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작은 돌섬이다. 크기도 5만5000여 평에 불과하고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 중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독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거니와 환경생태적으로나 자원 측면에서, 그리고 국방.외교 등 국토관리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일찌감치 1982년 11월 16일 제336호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당시 표면적 지정 사유는 해조류 번식지로서 보호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관리도 해경이 담당했다. 그러다 99년 6월 독도관리지침을 제정하면서 문화재청으로 관리권이 넘어갔고 그해 12월 독도천연보호구역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새종류로는 이곳을 번식지로 삼고 있는 괭이갈매기.슴새.바다제비 말고도 천연기념물 제215호 흑비둘기와 천연기념물 제323호 매를 비롯, 환경부 지정 보호종인 솔개.물수리.쇠가마우지 등 129종이다. 또 호리꽃등에.꼬마꽃등에.긴꼬리꽃벼룩.넉점물결애기자나방 등 58종의 각종 곤충이 살고 있다.
이 같은 육상 생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산자원적 가치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북한 한류와 남쪽에서 북상하는 쓰시마 난류가 교차해 모두 86종의 플랑크톤이 살고 있어 특히 회유성 어족이 풍부하다. 연어.송어.대구를 비롯해 명태.꽁치.오징어.상어가 주종을 이루고 해삼과 전복.문어 등도 많이 잡힌다.
독도는 이와 함께 특이한 지질학적 특성으로 인한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남다르다. 지금부터 460만~250만 년 전인 신생대 3기 플라이오세 기간에 해저 화산활동으로 생긴 까닭(제주도나 울릉도보다 오래됨)에 조면암.안산암.관입암 등으로 구성된 '암석학의 보고'를 이루고 있다. 특히 주상절리와 해식아치 등이 많아 해면화산의 진화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적 지질 유적으로서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다 97년 12월 러시아과학원 소속 무기화학연구소가 독도 주변 해역을 포함한 동해바다 밑에 일종의 고체 천연가스인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돼 있을 것이란 발표를 하는 등 해저자원 발굴의 전진기지로서도 각광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독도 인근 청정해역에서 월동한 '매끈이 고둥'이 산란기를 맞아 해저 바위 틈에 알을 낳고 있다.
동쪽 끝 외로운 독도가 한국 땅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일까. 동도 북쪽사면의 초지(上)와 서도 앞 물개바위 위 해조류(서실)가 한반도 모양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방울새 한 쌍이 민들레에 앉아 꽃술을 먹고 있다. 민들레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독도의 대표적인 야생화로 자리 잡고 있다.
괭이갈매기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괭이갈매기는 매년 같은 암수가 짝을 짓는다(下). 독도에 새 생명이 탄생하고 있다. 부화는 산란 후 25일 정도 걸린다(中) (上). 독도는 홍도와 함께 대표적인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다
★...뿔쇠오리, 붉은머리멧새 등 37종 새로 확인 … 총 129종
독도는 결코 외롭지 않다. 육지에서 200여km 떨어진 섬이지만 매년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독도를 번식지와 중간 휴식지로 이용하는 다양한 새들이 그들이다. 독도는 봄.가을 목숨을 걸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에게 잠시 쉬어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또 번식활동을 위해 찾아오는 바닷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중앙일보.KT 독도 환경탐사대가 확인한 독도의 조류는 총 92종 약 1만500여 개체였다. 이 결과는 1978년부터 현재까지 독도에서 관찰된 것보다 훨씬 많은 기록이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발견된 새는 1962년 채집기록 이후 한 번도 관찰되지 않았던 한국뜸부기를 비롯, 뿔쇠오리.흰날개해오라기.붉은머리멧새.북방쇠찌르레기 등 총 37종이다.
독도에서 서식하는 새 중 가장 많은 괭이갈매기는 8000여 마리(동도 약 1500둥지, 서도 약 2000둥지, 비번식 개체 약 1000여 마리)나 된다. 괭이갈매기는 한번 쌍을 맺으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번식에 실패하지 않는 한 같은 상대와 매년 같은 둥지에서 함께 번식할 정도로 부부애가 남다르다. 새끼들은 7월 말~8월 초 부모와 함께 섬을 떠나 약 한 달간 함께 생활한 후 최종 독립한다. 새끼는 보통 약 3년이 지나야 번식을 할 수 있다. 독도를 떠난 새끼들은 매년 봄이 되면 고향인 독도를 다시 찾는 것이다.
그러나 독도의 자연환경이 새들이 살기에 좋은 곳만은 아니다. 장거리 비행에 지친 조류 중 일부는 최종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독도에서 목숨을 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독도만이 갖는 생태적인 학술가치는 매우 높다. 철새의 이동경로 파악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독도에 대한 조류 연구는 단편적인 것에 불과했다. 생태조사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시적인 조사로는 '코끼리 더듬기 식'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생태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독도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섬이다. 바닷속을 보면 겉모습을 무색하게 하는 또 다른 웅장함과 풍요로움이 있다. 바닷속 역시 물 위로 드러난 모습과 비슷하게 서도가 동도에 비해 웅장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동도 주변의 바닷속은 아기자기한 반면 서도 주변에 있는 작은 섬들은 깎아지른 듯 절벽을 이루어 끝 모를 바닷속으로 이어져 있다.
5월의 독도 바다는 예상대로 해조 천국이었다. 섬 주변으로 반석처럼 펼쳐진 갯바위에는 온갖 해조류가 빼곡하게 들어차 바다의 봄볕을 맞고 있었다. 파래.개미역쇠.국수나물.서실.대황.청각.미역.모자반.비단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훌륭한 봄나물들이다.
