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그림·성

남자와 여자가 서로 숨기는 것들

울산 금수강산 2007. 8. 31. 11:54
아버지의 대머리 머리가 벗겨진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둔 남자들에게, 피 속에 흐르는
대머리 유전자는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출생의 비밀이다.
비호감 중의 비호감, 결혼 기피 대상자 1순위가 바로 대머리 아니던가.
집요하게 캐묻지 않는 한, 절대로 먼저 털어놓지 않는다.
점점 줄어드는 머리숱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정확한 키 키를 물어볼 때, 180cm가 넘는 남자들은 소수점까지 들이대는 편.
하지만 175cm 이하의 아담 사이즈인 경우, 웬만해서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는다.
170cm가 겨우 될까 말까 한 수준이라면 “170cm는 넘어”, 170cm가 조금 넘는다면
 “한 175cm 정도 돼”라며 약간의 과장과 반올림을 섞어 얼버무린다.

당신을 만나기 전 사랑한 여자의 존재 예전 여자친구의 이야기는 종종 입에 올리지만,
정말로 사랑한 여자에 관해서는 함구한다.
아니, 당신 이외에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단언하건대, 당신이 그가 진실로 사랑한 첫 번째 여자일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홍등가에서의 하룻밤 솔직히 말해, 대다수의 남자가 돈 주고 여자를 사본 경험이 있다.
청량리나 미아리에서의 하룻밤을 친구끼리는 모험담 마냥 자랑 삼아 늘어놓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여자에게 털어놓을 턱이 없다.
사창가엔 발 들여놓은 적도 없다거나, 룸싸롱에서 혼자 2차를 안 나갔다는 말은,
십중팔구 새빨간 거짓말.

어두운 길눈 대체로 남자들의 공간 지각력이 여자보다 발달된 것은 사실.
하지만 개중엔 방향치도 많고, 사람인 이상 길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에도 절대 길을 잃었다고 인정하지 않는 게 남자라는 동물의 자존심.
자동차로 엉뚱한 곳에서 몇 시간째 헤매면서도 맞는 길로 왔다고 우겨댄다.

어젯밤 카드로 긁은 수억원의 술값 거나하게 오른 술기운에, 호기롭게 ‘내가 쏜다’를 외치며
카드를 내민 다음 날. 한 달 월급의 절반쯤 되는 금액이 찍힌 카드명세서를 발견하고
망연자실해지는 경험을 남자들은 종종 한다.
이 상황을 더욱 아찔하게 하는 건, 여자친구로부터 듣게 될 끝없는 잔소리.
그래서 친구들과 나눠 냈다고 거짓말하거나, 액수를 십분의 일로 줄여서 보고한다.

여동생 화장품을 애용하는 버릇 외모에 관심 많은 건 남자도 마찬가지.
내색을 잘 안 할 뿐이다. 에스테틱에서 정기적으로 피부를 관리하는 메트로섹슈얼까진 못 되어도,
조인성이 광고하는 마스크 팩에 관심이 가고, 몰래 엄마나 여동생의 화장대에 놓인
아이 크림을 발라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여자 앞에서는 외모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 척한다.
남들 눈에 남자답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내지는 쑥스러움 때문에….

PC에 가득 저장된 포르노 동영상 즐겨찾기엔 전 세계 포르노 사이트가 수십 개쯤 등록되어 있고,
친구에게 전달받은 일본 AV들이 차곡차곡 저장된 그의 컴퓨터.
딱히 밝혀서도 변태라서도 아니다. 그저 남자들의 여가 생활이자
 수컷끼리의 원활한 대화를 위한 수단일 뿐.
하지만 애인에겐 그러한 취미생활을 밝히는 법이 없다.
실은 ‘야동’을 보느라 날밤을 새고도, 밤새 컴퓨터 게임을 했노라고 변명한다.

