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땅의 5.2%를 차지하는 최대의 섬나라 호주(Australia). 한국 교민들이 수만명에 이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먼 나라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있는 시드니가 그나마 친숙할 뿐이다. 그러나 최근 멜버른이 부쩍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방송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배경이 되고 각종 광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1952년 호주에서 첫 올림픽을 개최한 곳은 수도 캔버라나 가장 큰 도시인 시드니도 아닌 멜버른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최근 높아진 멜버른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솜털보다도 더 뽀송뽀송할 것 같은 구름을 뚫은 여객기가 호주 동남부에 자리한 멜버른 국제공항에 안착하자 남반구의 초록 향기가 가슴을 적신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어느 사막보다도 더 시뻘건 열기를 품어낼 것 같았던 대양주 동북부와 중앙에 넓게 펼쳐진 사막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무뎌진 광활한 풍경이 시선을 끈다.
호주의 멜버른과 빅토리아주에 가면 시선은 끝없이 뻗어나간다. 아름다운 광경을 찾아나선 눈은 결코 특정한 곳에 안착하지 못한다. 그래도 시선을 고정하고픈 관광객은 해안을 따라 남서부 지방을 잇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둘 법하다.
주말 휴양객이 많이 찾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백사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무성히 자리한 수풀을 안으로 보듬고 해변을 따라 200km가 넘게 꾸불꾸불 뻗어나간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만든 도로는 이제 남반구가 자랑하는 낭만의 길이 돼 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안가의 촉촉한 감촉에 더해 산자락에서 전해지는 풋풋한 싱그러움이 버무려진다. 멜버른 인근 도시 질롱에서 시작돼 동남부 주변에 뻗어나간 이 길을 모두 만끽하기엔 반나절은 너무 짧다.
◇포트캠벨의 12사도바위가 석양에 물든 채 추억 속에 잠겨 있다.
그래도 또 다른 아름다운 광경을 보기 위해서는 달려야 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3시간 넘게 따라온 차가 힘들어 할쯤에 위치한 작은 도시 ‘포트 캠벨’ 앞에는 ‘12사도 바위’가 있다. 파도가 육지의 땅을 쳐서 만들어낸 12개의 섬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인 양 바다에 나란히 줄 서 있다. 날씨가 흐려 그 모습을 제대로 사진기에 담지 못하는 상황이 못내 아쉽다.
아쉬움 속에 관관용 헬기를 동행자들과 함께 탔다. 헬기를 타자 하늘은 화창하게 갰다. 헬기를 타고 낮은 고도에서 접하는 해수면에는 파란 물감을 옅고 짙게 타 놓은 듯 또 다른 장관이 펼쳐졌다. 사진으로만 보던 십이사도가 파도 소리를 음향 삼아 질서정연하게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햇빛 하나가 바닷물과 나무의 푸름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게 다시 한번 놀랍다. 상공에서 예수의 열두 제자를 보듯 하늘로 치켜든 돌섬을 보니 그 감동은 인쇄물을 통해서 느낀 감동의 깊이와 폭이 달랐다. 바다의 정취를 듬뿍 안고 멜버른 인근의 ‘발라랏’ 야생동물원을 찾아 캥거루와 코알라 등 호주의 동물과 교감해도 좋다. 호주의 2월은 우리의 청명한 가을날에 견줄 만하다. 남편과 아내, 어머니와 딸, 친구 등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찾은 2월의 호주는 이들 사이의 애정만큼이나 따뜻하다.
◇남태평양을 접한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마냥 상쾌하다.
빅토리아주가 한국인을 상대로 내건 관광 일정 중 권하는 게 ‘서버린 힐’ 탐방. 1850년대 호주판 ‘금광 개척시대’를 연 서버린 힐에는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금광촌이 만들어져 있다. 직접 사금을 채취하고 지하 깊숙이 동굴을 탐험하며, 당시의 거리를 누벼보는 것은 150년 전 호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속 주인공이 된 느낌을 선사한다.
멜버른에서 3일째 되는 날 100년 된 증기기관차 ‘푸핑빌리’를 탔다. 멜버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휴양도시 단데농에는 30분마다 출발하는 퍼핑빌리를 찾은 어린 손님들이 마냥 즐거운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소풍갈 때 표정이 이랬을까. 달리는 증기기관차에서 바라보는 산속의 풍경은 어느새 1세기 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산속을 완만하게 달리는 증기기관차에 전해지는 상쾌함은 호주에서 맛볼 수 있는 특권이다.
멜버른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주변에는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도로 위에는 지난 밤 달리는 차에 치여 숨진 야생동물들이 하나둘 보인다. 사람 키보다도 큰 나무와 달리는 차를 무서워하지 않는 캥거루 가족이 물끄러미 이방인 관광객의 눈을 심드렁하게 쳐다본다. 한국인을 실은 차는 빅토리아주의 숲 속을 꾸불꾸불 잘도 달린다. 개발의 과정 속에서도 과거를 이어온 호주의 어제와 오늘을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이 호주의 멜버른과 빅토리아주였다. .
멜버른(호주)=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교통 편=멜버른공항을 이용해 빅토리아주로 가는 직항은 아직 없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캐세이퍼시픽 항공(CX)을 이용해 홍콩에서 갈아타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 시 외곽에 있는 멜버른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시내로 들어가는 택시와 버스가 공항 앞에 즐비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야라강을 따라가면서 멜버른 시내의 주요 명소와 관광지를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일정의 하나다. 허니문 전문여행사인 가야여행사가 캐세이퍼시픽항공사,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과 함께 개발한 ‘멜버른-빅토리아주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02)53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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