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일반·생활상식

新 고부갈등, 사위 vs 장모

울산 금수강산 2007. 8. 9. 11:33

“돈도 못 버는데 아이를 낳았다”는 장모의 구박과 간섭에 시달리다 못해 이혼한 A. 하지만 현재 아이를 맡아 기르고 있는 건 장모다. 아이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그는 이혼 후에도 장모와 여전히 부닥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B는 장모의 이혼 강요에 처가와 일체 발길을 끊고 사는 경우다.
신혼 초부터 부부 싸움이 있을 때마다 근처에 사는 장모가 간섭했고, 장모로부터 “이혼하라”며 법원에서 만나자는 말을 들었다.

부부 관계가 회복된 지금도 사위는 “그 당시 싸움을 말려주기는커녕 오히려 이혼을 부추겼던 장모가 용서되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신고부 갈등, 사위와 처가의 관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은 익숙하다 못해 고전적인 주제지만 ‘사위 사랑은 장모’란 말이 있을 정도로 장모와 사위는 조금 어려워도 갈등의 소지가 별반 없는 관계였다.

하지만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느니 믿을 수 있는 장모의 손을 찾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경제적 문제로 인한 처가살이도 늘면서 갈등의 소지는 점점 커진다. 처가 근처에 살다 장모의 구박과 간섭에 못 이겨 이혼하거나 장모와의 갈등이 누적돼 뇌경색까지 앓고 있다는 사위들의 하소연은 시가보다 처가와 가까운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힘든 것은 사위만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처럼 장모가 딸의 부부 문제에 간섭할 권한이 생긴 것은 손자 양육의 책임을 떠맡으면서부터다. 맞벌이 부부에게 장모란 육아와 살림을 의존할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저비용의 대안일 수밖에 없는 것.

저출산 시대에 소수의 자녀를 둔 장모들은 딸만은 남편에게 눌려 살지 않게 하고 싶어서 자신의 노후를 희생하더라도 딸을 집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꺼이 외손자 양육을 떠맡은 장모들은 당당히 딸 부부의 문제에 적극 개입하며 사위에게 “내 딸 고생시키려면 차라리 갈라서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반면 사위들은 “장모의 ‘도움’은 묵인하면서도 ‘간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의 양정자 원장은 2005년 9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전국 6개 지점에서 상담한 7천4백58건을 분석한 결과, 처가 스트레스 등으로 이혼을 상담하는 남성이 10.1%로 전년(5.5%)에 비해 2배가량 그 비율이 늘었다고 밝혔다.

남자가 이혼을 생각하는 이유는 아내와의 경제적인 갈등, 성격 차이, 폭언·폭행 등이 68.5%로 가장 많았고 아내의 부정한 행위(13.5%), 아내 또는 아내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10.1%) 등의 순이었다고.

이는 여성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처가에 의존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 현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점차 목소리가 높아지는 처가 스트레스로 인해 현대 남성들은 이혼까지 고려할 만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다.
장인은 더 무섭다

사위와 마찰을 일으키는 쪽이 장모가 아니라 장인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타인과의 마찰에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장모에 비해, 가부장적인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장인은 사위와의 마찰을 보다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

장인이 가부장적이라고 해서 사위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모든 남자들이 그러하듯, 아내와 딸에 대한 기준은 엄연히 다른 것. 설사 장모에게 권위적인 언행을 일삼는 장인이라도 딸에 관한 일에는 전적으로 딸의 편에 서고 보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오히려 딸의 편에 선 자신에게 맞서는 사위가 더없이 괘씸하고 못마땅할 것은 자명한 노릇. 그러므로 사위들이여. 장인에게 맞서지 마라. 그리고 장모의 눈보다 장인의 눈을 더 의식하고, 장인 앞에서 아내를 귀히 여기는 센스를 발휘하라.

여자들에게 거꾸로 말하면, 남편과 아버지의 평화를 위해서 남편을 적당히 팔불출로 만들어도 좋겠다. 내 딸만을 사랑하는 사위를 향해 겉으로는 ‘못난 놈’소리를 할지언정, 마음으로는 안심하며 대견해하는 것이 아버지다.

해법은 탁월한 균형 감각

문제는 부모 세대의 장모와 사위 문화와는 너무나 달라진 요즘, 사위들은 장모와 어떻게 대화하고 갈등을 풀어가야 하는지 학습도, 준비도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년간의 상담 경험을 토대로 신고부 갈등을 진단하는 양정자 원장은 우선 전과 달라진 처가의 입장을 설명하며 사위들의 이해를 구했다.

자연스레 딸 부부와 가까워지고 있는 처가에서는 사위를 ‘백년손님’으로 깍듯이 대접하기보다 그야말로 ‘가족’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추세라고. 아들처럼 편한 마음에 허물없이 관여하는 처가의 개입을 여유롭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을 한 이후에는 엄연히 두 사람이 가정의 공동책임자가 되는 만큼 중간 입장인 딸의 처세가 더욱 분명해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식 사랑에 객관성을 잃기 쉬운 친정 부모의 개입을 방관하는 것은 남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를 남기기 십상이라고.

부모의 지나친 개입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에게 필요 이상으로 의존하려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아이 양육은 물론, 크고 작은 부부의 일에 부모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그만큼 개입의 여지를 남기는 것.

결혼하고 난 후에 일어나는 부부의 문제는 반드시 두 사람 안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처음에는 부모가 서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일에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충분히 감사의 표현을 하고,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를 배려하는 것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처음에 가졌던 서운함도 머지않아 가시게 될 것이다. 남편과 친정이 오랫동안 훈훈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여자들의 탁월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