수심이 얕고 바위 골짜기가 많은 동도 선착장의 물밑에는 거의 모든 종의 모자반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그 속에는 작은 해조류를 비롯해 어류와 갯민숭달팽이.대벌레 등 다양한 바다 생물이 살고 있다. 모자반의 가지와 밑둥치에는 국수처럼 생긴 부푼말과 미끈가지(갈조류)가 나뭇가지에 얽힌 칡처럼 엉겨 있다. 부푼말과 미끈가지는 일본 난세이 제도에 많이 나오는 바다 나물이다.
독도 바다라고 하면 역시 서도 동북쪽으로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섬들의 물속을 빼놓을 수 없다. 가재바위 수심 30m 아래엔 허리춤까지 자란 감태(갈조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아래에는 서귀포 바다에서 흔히 나오는 여린가위손말.비단잘록이.세깃풀.참깃풀.두갈래분홍치 등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은 홍조류들과 주름뼈대그물말(갈조류)이 흔하게 보인다.
절벽 틈과 골짜기의 그늘진 곳에는 그야말로 홍조류 천국이다. 수심이 얕은 곳엔 괭생이모자반과 대황, 미역이 갯바위 턱까지 이어져 있다. 대황은 독도와 울릉도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봄나물의 한 종류다. 다른 나라에서는 알긴산 원료로 쓰인다. 독도 바닷속엔 수심에 관계없이 빛이 잘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붙는 석회조류가 많다. 이놈들은 돌처럼 딱딱하지만 엄연한 홍조류다.
독도의 바다는 냉온대성.난온대성.아열대성 해조류들이 모두 모인 집합소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건 200여 종이 안 된다. 어족도 풍부하다. 가을철엔 58종이나 되지만 봄철엔 절반가량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개바위 주변 해조류 숲에선 돌돔.다섯동갈망둑.불볼락.방어 등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다.
또 동도와 서도 사이에선 개볼락.벵에돔.볼락 등의 어린 새끼들이 많이 발견돼 이곳이 독도의 '치어 양어장'노릇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몸 등쪽은 짙은 푸른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을 띤 방어 무리
높이 2~8cm, 지름 약 1.5cm인 바다딸기들이 뭉쳐 있는 모습. 바다딸기는 8개의 촉수를 가진 강장동물이다
비단풀과의 세깃풀. 길이가 2㎝정도로 현미경으로 봐야 형태를 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 미발표된 홍조류
한천질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오징어알
수심 20m 밑에서 자생하는 두갈래분홍치. 형광을 띠고 있다.
낙지과에서 가장 큰 문어는 바위구멍에 숨는 습성이 있다. 발은 8개
수중탐사대원이 해삼을 살펴보고 있다. 독도연안에는 고둥.성게.군소 등이 서식하고 있다
붉은 뿔산호류 모습. 감태숲 사이에서 자란다
독도 연안에 서식하는 돌돔
81년 섬괴불나무 한 그루(15년생.1.8m)가 동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보고가 있긴 했다. 그러나 이번에 가보니 한 그루가 아니라 2.5m 정도로 자란 7~8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br>
산기슭에 또 다른 군락이 있었다. 경사면에 있는 나무는 독도의 거센 바람을 피하기 위해 높이 자라지는 못하고 잔뜩 자세를 낮추고 있었다. 때마침 입도 시기가 개화기(5~6월)여서 섬괴불나무 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꽃은 흰색이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누런색으로 바뀐다. 가을엔 붉은색 열매를 맺는데 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br>
또한 울릉도 바닷가 산기슭에서 자라는 십자화과 식물인 섬장대를 만난 것도 이번 조사의 즐거움이었다. 섬장대는 동도와 서도 경사면에서 자라고 있었다. 울릉도보다 발육이 더 좋아 뿌듯했다. 섬장대 또한 5~6월에 흰 꽃을 피운다.br>
2000년 조사 당시 10여 포기에 불과하던 토종 민들레가 동도의 서쪽 사면 넓은 지역에 터를 잡고 있었다. 민들레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br>
이 밖에 땅채송화, 갯까치수영, 술패랭이꽃, 도깨비쇠고비, 별꽃, 천문동, 갯괴불주머니, 큰개미자리, 해국, 왕해국, 갯사상자 등의 식물도 독도의 주인이었다. 서도 물골 사면에 대단위 군락을 이룬 왕호장은 2m까지 자라 있었다. 이 나무의 어린 줄기는 풍랑을 만나 대피한 어민들의 먹거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사람들의 출입으로 개갓냉이 등 귀화종이 유입되었지만 많은 토종 식물이 자신들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제주도, 울릉도 등 도서지방에 서식하는 해국이 독도에 피어있다
갯현호색이라고도 한다. 제주도, 울릉도, 독도의 바닷가 모래땅에 자생한다
울릉도 토종식물. 독도의 비탈진 땅 위에서 흰 꽃을 피웠다.
섬괴불나무 꽃. 일본 식물학자가 울릉도에만 서식하는 한국특산식물로 지정했다
'독도 나무 심기'운동으로 등대 앞에 심었던 해송. 거친 토양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라죽어 섬참새의 놀이터가 됐다
독도에서 가장 큰 군락을 이룬 목본류 식물 사철나무. 동도 분화구 경사면을 뒤덮고 있다.
천문동 새순이 돋아났다. 뿌리는 한약재로 쓰며 5~6월에 황색 꽃이 핀다.
끈질긴 생명력의 토종 민들레가 가파른 절벽 위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어디서 날아왔을까? 작은멋쟁이나비가 섬장대 꽃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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