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비워가며 닦는마음

울산 금수강산 2019. 8. 23. 08:00

비워가며 닦는마음
모름지기 살아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닦는 마음이다.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 하는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이다. 
언제면 내 가슴 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구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울까.   
늘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자국엔 물끼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 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져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지고 달래주질 못하니   
한입 베어 먹었을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우,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이 너무도 그립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꾹이 목청처럼
피 맺히게 토해내는 내 언어들은
죽은 에미의 젖꽂지를 물고 빨아내는
철없는 어린 것의 울음을 닮았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곧 나다.   
육체 속에
영혼 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다.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변함없는 나다.   
심금을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외침, 외침들 그것도 역시 나다.   
나를 채찍질 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중한 것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0) 2019.08.23
마음으로 지은 집  (0) 2019.08.23
인생길 가다보면  (0) 2019.08.23
길이 전부가 아닙니다  (0) 2019.08.23
우리가 함께하는 것들  (0) 201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