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빌딩의 기록갱신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2004년 1월 현재, 이 질문을 건설기술자들에게 던진다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페트로나스 타워(일명 쌍둥이 빌딩)” 선뜻 이렇게 대답하는 이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잘 알다시피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에 있는 빌딩이다. 하지만 이제는 틀린 대답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2003년 10월 17일 이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타이베이(Taipei) 101'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년 전 9.11 테러로 허망하게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이후, 초고층빌딩의 인기도 내리막을 걷는 게 아닐까 하고 섣부른 예상을 했던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타이베이 101’이 우뚝 솟아올랐다. 높이 508m, 쌍둥이 빌딩보다 무려 60m나 높다. 한편 페트로나스 타워가 세계최고의 타이틀을 유지했던 기간은 얼마나 될까? 1998년 이후 2003년까지 햇수로 6년 남짓이었다. 이에 비해 현재는 세계 3위로 밀려난 미국 시카고의 시어즈 타워(Sears Tower)의 타이틀 보유기간은 24년이나 되었다. 그렇다면 ‘타이베이 101’은 앞으로 타이틀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유할까, 길어야 3년을 넘지 못하리란 예상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막강한 후보들이 챔피언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한 초고층 열기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은 초고층 경우에도 엄연한 사실이다. 아래 도표 <초고층 빌딩 세계랭킹>을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04년 1월 현재 세계최고 랭킹 10위 내에 8개가 아시아 지역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초고층 빌딩의 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첫째, 아시아권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서양세력에 주눅들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 홍콩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대만과 한국이 뒤따라 일어서며 급기야는 잠자는 대륙 중국마저 깨운 셈이다. ‘페트로나스 타워’가 말레이시아’의 부흥을 나타내는 ‘말레이시아 2020’의 상징이라면, ‘타이베이 101’은 타이완의 경제적 저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둘째, 초고층은 토지 이용의 극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가용면적이 좁은 도시로 인구 집중이 계속 되면 할 수 없이 지상과 지하로 수직의 공간을 개발하게 된다. 또한 관련시설을 한 공간에 집적시킬 때의 업무의 효율성을 들 수 있다. 각국의 무역센터 건물들은 대개 초고층빌딩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유도 바로 집적효과를 들 수 있다. 셋째, 국가적 자부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타이완의 경우 중국과의 표면적 갈등은 여전하다. 흡수 통일을 지향하는 본토 중국에 대한 타이완의 정치적 독립 의지는 대단하다. 정치적인 독립에 앞서 경제적인 우월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타이베이 101’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초고층은 도심의 부동산 재개발 열기, 즉 노후화된 도심을 고밀도로 재개발하여 도심의 공동화(空洞化)를 막고, 활기를 되찾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타이베이 101’을 살펴보기로 한다.
508m Mega Tower ‘타이베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진이다. 1999년 9월의 타이베이 대지진은 무려 2400명의 사망자와 5만여 채의 건물붕괴를 초래한 엄청난 참사였다. 이 지진 이후에도 수 차례 지진이 타이베이를 덮쳤다. 앞으로도 얼마나 큰 지진이 이 도시에서 발생할지 우려는 여전하다. 전문가에 의하면 타이베이는 서태평양의 활성단층대에 위에 있다고 한다. 그런 지진대 위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라니....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강철의 대나무처럼 눈앞에 우뚝하게 솟아있으니 분명 현실은 현실이다. 내진구조에 대한 것은 나중에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순위 |
이 름 |
소재지 |
높이(m) |
