 인재는 반드시 학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만 볼 수 없다. 명문대 출신의 똑똑한 인재만을 우수 인재의 조건으로 정의한다면, 실제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창의와 혁신이 경쟁력의 핵심인 기업에서는 똑똑하고 성실한 인재보다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는 ‘튀는 인재’가 핵심 인재일 수 있다. Stanford 대학의 교수인 Robert Sutton은 조직 내 혁신이 일상화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행동과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대하기 불편한 사람’,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 등을 고용해야 새로운 방식의 실험, 다양성 확장, 과거와의 단절 등이 가능하게 되어 창의력이 숨쉬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우리에게 중요한 인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 잘 뽑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Good to Great’의 저자인 Collins에 따르면,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경영자들이 맨 처음 한 일은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Collins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면 ‘똑똑한 인재는 알아서 잘 한다’는 식의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즉, 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 태운다면, 그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부분 사라진다는 안이한 태도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적합한 인재를 확보했다고 해서 그들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여 최선의 성과를 일구어 내는 것은 아니다.
물론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 그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재 확보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능력을 키워주고, 동기부여 시키는 데 있다. 유지 관리 및 동기부여 전문가인 Don Grimme에 따르면, 초우량 기업들은 우수 인재의 확보에도 관심을 갖지만, 그보다는 우수 인재의 동기 부여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가 제시한 우수 인재를 유지하기 위한 10 가지 Tip은 우수 인재를 동기부여하고 유지하는데 얼마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그 동안 인사 관행을 보면, 이제까지 주로 신규 인력의 확보에만 많은 관심을 쏟았지 확보한 인력을 회사에 필요한 인재로 동기 부여하는 데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재들이 스스로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조직 여건이 갖추어 지지 않으면 그들이 가진 역량은 발휘되지 않는다. 일례로 회사 미래의 한 부분으로 인정 받지 못하거나, 실력과 애정을 가진 리더가 없는 조직에서 그들이 신바람 날 리가 없다. “인재 전쟁(War for Talent)은 우수 인재를 얼마나 잘 선발하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우수 인재를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라고 한 Deutsche Bank의 인사 담당 임원 이야기는 우리 기업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 급여가 높으면 인재가 떠나지 않는다
중국의 전설적인 거상인(巨商人) 호설암(胡雪巖)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능력 있는 사람을 찾으면서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 나의 비결은 돈으로 인재를 사는 것이다. 사물을 대하는 눈이 날카롭고 사람됨이 믿을 만하면 임금은 아무리 많이 줘도 아깝지 않다. 그러나, 정말로 걸출한 인재를 얻으려면 돈을 많이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情과 義로 사람들을 감동시켜야 진정한 인재를 만들 수 있다.”
적절한 금전적 보상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건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할 사람은 아마도 극히 드물 것이다. 하지만, 호설암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금전적 보상만으로 인간을 동기 부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다고 해서 일에 대한 만족이 증대되고 스스로 몰입해서 신바람 나게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좋은 인재가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떠나는 본질적인 이유를 현재의 금전적 보상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쟁 기업들간의 임금은 상호 비교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그 차이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만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더욱 강하게 일에서 의미나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 미국의 한 연구 팀에서 300개의 회사, 5십만 여명을 대상으로 직장에 계속 근무하고 싶은 이유를 설문 조사한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자아 성장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등이 동기 부여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난 반면, 금전적 보상은 10번째로 중요한 요인이었다. 결국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인정 받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 여건이 갖추어져 있으면,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지 않고 스스로 몰입해서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
요즘 직장 내에서 상사와 부하간에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는 갈등 중의 하나는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과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직장에 온갖 열정을 쏟았던 상사들 중에는 “우리 때는 밤을 새가면서도 일이 최우선이었는데 요즘 젊은 애들은 정신력이 부족해”라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새로운 세대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수 인재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동기부여하기 위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에 관한 이슈이다. 이제 더 이상 구성원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일에서의 성공만을 쫓지 않는다. 특히 새로운 세대들은 기성 세대에 비해 일을 하는 시간과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시간간의 조화를 더욱 중요시 여긴다.
앞서 나가는 선진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일과 생활의 균형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있다. DOC Consulting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과 생활의 균형 프로그램 실시 이유를 묻는 질문에 1, 2위가 각각 인재 유지(73%), 인재 확보(71%)로 나타났다. 이들은 과거 전통적인 노무관리 차원이 아닌 인재 확보/유지라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의 질을 최우선으로 삼는 새로운 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기업이 요구하는 재능 있는 인재를 확보/유지하기 위해서도 일과 삶에 대한 균형 있는 배려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관리자들이 고민해야 할 일은 구성원들을 얼마나 오랜 동안 일하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보다 생산적으로(Productive) 그리고 현명하게(Smart) 일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이직률이 높아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
평생 직장에서 평생 직업으로 고용 트랜드가 바뀜에 따라 이제 이직은 상시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재의 영입도 용이하게 하지만, 동시에 재능 있는 인재의 이탈도 그만큼 쉬워지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같은 우수 인력 유출 현상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미봉책만을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산업은 전반적으로 이직률이 높으니까’, ‘연구 개발과 영업 인력은 본질적으로 자주 움직이는 사람들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나 경영자들을 만나보기는 어렵지 않다.
물론 이직률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성과 부진자나 부적응자가 이직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이직률을 유지하는 것은 운영상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인재의 유출이 회사의 경쟁력에 심각한 정도의 타격을 입히기 전까지는 이직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또 다시 좋은 사람을 뽑으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직률이 지나치게 높거나 우수 인재가 계속 떠나가고 있는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나 상황의 한계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지 못한 채 계속 새로운 인력만을 뽑고 또 뽑는 악순환을 계속한다면, 눈에 보이는 쉬운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최적의 대안은 될 수 없다.
현명한 회사들을 보면 처음부터 자신들이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종업원을 뽑으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예컨대, 종업원 3만 6천 명으로 미국 최대의 파출부 용역 업체인 ServiceMaster는 사업의 특성상 정직,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람을 선발해야 했다. 또한 사람들이 파출부 일을 오래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이직률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커다란 문제였다. 동사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전문 업체와 공동으로 적합한 행동/태도를 갖춘 인재를 선별해 내는 S/W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180%였던 이직률이 14%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사고재해율도 44%나 감소되었다.
‘일하고 싶은 조직’ 기반 구축이 중요
이제 우수 인재의 확보와 유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 어려운 일을 두려워 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 기술적 능력과 감성 지능을 동시에 갖춘 사람, 강한 승부 근성을 가진 사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소화하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결국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들은 엄청난 몰입과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 여건을 조성하지 않은 채 이런 사람만을 원한다면, 또 다른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 오고 스스로 몰입해서 일할 수 있도록, ‘일하고 싶은 조직’(Great Place to Work) 기반을 구축하는 것에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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