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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가을에서야

울산 금수강산 2018. 10. 8. 17:39

내 나이 가을에서야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도 옅어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서야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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