준공연도 |
비고 |
0 |
Taipei 101 |
Taipei |
508 |
2004 |
(예정) |
1 |
Petronas Tower 1&2 |
Kuala Lumpur |
452 |
1998 |
|
2 |
Sears Tower |
Chicago |
442 |
1974 |
|
3 |
Jin Mao |
Shanghai |
421 |
1999 |
|
4 |
Citic Plaza |
Guangzhou |
391 |
1996 |
|
5 |
Shun Hing Square |
Shenzhen |
384 |
1996 |
|
6 |
Empire State Building |
New York |
381 |
1931 |
|
7 |
Central Plaza |
Hong Kong |
374 |
1992 |
|
8 |
Bankof China |
Hong Kong |
369 |
1989 |
|
9 |
Emirate Tower one |
Dubai |
355 |
1999 |
|
* 출처 : ENR Nov. 2003/Construction Facts 2003 |
지진 우려에 이어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항공기의 운항에 지장은 없을까 하는 점이다.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경우, 가용할 토지는 부족하고 경제력이 충분한데도 초고층을 짓지 않는다. 그 이유는 초고층이 다름 아닌 항공기의 운항에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타이베이도 당초에는 이렇게 높은 빌딩을 지을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계획 도중에 변심(?)을 한 것이다. <Taipei 101 공사 개요> - 정식명칭 : Taipei Financial Center - 공사기간 : 1999-2004(예정) - 공사비 : 한화 약 2조원 - 설계자 : C.Y. Lee & Partners. - 시공자 : J.V(Kumagai Gumi Co-Japan/RSEA Engineering-Taiwan/ etc.) - 규 모 : SRC조, 101층(지상), 지하 5층, 높이 508m(첨탑 60m 포함) - 성 격 : 쇼핑몰(지하 1층-4층), 사무실(9-84층), 헬스클럽, 미술관, 전망대 등 * 내진(耐震)설비 : 동조질량감쇠기(Tuned Mass Damper)
▶지진대 위에 세운 초고층 지난 2001년 3월 31일, 오후 3시, 진도 6.8의 지진이 타이베이 시내를 강타했다. 이 당시 ‘타이베이 101’은 한창 골조공사 중이었다. 이 때 골조공사는 56층까지 진행된 상태였는데, 지진으로 인해 건물 위에 있던 타워크레인 2대가 전복되었다. 이 사고로 작업 인부 5명이 사망을 하고, 행인을 포함하여 수십 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 이후, 공사용 타워크레인의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일부 손상된 메가칼럼을 보수하고 구조설계도 부분적으로 보강을 하였다. 이런 시련을 거친 다음 ‘타이베이 101’은 지난 2003년 10월 17일 드디어 골조공사를 완료했다. 최상부의 60m짜리 첨탑을 설치했던 것이다. 이 빌딩의 구조감리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만약 지진으로 이 빌딩이 피해를 입을 정도라면, 타이베이 시내의 다른 건물들은 모조리 전복될 것입니다.” 지진 전문가에 의하면, 타이베이 101과 인접한 단층대(fault line)와의 거리는 약 200m 정도 떨어져 있고, 이 단층대는 활동을 중단한지 45,0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초고층건물이 활성단층대에 바로 인접해 있지 않은 이상 구조적인 문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지금부터 타이베이 101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건물의 외관 타이베이 101은 무얼 닮았을까, 페트로나스 타워는 잘 익은 옥수수 자루를 닮았고, 시어즈 타워는 반듯하게 쌓아올린 레고 블록이 떠오른다. 타이베이 101은 멀리서 보면 당나라 때의 불탑을 연상시키고, 가까이 보면 마디마디를 드러낸 대나무가 떠오른다. 둘 다 지극히 중국적인 이미지임에 틀림이 없다. 아래쪽 정면에는 마치 불탑에서 기단처럼 생긴 5층높이의 포디움(podium)이 있다. 그 위로 25층은 안쪽으로 5도 기울어진 형태이다. 그 다음에는 사무실 용도의 기준층으로 8개 모듈로 쌓아놓은 형식인데, 자세히 보면 벽면의 경사가 바깥으로 기울어져 있다. 왜 그랬을까? 대나무의 마디를 흉내내려고 그랬을까, 불탑을 흉내내려고 그랬을까....설계자에 의하면, 5도의 경사는 외부 커튼월의 유리창에 태양광의 직사광선을 막아줌으로써, 태양열의 흡수를 줄이는 동시에 입주자들이 바깥의 경치를 즐기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구조설계 ‘타이베이 101’의 구조 시스템은 구조설계회사인 Thornton-Tomasetti/Engineers의 아이디어가 채용되었다. 가로세로 각각 53m의 평면을 보면, 외곽에 굵은 기둥이 보인다. 일명 메가칼럼(Megacolumn/3x2.4m)으로 불리는 8개의 철골조 외부기둥 시스템은 하단부 25개 층에 설치되어 있다. 이 기둥들은 전체 골조의 무게를 지탱하고 강력한 지진이나 태풍이 닥쳤을 때 구조적 안정을 책임지게 된다. 메가칼럼은 두께 8cm의 후판을 사용하여 전부 용접으로 제작되었는데, 용접이 까다로워 당초 예상보다 1년 이상 공기(工期)가 지연되었다. 메가칼럼의 안쪽은 강성을 높이기 위해 62층까지 고강도 콘크리트(700kg/cm2)를 채워 넣었다.
