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눈, 친구의 발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에게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왔습니다.
점점 시야가 좁아지더니 결국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1990년대 틴틴파이브로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 이동우 씨의 이야기입니다.
결혼한 지 100일도 채 안 되어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후 아내도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청력을 잃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들이 지속되자
이동우 씨는 삶의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그저 물이 되어 하늘로 증발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의 얼굴을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눈을 기증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놀랍게도 기증자는 몸이 굳어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임재신 씨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외동딸을 둔 한 아이의 아빠였습니다.
누구보다 눈에 의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TV에서 딸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이동우 씨의 사연을 접하고, 기증하고 싶다는 전화를 건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남은 5%를 주면, 당신은 100%를 갖게 되잖아요."
사실 이동우 씨의 병은 이식해도 낫지 않는 병이었습니다.
기증자의 진심에 이동우 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습니다.
"저는 이미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세상과 소통하는 맑은 눈을 주셨으니까요."
이들은 이후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친구의 눈으로 보고, 친구의 발로 걸으며
두 사람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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