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수술의 유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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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바늘 이용 단 5분이면 디스크 수술 끝, 입원이 필요없고 수술 뒤 바로 퇴원하는 첨단 디스크 수술법.” 요즘 스포츠지 등을 통해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수술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는 광고문의 한 사례다. 또 최근 몇년 사이에는 서울은 물론 지방 곳곳에 척추전문 병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척추수술은 2000년 2만2천건, 2001년 4만6천건, 2003년 6만4천건으로 최근 3년 사이에 무려 283%나 급증한 것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집계했다.
특히 척추 고정술을 받은 환자 비율은 2001년 기준으로 미국 성인인구 10만명당 33명인 데 반해 우리 나라는 65명으로 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척추수술의 전성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무분별한 척추수술을 막기 위해 척추수술 가이드라인을 준비중인 대한척추외과학회와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소속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척추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허리 디스크와 관련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다섯 가지 사항을 살펴본다.
[사진설명]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는 오른쪽 그림에서 척추 아래쪽의 4번과 5번 요추와 골반척추뼈 사이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와 주로 발생한다. 4번과 5번 요추 사이에서 디스크가 튀어나와 주로 발생한다. 4번과 5번 요추 사이의 단면도 가운데(가)는 허리 디스크에 걸리지 않은 정상인, (나)는 디스크가 튀어 나와도 요추신경이 피할 공간이 충분해 자연치유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 (다)는 디스크가 조금만 튀어나와도 요추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심하고 잘 낫지 않아 수술 가능성이 높은 환자의 사례이다.
■ 요통과 허리 디스크를 구분하라
허리 디스크 환자한테서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요통과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인데 대부분 요통보다 다리의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또 요통은 허리 부위뿐만 아니라 엉치 부위의 통증으로도 많이 나타난다.
환자에 따라서 요통이 주증상인 경우도 있고, 다리의 통증이 주증상인 경우도 있지만 요통을 허리 디스크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다리의 증상이 전혀 없이 요통만 있는 경우에는 허리 디스크보다는 다른 원인에 의한 요통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게 좋다.
한편, 튀어나온 디스크 이외에도 척추 골수염으로 인해 고름이 요추 신경을 누르거나, 척추 종양에서 종양 조직이 척추 신경을 누를 때도 허리 디스크와 비슷한 증상들을 보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 허리 디스크 80%는 저절로 낫는다
허리 디스크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전체 환자의 75~80%가 한두 달 정도 안정 가료만 취하면 현저하게 호전되고 시간이 좀 걸려도 결국 자연치유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 보편화된 이후 돌출된 디스크의 크기가 저절로 줄어드는 현상을 많이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또 디스크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아도 통증이 저절로 해소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당장 아픈 통증에 대해서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으로 관리하면서 적어도 한달 이상은 허리 디스크가 자연치유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기다려 보는 게 좋다.
■ 환자 증상, 수술 결정에 가장 중요
자기공명영상 촬영 사진에서 디스크가 엄지손톱만하게 크게 터져나와 있어도 통증이 별로 없는 환자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는데, 이 경우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척추 마디에서 삐져나온 디스크의 크기보다 환자가 실제로 느끼고 있는 통증의 크기에 의거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허리 디스크 환자의 응급증상으로는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할 때 △발가락이나 발목의 힘이 현저하게 약해졌을 때 △아주 드물게 대·소변을 보는 힘이 약해지거나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을 때 등을 꼽을 수 있다.
■ ‘최소침습 수술’이면 첨단이고 좋은가
척추수술은 칼로 피부를 절개하는 관혈적 수술, 칼을 쓰지 않는 비관혈적 수술 등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최소침습이란 내시경, 현미경, 관절경 등을 이용해 피부 상처를 최소화하고 레이저, 고주파, 카이모파파인 효소 등을 이용해 간단하게 디스크 수핵의 부피를 줄여주는 비관혈적 수술을 가리킨다.
가장 흔한 척추수술인 허리 디스크 최소침습 수술로는 1980년대 초반에는 카이모파파인 주사요법이, 1980년대 말에는 뉴클레오톰 시술이, 1990년대 초반에는 레이저 시술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고, 최근 1~2년 사이에는 고주파열을 이용한 수핵성형술이 유행하고 있다.
주요 대학병원의 척추수술 전문 교수들은 “관혈적 수술법이 갖고 있는 전신 마취 및 절개라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최소침습적 디스크 수술이 고안돼 왔다”며 “그러나 세계적 척추 전문가들은 허리 디스크에 대한 확실한 수술적 치료법은 ‘관혈적 추간판 절제술’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고 밝혔다.
어차피 심한 증세의 환자한테는 최소침습 수술을 적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간단한 최소침습 수술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라면 상당수는 최소침습 수술을 받지 않아도 증세가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허리 근육 강화시켜 디스크 예방을
척추는 크게 척추뼈, 디스크, 인대, 근육, 신경의 다섯 가지로 이뤄져 있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모두 튼튼해야 강한 허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근육 이외에는 인위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노력한 만큼 강해지지는 않는다. 허리근육 강화 체조, 수영, 빨리 걷기, 등산 등의 운동으로 허리 근육을 강하게 함으로써 강한 허리를 만들 수 있고 단순 요통도 예방할 수 있다.
또 디스크로 진단을 받아도 움직일 수만 있다면 움직이는 게 좋다. 과거에는 3주에서 한달 가량 절대안정을 취하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오래 누워서 쉬면 허리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며칠만 쉰 뒤 움직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반드시 알아야 할 5가지
-다리통증이 더 심하다
-80%는 '시간이 약'
-통증정도따라 수술을
-첨단수술 과신 금물
-허리강화운동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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