이 기둥들은 안쪽으로 5。 가량 경사져 있다. 그 위로는 8개 단위의 모듈구조가 중첩되어 있다. 이 모듈구조물은 각각 8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듈구조는 하단부의 기둥과는 반대로 바깥쪽으로 경사져 있다. 바로 이점이 건물 전체의 외관이 거꾸로 서있는 탑을 연상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의 코어(core)부는 가로세로 각 25m에 4열씩 접점에 16개의 기둥이 있고, 모두 수평가새로 보강되어 있다. 입면으로 볼 때 8개 단위의 모듈구조를 볼 수 있다. 이 모듈구조는 92층에서 끝난다. 각각의 모듈구조는 8개층을 감싸고 있고 각 모듈구조의 하단에는 데크형태의 연결판이 설치되었다. 즉 연결부에는 바둑판처럼 격자형태의 아웃리거 트러스(outriggers truss), 즉 돌출된 빔 형태로 나온 보가 기둥과 일체를 이루고 있다. 이 아웃리거의 강성(剛性)확보를 위해 외곽으로 빙 둘러 벨트를 두르듯 트러스가 있다. 이 하단데크는 방화구획으로 8층마다 독립된 대피장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는 방화설비, 방연설비, 통신설비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물론 각 계단실과 복도는 방화 및 방연설비가 되어 있다. 다음으로 상층부는 3단계로 평면이 줄어든다. 92층부터 101층까지, 마지막으로 101층 상부에 60m짜리 첨탑(pinnacle)이 설치되어있다. 이 첨탑의 안쪽과 92층에 2개의 내진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기초는 파일구조인데, 직경 1.5m의 파일은 점토질 지반에 설치되어 있고, 지하 40-60m에 있는 기반암 위에 지지되어 있다. 기초 슬라브는 단부에서 3m 두께, 메가칼럼 하부에는 5m 두께이다.
▶철골공사 타워와 포디움을 통틀어 전체 철골수량은 106,000톤이다. 철골공사의 제작 및 설치는 일본의 Nippon Steel과 타이완 카오슝에 있는 China Steel이 공동도급으로 수행. 20일 주기로 타워 4개층의 1 분절(tier)을 현장 설치하였다. 현장에서 350km 떨어진 카오슝시의 China Steel에서 제작된 부재는 1일 20대 트레일러 분량으로 현장에 공급되었다. 부재 중 제일 무거운 부재는 메가칼럼으로 2개 층으로 된 이 절이 95톤의 무게. 강재는 용접을 위해 저탄소계의 고용접성 재질. 특히 메가칼럼의 용접 제작은 고난도의 작업으로 당초 예상보다 1년 이상 공기지연을 초래하였다.
▶ 동조질량감쇠기(Tuned Mass Damper) ‘타이베이 101’의 메가칼럼은 강력한 지진이나 태풍으로부터 빌딩의 안전을 보장하는 반면, 직경 6m의 공처럼 생긴 거대한 댐퍼(damper)는 비교적 작은 진동을 완화함으로써 입주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꾀하게 한다. 정식 명칭은 동조질량감쇠기(Tuned Mass Damper). 무게 660톤에 달하는 이 댐퍼와 이를 지지하는 구조물은 5개층 높이를 차지한다. 댐퍼는 중간층(mezzanine level)에서 볼 수 있다. 댐퍼로서는 세계 최대 크기이고, 건축물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형식으로서는 최초의 댐퍼라고 한다. 두 번 째 댐퍼는 건물 상부의 첨탑 속에 스프링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그림 참조) 이 2개의 댐퍼는 전문업체인 미국의 Motioneering Inc.에서 350만 불의 턴키방식(설계시공 일괄방식)으로 설치되었다. 직경 6m, 무게 660톤의 강철 공 모양 댐퍼의 제작만은 턴키 계약에서 제외되었다. 공 자체 제작비용만 80만 불에 이르는데, 이는 철골업체에서 제작을 했다. 이 공 모양의 댐퍼는 두께 12.5cm의 강철판을 층층이 겹쳐 만들었다. 이 댐퍼의 설치방식은 660톤의 강철 공을 요람에 넣어 4개의 강제로프에 매달아 진자(振子)처럼 매달리게 하는 것이다. 강제로프는 92층 높이에 고정되어 있다. 여기서 진자라고 하여 강철 공이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것은 아니고, 강철 공을 감싸고 있는 요람 주위에 8개의 유압 범퍼-자동차의 쇽압쇼버-가 설치되어 있다. 유압범퍼는 각각 길이 2m 정도로 진동(동하중)을 흡수하도록 되어 있다. 설치 기술자에 의하면, 이 댐퍼는 타워의 최대 진동치를 1/3 이상 줄여 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댐퍼는 지진 발생 시에는 특별한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진 발생 시의 주요 관심사는 강철 공이 심하게 흔들려 범퍼 등을 부수지 않고 통제 가능범위에 머물 수 있는가 라고 한다. 이 강철 공의 아래쪽에는 약 직경 60cm의 핀이 튀어나와 있는데, 이것의 유격(이동한계)는 약 1m이라고 한다. 이 핀은 87층과 88층 사이에 정착된 유압 피스톤에 부착된 강제 링 안에 머물게 되어 있다. 백년 빈도의 지진이나 태풍 시에 이 핀은 링을 건들게 되고, 이 때의 에너지는 유압 피스톤에 의해 흡수될 것이다.
