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자지에(張家界)①
숱한 시인묵객들이 꿈꾸고 노래했던 별유천지(別有天地·특별한 세상)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어느 곳에 있을까. 과연 지구 상에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할까. "없다"라고 단정짓는 이들은 중국 후난성(湖南省) 서북부에 위치한 장자지에(張家界)로 떠나라. 그리고 그 곳에서 보게 되리라. 일찍이 도연명이 《도화원기》에서 노래했던 무릉도원이 바로 그 곳에 펼쳐짐을.
장자지에의 빼어난 장관 앞에 관광객들은 말을 잃는다. |
어떤 산수화에도 미처 담아내지 못한 빼어난 산세와 기이한 바위들이 빚어내는 원시의 장관은 말문을 막는다. 천길 깊은 협곡에서 기운차게 치솟은 기암괴석들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구름인 듯 안개인 듯 흐르는 옅은 운무는 이 곳이 인간세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별유천지, 다른 세상인 듯하다.
‘장(張)씨 집안의 영토’란 뜻의 장자지에가 역사에 처음 등장한 때는 BC200년경.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장량이 토사구팽을 눈치채고 도망쳐서 정착한 곳이 소수민족인 토가족(土家族)이 살던 이 곳이었다. 장량은 유방의 군사를 피해 황석채의 바위 봉우리에서 무려 49일을 버텼다고 전한다.
뾰족한 송곳같은 석봉들이 수천 개 도열해 있다. |
그 후 이 곳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여년 전. 이 지역 출신의 화가가 장자지에의 산수를 담은 그림을 발표하면서 장자지에는 중국정부에 의해 본격적인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82년 중국 최초의 국가삼림공원(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92년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사람이 태어나서 장자지에에 가보지 않았다면, 어찌 100세가 돼도 늙었다고 할 수 있는가’(人生不到張家界, 白歲豈能稱老翁)라는 말이 있을 만큼, 중국인이 평생에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장자지에에는 그러나 중국인보다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한국의 휴가철인 7~8월에는 하루에 2,000여명 이상의 한국인이 찾아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 상점과 음식점 등에서는 중국어와 한글 간판이 나란히 붙어 있고, “싸다 싸! 한국돈 천원”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을 수 있다.
천길 깊은 협곡에서 기운차게 치솟은 기암괴석. |
이 곳은 크게 장자지에 국가삼림공원, 숴시위(索溪) 자연보호구, 티안쯔산(天子山) 자연보호구 등 세 부분으로 나눠 돌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인접해 있고, 산책로로 연결돼 있다.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4~5일 정도 걸리지만 패키지여행을 할 경우 하이라이트만 돌아볼 수 있다.
장자지에의 하이라이트는 위안자지에(袁家界). 바위를 깎아 세운 326m(80층 건물에 해당)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수천 개의 송곳같은 석봉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협곡이 펼쳐진다. 400∼500m 높이의 뾰족바위 수천 개가 버티고 있는 장관과 마주하면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하다. 수직으로 깎아져내려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을 걸을 때면 다리가 후들거려 걸음을 옮겨 놓기 어렵다.
구름 탄 신선이 이런 곳에 나타나지 않을까. |
구름과 안개가 끼면 어지럽고 방향을 가늠할 수 없으며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미혼타이(迷魂臺)가 그 곳에 기다리고, 두 바위가 만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자연다리가 됐다는 티안샤디이차오(天下第一橋) 등이 걸음을 잡는다. 특히 티안샤디이차오의 난간에는 자물쇠가 빼곡하게 매달려 있다. 이 곳 원주민인 투자(土家)족은 결혼 한 달 전 이 곳을 찾아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 위해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는 바닥을 알 수 없는 계곡 아래로 던져 버린다고 한다.
장자지에는 3억8000만년 전 해저가 융기하면서 생겨났다. 처음엔 사암으로 된 평평한 땅이었으나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규암으로 굳어져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했다. 바위 봉우리가 신선 두 명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기에 적당할 정도로 평평한 것도 이 곳이 한 때 땅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손에 땀을 쥐는 아슬아슬한 티안쯔산 케이블카. |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티안쯔산(天子山) 관광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티안쯔산(天子山)에 가려면 3,500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으나 1997년 길이 2㎞의 케이블카가 설치되면서 이제 쉽게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수천 개의 석봉이 삐죽삐죽 솟은 협곡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릴 때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머리끝이 쭈빗쭈빗 서고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심장 약한 이들은 아예 눈을 감는 편이 낫다. 하지만 눈을 감기도 어렵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그 현란한 협곡의 절경을 도저히 보지 않을 수 없어서.
*교통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자연다리.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세계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온천마을 (0) | 2007.01.26 |
---|---|
두바이 (0) | 2007.01.26 |
볼리비아에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 (0) | 2007.01.26 |
남아프리카공화국 (0) | 2007.01.26 |
지구의 지붕 히말라야 (0) | 2007.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