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축

뉴욕 맨해튼 마천루

울산 금수강산 2006. 10. 25. 00:36

뉴욕 맨해튼 마천루

산업혁명이 ‘강철로 된 새로운 도시’를 만들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뉴욕은 아름답다. 그 중심인 맨해튼이 특히 그러한데 이곳은 뭍이 아니라 섬이다. 그 바닥은 지하 몇십 m까지 단단한 바위 덩어리로 되어 있다. 이런 지반이라면 농경시대엔 전혀 쓸모 없는 땅이라며 눈길 한번 주지 않았을 것이나 산업화·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자 오히려 빛을 보게 됐다. 단단한 지반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마천루(skycraper)가 들어서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하중을 걱정하거나 기초공사에 애를 먹을 필요도 없이 초고층 건물을 거뜬히 세울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충격흡수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한번 충격이 가해지면 그 즉시 암반 전체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달걀 모양으로 생긴 맨해튼은 초고층 건물들로 채워진 매우 인공적인 도시다. 길도 가로세로로 반듯하게 그어져 꼭 바둑판 같다. 섬 전체가 이런 길과 고층건물로만 되어있다면 숨통이 멎어버릴 것을 염려해서인지 그 한가운데에는 원시가 살아 숨쉬는 센트럴파크를 조성해 놓았다. 이로 인해 맨해튼에는 인공과 자연이 공존한다. 센트럴파크가 시작되는 59번가를 기점으로 하여 그 북쪽을 업타운, 그 남쪽을 다운타운, 그리고 공원 주변을 미드타운이라 부른다.

 

 

고층건물의 역사를 살펴보면 1800년대 중반까지는 4층 건물이 최고였다. 그러다 산업혁명의 영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기 시작한 19세기 말에 이르자 산업노동자들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었고 도시 공간은 급속하게 팽창됐다. 또 그들을 위한 대형 백화점, 사무공간, 공장 등이 필요해지자 건축은 공간창조라는 전통적인 기능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이란 역할까지 떠맡게 됐다. 마천루라는 초고층 건물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 산업혁명은 토지의 용도를 바꾸면서 입지(site)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그에 따라 도시의 지형이 크게 변모됐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410일 만에 완공

 

초고층 빌딩이란 입면과 높이와의 비율이 최소한 5:1 이상인 것을 말하는데, 1855년 제니스가 철골구조(iron beam) 공법으로 시카고에 지은 12층(높이 55m)짜리 홈인슈어런스 빌딩이 그 효시로 알려져 있다. 시카고는 당시 웅비하던 철도산업의 핵심도시이자 상공업 중심지로 번성 중이라 급격하게 인구가 늘어나고 있었다.

 

초고층 건물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풍동(風動) 실험을 한다.) 건물이 높은 만큼 상층부에서 어느 정도 좌우로 흔들리면 충격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높이의 500분의 1 이하라는 한계가 있지만. 산업혁명 덕분에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강철은 그것을 가능케 해주었고 거기에 20세기의 대표적인 예술형식인 ‘아르누보’를 탄생시킨 유리가 더해지자 두꺼운 벽체는 건물에서 자연스레 밀려났다. 덕분에 건물 내부로 자연의 빛을 넉넉하게 들일 수 있었다. 여기에 고속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실용성이 제로가 될 텐데 그건 오티스 형제가 이미 1857년 개발을 끝마친 상태였으니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시카고에서 처음 선보인 마천루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곳은 맨해튼이었다. 19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곳이 미국의 경제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930년에 준공된 77층(319m)짜리 크라이슬러 빌딩을 필두로 이듬해에는 102층(381m)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들어섰다.

이 빌딩이 건설되던 때 미국은 대공황이라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뉴욕 증권시장이 휴업 상태이고 많은 공장과 회사가 문을 닫아 실업자들이 거리를 온통 메우고 있었는데 세계 최고 높이의 철골구조 빌딩이 세워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출발에 대한 믿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오랫동안 높은 공실률(空室率)을 보였다. 그래서 한동안 ‘엠프티(empty)’ 빌딩이란 소리를 들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102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단지 1년45일(410일) 만에 완공했다는 사실이다. 1주일에 평균 4~5층씩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요즈음도 10층짜리 건물을 지으려면 2년은 족히 걸린다는데. 1945년 미군 B-25 쌍발 폭격기가 안개 속을 비행하다 부딪쳤는데도 14명만 사망하고 건물은 말짱했다고 하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1931년 4월 30일 해가 지기가 무섭게 맨해튼의 5번가와 34번가 사이에 우뚝 솟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6400개 창은 환하게 불을 밝혔다. 그리하여 수용인원 1만8000명, 분당 360m 속도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65대, 화장실 2500개, 계단 1860개를 가진 초고층 빌딩이 태어났다. 아니 세계 최고의 빌딩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뉴욕시는 빌딩이 준공된 지 50주년(골든 주빌레)이 되던 1981년, 이를 공식 랜드마크(표지물)로 지정했으며 이보다 앞선 1955년 미국 토목학회(ASCE)는 36만5000t의 철강재와 1000만개의 벽돌이 동원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미국 토목사의 7대 걸작으로 선정했다. 이 빌딩은 관광객이 찾는 10대 명소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누린 ‘세계 최고(最高)’라는 지존의 자리는 417m(110층) 높이의 세계무역센터가 세워진 1972년까지 무려 41년간이나 지속됐다. 그러나 세계무역센터는 2년 뒤인 1974년 높이 443m(110층)의 시카고 시어스 타워가 등장하면서 단명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 맨해튼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록펠러 센터 등 75개의 마천루가 들어서 있어 마천루 지구라 불린다. 그렇지만 주차장은 협소하여 대부분의 빌딩 근무자들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

 

 

 

 

1990년대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초고층 빌딩 경쟁

 

1990년대에 들어서자 갑자기 400m급 초고층 빌딩이 지구촌 곳곳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초고층 빌딩 경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위치는 미국이 아니라 새로이 용틀임 하는 아시아의 신흥 경제대국이었다. 마치 세계는 넓다는 듯이.

 

1998년 준공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 쌍둥이 빌딩(452m·88층)과 중국 제일의 경제중심지인 상하이의 푸둥(浦東) 지구에 세워진 진마오(金茂) 빌딩(421m·88층), 홍콩의 국제금융센터(415m·88층)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500m급 빌딩도 아시아에 세워졌다. 2004년 12월 준공된 타이베이 금융센터101(508m·101층)이 그것이다.(세계 최고빌딩에 관해서는 www.ctbuh.org 참조)

 

하늘을 향한 인류의 꿈은 무한한 듯 고대 바빌론의 바벨탑으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 것과 비교되지 않는 높이의 하이퍼 빌딩까지 세워질 것이라고 한다. 바벨탑은 ‘신의 능력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완공되지 못했다고 구약성경은 기록하고 있으나 21세기 초고층빌딩은 인간 생존의 한 방편으로 세워진 것일 뿐 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건물의 높이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건축을 요구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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