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염에 좋은 피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입맞춘다 쪽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충남 예산 지방의 민요인 ‘나무 노래’에 나오는 피나무의 ‘피’자는
칼로 베어 나오는 피가 아니라 껍질 피(皮)를 뜻하는 말이다.
피나무는 껍질로 이름 난 나무다.
껍질의 섬유질이 삼베보다도 질기고 물 속에서도 잘 썩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옛 사람들은 이것을 노끈, 삿자리, 그물, 자루, 망태기, 미투리 등을 만드는 데 썼고, 기와 대신 지붕을 이는 데 쓰기도 했다.
피나무 목재 또한 결이 부드럽고 연하며 가벼워서 인기가 높았다.
조각 재료에 최고로 쳤고 가구 재료로도 으뜸이었다.
특히 울릉도에서 난 섬피나무 바둑판과 소반은 신분이 높은 귀족들이 지극히 탐내는 귀한 물건이었다.
피나무는 약으로의 쓰임새도 매우 중요하다.
초여름에 피는 피나무 꽃은 꿀이 많은 것으로 이름 높지만 약으로도 중요하게 쓴다.
피나무 꽃은 발한 작용이 뛰어나 감기·몸살 등에 땀을 내는 약으로 쓰며, 신경쇠약, 불면증 등에도 쓴다.
피나무 꽃에는 향기가 나는 정유 성분과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기침을 삭이고 열을 내리며 통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 위암, 헛배 부른 데, 위염, 위궤양에도 일정한 효력이 있다.
피나무 꽃, 잎, 껍질에는 정유와 후라보노이드 배당체, 사포닌, 탄닌, 망간이 들어 있는데
특히 껍질에는 쿠마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피나무 꽃은 초 여름철에 따서 그늘에 말렸다가 달여서 복용한다.
피나무 꽃은 열을 내리고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탁월하므로 모든 염증성 질병과 열병에 쓸 수 있다.
골수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면 피나무를 한번 써볼 만하다.
실제로 피나무로 악성 골수염을 고친 사례가 여럿 있다. 골수염에는 피나무 엑기스를 내어 복용한다.
피나무 엑기스를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 깊은 산 속에서 자란 피나무 줄기를 잘라 30센티미터쯤 길이로 토막 낸 다음 잘게 쪼개어
3말 이상 들어가는 오지 항아리에 담근다.
그런 다음 피나무가 들어 있는 항아리보다 조금 더 큰항아리를 땅에 파서 항아리 주둥이를
삼베로 두 겹 씌우고 명주실로 단단히 묶은 다음 항아리를 땅에 묻힌 항아리 위에 거꾸로 엎어놓고
새끼줄로 거꾸로 항아리 전체를 칭칭 동여맨다.
■ 그 위에 진흙을 이겨 손바닥 두께로 붙이고 항아리 주둥이가 맞물리는 부분을 잘 밀봉한 다음
그 위에 왕겨를 아홉 가마니쯤 쏟아 붓고 불을 붙여 태운다.
일 주일쯤 지나서 왕겨가 다 타고 항아리가 식으면 아래 항아리에 고여 있는 피나무 엑기스를 꺼내어 약으로 쓴다.
복용하는 방법은 하루 3∼5번 한번에 소주잔으로 반잔에서 한잔씩 먹는다.
처음에는 조금씩 먹다가 차츰 양을 늘린다.
피나무 싹은 신장염에 효력이 있다.
봄철에 피나무 새순을 따서 그늘에서 말렸다가 몸이 붓거나 소변이 잘 안 나올 때 달여서 먹는다.
하루 10∼15그램을 달여 3∼5번 나누어 마신다.
신경성 위장병, 신경쇠약 불면증 등에는 초여름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따서 말린 것 3∼5그램을 달여서 차처럼 마시면 좋다
신장결석이나 통풍에는 피나무의 흰 속껍질을 까맣게 태워서 가루 내어 한번에 한 숟갈씩 차로 끓여 마신다.
이 방법은 살을 빼는 데도 효험이 있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에는 피나무 속껍질 15∼20그램에 물 1되(1.8리터)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차처럼 마신다.
피나무 껍질 달인 물로 얼굴을 씻거나 목욕을 하면 살결이 고와지고 기미, 주근깨가 없어진다.
피나무에는 종류가 많다. 우리 나라의 절간에는 피나무의 한 종류인 염주나무를 보리수라고 하여 심어 두고 신성시하는 데가 더러 있는데 염주나무도 피나무와 마찬가지로 약으로 쓸 수 있다.
피나무는 한방이나 민간에서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은 약재이다.
잘 활용한다면 난치병 치료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