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수치에 너무 떨지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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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실시한 건강진단 검사 결과를 최근 통보 받은 강모씨(35)씨. 건강진단표에 빼곡히 적힌 난해한 전문용어와 숫자의 숲을 헤쳐나가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게다가 웬 이상은 그렇게 많은지….
강씨에게 단단히 겁을 준 건강진단표를 보자(그래픽 참조). 이 정도 진단표를 받아들면 제 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겁이 덜컥 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심각한 결과는 아니다.
강씨의 건강진단표=강씨가 비만인 것은 맞다. 이는 운동·다이어트를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심전도의 우각차단은 흔한 소견이며 대부분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반대로 좌각차단은 심장병이 동반되는 경우가 잦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강씨는 중성지방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동맥경화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과식·과음을 삼가고 정기적인 운동을 통해 수치를 낮춰야 한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이 조금 높더라도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 지단백(HDL)수치가 함께 높으면 협심증·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은 그리 높지 않다"며 "HDL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과 결합, 혈액의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옮겨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피가 걸쭉해지지 않게 하려면 HDL은 60 이상으로 높이고, 저밀도 지단백(LDL)은 1백 이하, 중성지방은 1백50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암배아항원(CEA) 수치는 간 질환자·노인·흡연자의 경우 암이 없어도 올라갈 수 있다. 또 류머티스양 인자(RA-factor) 수치는 간 질환자·우울증 환자·건강한 노인에서도 높게 나온다. 이 수치가 80을 밑돌 경우 류머티스성 관절염이 아니기 쉬우나 80을 넘으면 관절염 가능성이 있다.
위내시경 소견의 위축성 위염은 위점막이 얇아졌음을 뜻한다. 이는 헬리코박터균 감염·노화현상과 관련이 있다. 위염이지만 실제 위에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서서히 위암으로 진행할 수도 있으므로 1~2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장형화생(腸形化生)은 위세포가 장세포처럼 변하는 것이다. 표재성 위염에서 위축성 위염을 거쳐 장형화생으로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작용한다는 가설이 있다. 이 소견이 있을 때도 1~2년마다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에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입을 통해 전염되는데 한국인의 70%가 보균자(保菌者)다.
간의 낭종은 흔히 물주머니나 물혹으로 불린다. 안에 세포덩어리나 염증이 없는 깨끗한 단순 낭종은 흔하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 종양이지만 위험하지 않다.
담낭(쓸개)의 용종은 건강한 성인의 2%에서 나타난다. 이 중 95%는 콜레스테롤 용종이다. 콜레스테롤 용종으로 확인되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몇개월 뒤 초음파검사를 다시 받아 크기의 변화가 없는지를 보아야 한다. 담낭 용종의 크기가 1㎝ 이상이고 암이 의심스러우면 초음파검사를 자주 받아보거나 암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황씨의 건강진단표=이번엔 45세 직장여성 황모씨에게 큰 좌절감을 안긴 건강진단표를 보자(그래픽 참조).
아직 황씨는 당뇨병 환자는 아니다. 공복(空腹)시 정상 혈당은 1백10, 당뇨병 환자의 혈당은 1백26 이상이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최윤호 교수는 "문제는 공복시 혈당이 1백10~1백26 사이인 '경계인'"이며 "그대로 방`치하면 당뇨병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일찍 혈당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고혈압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 1백40, 이완기 혈압 90 이상인 상태를 말한다. 연세대 의대 서일 교수(예방의학)는 "요즘은 1백20/8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혈압이 이보다 높으면 정상 범위 내에 있더라도 고혈압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으므로 금연·체중감량 등을 통한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황씨는 또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이 의심되는 결과가 나왔지만 GOT·GPT 등 다른 간기능 수치들이 정상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일 GOT·GPT의 혈중 농도가 정상(40 이하)보다 높다면 간세포가 파괴되고 있음을 뜻한다. 황씨처럼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만 있고 간기능 수치는 정상이라면 보균자이므로 가족 등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방의 섬유낭성 질환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과잉으로 유방 내 섬유조직과 상피조직이 증식된 상태를 가리킨다. 유방 촬영을 하면 정상 유방이라도 절반쯤이 이런 소견을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질환으로 보기 어렵다.
난소 낭종 가운데 안에 세포덩어리가 없는 단순 낭종이면서 크기가 7㎝보다 작을 때는 대개 저절로 없어진다. 1~2개월 후에 다시 초음파검사를 실시해 없어지거나 작아지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 조상헌 교수(내과)는 "검사 수치가 정상 범위를 조금 벗어나더라도 질병과 무관할 수 있으므로 너무 겁 먹지 않아도 된다"며 "때로 건강한 사람도 비정상으로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고 조언한다.
매독 반응검사가 좋은 예로 노인에서 간혹 비정상으로 나온다. 이로 인해 할머니·할아버지가 매독환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빌리루빈 수치(황달지수)도 속이 빈 상태에서 재면 조금 올라갈 수 있다. 이 수치가 증가했다고 해서 간에 이상이 있다고 지레 걱정하는 것은 엄살이 되기 쉽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사람이나 흡연자는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가 정상 범위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위내시경 검사나 위장 촬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염 진단을 받지만 증상이 없으면 꼭 치료를 요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간·신장낭종(신장의 물혹)·유방의 섬유낭성 질환 등도 일상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환자들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과거 검사와 비교해 보자=건강검진을 하는 의사들이 가장 흔히 접하는 질문은 "작년 검사에선 병이 없었는데 왜 올해 생겼을까"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전성훈 교수는 "이 의문의 해답은 대부분 환자 건강진단표에 있다"며 "매년 검사 수치들이 정상 범위의 위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고 풀이했다.
과거의 건강진단표를 잘 간직해 두었다가 새로 받은 진단표의 수치들과 잘 대조해 변화의 추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강씨의 건강진단표
비만도:127%(신장170㎝, 체중80㎏)
심전도:우각차단(右角遮斷)
중성지방(TG):350㎎/㎗ (정상치=200 미만)
암배아항원(CEA):5ng/㎖ (정상치=3.5 미만)
류머티스양 인자(RA-factor):60IU/㎖(정상치=20 미만)
위내시경 검사:경도의 위축성 위염, 장형화생, 헬리코박터균 양성
복부초음파 검사:간 낭종(크기 2㎝), 담낭 용종(5㎜)담낭 용종(5㎜)
황씨의 건강진단표
공복시 혈당:125㎎/㎗
수축기 혈압:130㎜Hg
이완기 혈압:85㎜Hg
복부 초음파 검사:지방간 우려
GOT:28IU/ℓ
GPT:24IU/ℓ
B형 간염 항원:양성
유방촬영술:섬유낭성 질환
복부초음파 검사:난소의 기능성 낭종(3㎝)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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