치욕의 과거가 기록된 졸업 앨범 20세를 기점으로, 비포 애프터의 차이가 엄청난 우리나라 여자들.
호리낭창한 몸매의 미녀도, 5~6년 전엔 코끼리 다리에 드럼통 허리를 가진 여고생이었을 수 있다.
아니면 팽팽 돌아가는 뿔테 안경에 여드름이 함빡 핀 피부의 소유자였거나….
그래서 남자친구가 집에 놀러 오겠다고 하면, 잽싸게 고등학교 졸업 앨범부터 숨겨버린다.

몰드 브라의 진실 혹은 거짓 두툼한 패드가 들어간, 일명 ‘뽕 브라’.
평범한 사이즈를 가진 대한민국 ‘보통 처녀’들에겐,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항이다.
최소한의 볼륨감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장치.
그러나 에로 영화 여배우의 터질 듯한 가슴을 동경하며 성장기를 보낸 남자들,
사실을 알고 나면 놀려대기 일쑤다. 자연스럽게 확인(?)되기 전까진, 그냥 입 다물고 지낼밖에.

당신이 그녀의 101번째 남자라는 사실 이성과 사귄 횟수.
남자는 세 배로 부풀려 말하고 여자는 삼 분의 일로 줄여 말한다고 보면 대강 맞다.
선수녀들의 경우, 보통 ‘3회 전략’으로 나간다. 그 이하면 너무 서툴러 보이고,
그 이상이면 헤퍼 보인다는 계산. 당신이 그녀의 세 번째 남자인지 백 번째 남자인지는
끝까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적금통장 제로 철마다 옷 장만하랴, 떨어진 화장품 사랴, 문화 생활하랴….
여자도 남자 못지않게 돈 쓸 일이 많다. 하지만 콩나물값 아껴가며 집 안 살림 일으킨 어머니들 덕에,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자기보단 알뜰할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그래서, 직장 생활 5년에 알토란 같이 모아둔 목돈은 커녕
변변한 적금통장 하나 없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무좀의 경험 사실, 무좀이 남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여자라고 발에 땀 안 나겠나? 흡수력이라곤 없는 나일론 스타킹 속에 내내 갇혀 있어야 하니,
똑같은 사람 피부인데 여자만 멀쩡하라는 법도 없다.
손발에 땀이 많은 여자들 중, 경미한 무좀이나 무좀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습진을 경험한 이도 꽤 있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을 뿐.

어제 충동 구매한 핸드백의 가격 똑같은 핸드백에 똑같은 구두건만,
가격은 왜 그토록 천차만별인지 남자들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자기들이 멀쩡한 차를 새 차로 바꾸는 건 ‘로망’이고, 여자친구가 명품 백이나 옷을 탐내면 ‘허영’이다.
불공평하지만, 어쩌랴. 새로 산 핸드백 가격을 그가 궁금해할 땐,
그저 ‘싸게 샀어’라며 넘겨버리는 게 맘 편한 것을.

뜯어고친 얼굴 다른 면에서는 100% 솔직하더라도, 성형 수술한 사실만큼은 감추고 싶은 게 여자 마음.
 ‘친구들과는 어느 의사 솜씨가 좋네’ ‘어디를 더 손봐야겠네’라며 시시콜콜 수다를 늘어놓다가도
남자 앞에서는 성형외과 근처에도 안 가본 척한다.
‘솔직히 말해 봐, 너 쌍꺼풀 했지? 요즘 세상에 쌍꺼풀 수술은 수술도 아냐’라며
아무리 꼬드겨봐도 소용없다. 어차피, 증거도 없잖은가?

전 애인과 같은 장소에서의 데이트 남자보다 취향이 까다로운데다,
추억 어린 장소를 못 잊는 게 또한 여자.
그래서 남자친구는 바뀌어도 데이트 코스는 거기서 거기다.
유명한 카페, 맛있는 레스토랑, 드라이브 코스, 하다못해 들락거리던 모텔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에, 그녀의 예전 남자친구도 앉아 있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그녀는, 절대 그런 눈치를 내비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