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이 간다네요...
시월이 그려진 달력을
아무 생각없이 들여다 보다가
커피를 한잔 따라들고
그저 멍하니 창밖을 봅니다.
빈 들판이 있습니다.
어제처럼..
들판을 따라 난 농수로에
가을 햇살이 반짝였습니다.
작은 길을 따라 차들이 지나갑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어제처럼
오늘도 애들이 뛰어놉니다.
어제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10월이 간다고 합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듯 합니다.
긴 꿈..
보이는 세상이 마치 꿈속 같습니다.
흐르는 시간이
귀울음으로 웅웅거리고 있습니다.
어금니에 힘을주고 숨을 멈추어 봅니다.
시월이 간다네요..
사랑을 꿈꾸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리움을 담아 두지도 않았습니다.
슬픔도 외로움도..
뭐라 이름지어질 그 무엇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월이 간다네요
저 빈 들녁처럼..
갓 추수해 들인 허허로운 들판처럼
그저 내리는 햇살을 받고
말없이 서 있습니다.
나름 지워지지 않는 가을의 내음이
바람결에 스쳐 지나갑니다.
뭐였더라?
누구였더라?
언제였더라?
세상이 나를 잊은듯
내가 세상을 잊고 있는듯..
머물러 지지 않는 오늘이
시월이 간다고, 시월이 가고 있다고,
박제가 되어가는
나를 흔들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