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

남아프리카공화국

울산 금수강산 2007. 1. 26. 20:40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에 있으면서 아프리카이고 싶지가 않은 나라로 지내왔다. 오랜 기간동안 백인들이 통치를 해오면서 Black 이란 이미지의 아프리카란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정책이 수그러 들면서 흑인인권운동가였던 만델라가 대통령직에 오르고 그 후임으로 역시 흑인인 음베키가 집권을 하면서 겉으로는 흑백공존을 외치며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 남아프리카는 잘 알려진대로 인종차별이 심했던 대표적인 나라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불과 인구의 10% 밖에 안되는 소수 백인이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으며 흑백차별정책이 폐지된 지금에도 경제를 가름하는 저울의 기울기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남아연방은 국가명칭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남북한 국토의 다섯 배가 넘는 넓은 국토에 흑백을 막론하고 여러 종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 사진 - 남아프리카는 흑백을 막론하고 여러 부족과 국적의 사람들의 혼합체로 이루어진 국가다. >

  백인들만 하여도 초기에 대거 이민 온 네덜란드계의 보어족으로부터 독일, 영국인들의 후손들이 주류를 이루고 흑인들은 다수족인 줄루(Zulu)족, 소사(Xhosa)족, 음베델레 등 여러부족으로 이루어 진다. 이러한 복잡한 구성은 남아프리카를 한마디로 이렇다 하고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서 이것저것 살피는 것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하는 묘미라 하겠다. 다이아몬드의 도시로 불리는 죠하네스버그는 아프리카최대의 도시이다. 금광과 다이아몬드광맥 위에 세운 도시로 알려진 이 도시의 화려한 배경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곳이라는 오명도 함께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사진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문인 Johannesburg 시의 중심가 >


  그 동안 필자가 지구촌 60여개국을 여행하면서 두 대의 카메라를 목에 매고 길거리를 활보 할 자신이 없어 도보여행을 포기하고 자동차로만 다닌 곳은 뉴욕의 할렘가와 조하네스버그의 도심 두 곳뿐이었다. 내가 렌트한 차의 흑인운전사까지도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이곳은 정말 들어오기 싫다는 얘기를 하기에, 내가 깜짝 놀라며 당신은 흑인인데도 그러냐고 하였다가 인종차별적인 얘기라며 무안을 받기도 하였다. 그 흑인기사의 설명으로는 이 지역의 치안이 안 좋은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돈 있는 사람을 터는 것뿐이지 Black이 White를 터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다만 가난한 자들은 흑인뿐이고 가진 자들은 백인뿐이란 얘기인데, 자신도 일제 신형밴을 운전하고 돈푼 꽤나 있어 보이는 고급카메라를 두 대나 목에 맨 관광객을 태우고 있으면 자신도 강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사진 - Johannesburg 의 도심한복판의 시장모습 >

  어쨋거나 도심을 지날 때의 분위기는 도무지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주변 상가는 모두 철창문으로 굳게 안전장치가 되어있으며 심지어는 특급호텔의 정문도 마치 무슨 경찰서의 유치장처럼 철책으로 되어있고 어떤 요새처럼 철통같은 경비를 하고 있었다. 죠하네스버그의 빈민촌인 소웨토(Soweto)지역은 남아연방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으로 남아연방 인종분규의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한 곳이다. 도심의 그럴 듯한 고층건물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빈민촌에는 이동식 공중변소와 공중수도시설 등이 곳곳에 보이는 만큼 그 열악한 주거환경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모두들 일터로 나간 시간이라 마을에는 천진난만스런 어린아이들만 고급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이방인을 따라 다니며 반겨주어 소웨토의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시켜 주었다.

 

< 사진 - Johannesburg 의 대표적인 빈민가 Soweto >

 

소웨토지역의 한 구석에는 만델라 전대통령가 어린시절을 지낸 생가도 있는데 만델라는 빈민층출신이라기 보다는 중산층출신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그의 생가는 그 지역에서는 큰 편이었고 그의 사회적, 정치적으로 지내온 발자취를 말해주는 자료가 집안 곳곳에 전시되고 있었다. 만델라 전대통령의 개인얘기를 덧붙히면 만델라 대통령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그의 부인과 이혼하고 이웃나라의 퍼스트레이디와 재혼을 하였다.     