▶60m 첨탑 속의 댐퍼 101층 위로 솟아있는 60m 첨탑(pinnacle)은 470톤의 무게다. 이 첨탑의 높이로 인해 세계신기록이 갱신되었다. 결과적으로 페트로나스 타워보다 56m가 높다. 이 첨탑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뭘까. 그것은 일상적인 풍하중 상태에서 유발되는 회오리성 진동으로 인한 구조적인 피로현상이라고 한다. 이 첨탑에는 2개의 7톤짜리 댐퍼가 진동을 조절하도록 설계되어있다. 2개의 댐퍼는 평판형식으로 하부의 스프링에 의해 동조되고, 어느 방향이던 수평으로 움직이게 되어있다. 왜 그렇게 설계했을까. 첨탑 안의 여유공간이라야 가로세로 각각 1.5m밖에 안 된다. 스프링은 댐퍼 아래 수직으로 설치되어 있다. 각각의 댐퍼와 스프링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이 첨탑의 댐퍼는 지진 발생 시 피해방지를 위해 자동 잠금장치를 갖고 있다. 이 잠금장치가 댐퍼와 첨탑이 별개로 움직이는 것을 방지한다. 철골공사가 완료됨과 동시에 이 댐퍼는 작동을 하게되고, 댐퍼의 유지관리는 설치 팀에 의해 2년 주기로 모니터를 하게 된다고 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2004. 1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을까.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빌딩인 랜드마크 타워.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분당 700m. 타이베이 101에 설치될 엘리베이터는 분당 1,008m로 세계최고가 될 전망이다. 초고층이 될수록 빠른 이동을 위해 고속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압력 차이로 인해 귀가 멍멍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도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초고층이 될수록 평면상에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면적이 크고, 동선은 길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평이동도 가능한 자기부상식 엘리베이터가 현재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초고층 붐의 종말론 앞으로도 ‘타이베이 101’을 능가하는 초고층들의 행진은 계속될까. 초고층 행진의 종말을 성급하게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무역센터 빌딩처럼 고밀도의 집적공간은 고효율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관련회사끼리, 한 회사 내 관련 부서끼리 근접해 있을 경우, 시간절약과 함께 일의 처리가 당연히 원활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거대기업들은 다운사이징이니 아웃소싱이니 하여 체중감량을 시작한지 오래다. 가히 핵분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거래를 위한 정보교환은 어떤가. 이미 세상에 인터넷이 거미줄처럼 깔려있다. 빛의 속도인 전자상거래 역시 날이 갈수록 눈부시다. 필요할 경우 지구는 물론 우주선에까지 실시간 화상회의가 가능하다. 장비만 휴대하면 밀림 속이나 남극 오지에서도 정보교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름하여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시대, 어디서나 걸면 걸리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접근성과 동시성의 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이 시대이다. 그렇다면 굳이 천문학적인 고비용, 테러 등의 고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늘로 치솟을 필요가 있겠는가. 영국의 유명건축가 Frank Duffy 같은 이는 머지않아 초고층이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가 닥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기록을 향한 불굴의 도전 대밭에 솟아오른 죽순은 정말 신기하다. 봄비가 내린 뒷날 대밭에 다시 한번 가보라. 훨씬 신기한 일이 벌어져 있다. 전날의 송곳 같았던 죽순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미끈하고 새파란 몸매를 뽐내며 하늘로 솟아오른 대나무를 보게 된다. 이름하여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9.11 테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 강철의 대나무들은 멈출 줄을 모른다. 언제까지 이 행진이 계속될까. 구조 전문가들에 의하면, 초고층은 더 이상 건축재료나 기술적인 한계가 아니라 결국 공사비용, 투자비의 회수와 같은 경제적인 문제로 귀결된다고 한다. 초고층 붐이 서양이 아니라 하필 아시아냐고 묻는다면 아시아의 인구 증가와 더불어 인구의 꾸준한 도시집중 현상 등을 들 수 있다. 2004년 1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상하이의 모리타워(Mori Tower/492m), 부산의 롯데타워(493m)를 들 수 있다. 계획 중인 것으로는 뉴욕 무역센터 자리에 541m, 도쿄만 해상의 840m짜리 초고층 타워,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두바이의 초고층(그림 참조) 등을 들 수 있다. 초고층빌딩, 이제는 'Skyscraper'가 아니라, Skypoker'라는 말이 등장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에 삐죽이 솟아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늘의 구름 속으로 긴 창을 찌르듯이 솟아올랐다는 의미이다. 과연 얼마나 높아야 충분히 높은 것인가. 단지 분명한 것은 초고층의 기록 갱신이 계속되는 한, 멀리서 지켜보는 구경꾼의 생각 또한 우후죽순처럼 자랄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