 

 

< 사진 - 공항근처의 게스트하우스 >

 

  죠하네스공항에는 아침에 도착하였지만 마땅한 숙소를 찾는데 한 시간이나 걸릴 정도로 죠하네스버그의 숙소사정은 좋지를 않았다. 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은 특급호텔 외에는 외국인이 체재하기에는 불안하고, 대부분은 신도시라고 할 수 있는 Sandton 지역이나 아니면 공항근처에 유난히 많은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 내가 묶었던 게스트하우스의 백인 주인은 흑백차별정책이 폐지되면서 흑인들의 도심유입이 늘어나고 백인들은 이를 피해 외곽으로 나오기에 출퇴근시간에는 전에 없던 교통체증도 생기고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며 별로 심기가 편치만은 아닌 듯한 감정을 많이 얘기하고 있었다. 마침 그 때는 김대중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그 주인은 내 이름약자를(DJ Kim)을 보고 Another Royal Family 냐며 농담을 건네는데, 그 말을 받아 이름은 비슷한데 한국 내에서 대통령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하니 의외의 표정을 짓는다. 내가 당신은 만델라를 좋아하냐고 반문하니 그 역시 친하지는 않다고 하여 우리 둘 다 각자의 국가원수들까지 들먹여가며 폭소를 터뜨려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 사진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수도인 Pretoria의 관청 >


  남아프리카의 수도는 참 별나다. 죠하네스버그는 그저 최대의 상업도시일 뿐이고, 행정수도는 바로 옆에 있는 프리토리아, 입법수도는 케이프타운, 그리고 사법수도는 블룸폰테인으로 그야말로 삼권이 철저하게 분립되어 있다. 죠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등의 도시도 그렇고 주변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등을 보면 전혀 이곳이 아프리카라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게된다. 마치 미국이나 유럽의 고속도로를 지나는 착각을 주게 된다.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는 그리 특색 있는 곳은 아니지만 마치 미국의 어느 대도시에 온 것처럼 도시가 공원과 같이 매우 잘 정돈이 된 곳이다. 프리토리아에서 눈여겨볼 곳은 무엇보다도 시내전경이 보이는 산기슭에 세워진 개척기념관으로 남아프리카의 이민역사를 그린 대형 벽화가 부조로 그려져 있어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사와 같은 백인들이 남아프리카에 뿌리를 내린 역사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 사진 - Lesedi 민속촌의 전통공연모습 >

 

  남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의 생활모습은 프리토리아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30분 걸리는 레세디란 곳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레세디 민속촌은 남아프리카의 흑인중 4대부족인 Zulu, Ndebele, Xhosa, Shoto 등의 마을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남아연방의 흑인 중에서 가장 큰 부족은 줄루족으로 세력의 크기에 못지 않은 용맹스럽고 호전적인 부족으로 알려져있다. 레세디 민속촌에서의 하루는 남아프리카의 어느 지방을 여행하는 것 보다도 가장 큰 인상을 남기게 하는 곳이다. 그들의 험난하였던 역사를 영화를 통하여 소개하며 이어서 여러 흑인부족들의 마을을 지나가게 된다. 그 곳의 집들은 물론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기는 하나 관광객을 위한 Show Room이 아니라 그 민속촌에서 일하는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 사진 - Lesedi 민속촌내의 전통가옥으로 만든 숙소. 모든 방문객은 담당 직원이 배정된다. >

 

그중 일부는 움막의 내부에 침대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어 관광객한테도 개방을 하고 있어서 아주 독특한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우선 방은 각 부족의 주거형태에 따라 고루 갖추고 있어서 관광객이 원하는 부족의 숙소를 선택할 수 있으며 그 부족의 청년이 배정되어 하루를 지내는 동안 민속공연장이나 식당 등 모든 것을 안내하여 그들의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보니 이 민속촌을 찾는 관광객들은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 만은 아니었다. 마침 크리스마스시즌이라 남아프리카의 여러 곳에서 흑인들이 그들 조상들의 삶의 현장을 함께 하고자 찾아오고 있었으며 저녁시간에는 남아프리카의 백인관광객들과 어울려서 춤과 노래를 즐기는 데에 이 때 만큼은 그 어느 구석에서도 흑백차별에 관한 꼬투리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 사진 - Lesedi 민속촌에서 백인 방문객들과 흑인 안내원들이 모여 춤가 노래를 즐기고 있다. >

 

  남아프리카의 관문으로 죠하네스버그를 이용하게 되면 이틀 정도 틈을 내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폭포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빅토리아폭포는 남아연방의 바로 위에 있는 이웃나라 짐바브웨에 있으며 마을 이름자체가 빅토리아폭포(Victoria Falls)이다. 빅토리아폭포는 그 규모는 브라질의 이과수폭포에는 못 미치지만 낙차는 훨씬 큰 폭포로 멀리서부터 물기둥과 함께 웅장한 굉음으로 폭포의 규모를 가늠케 한다.


< 사진 - Zimbabwe 에 있는 빅토리아폭포 Victoria Falls, 세계최고의 낙차를 자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