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의 표상, 대나무를 말하다
맹종대. 마디에 테가 하나씩 생기고 잎이 좁고 짧으며 마디 사이가 짧고 줄기가 굵다.
대는 줄기와 잎이 아름답고 깨끗하여 사람들한테서 사랑을 받는다. 대는 그 성질이 맑고 차고 푸르고 곧다. 청아하고 고고한 품위와 맵시, 매서운 추위 속에서야 오히려 돋보이는 짙푸른 기개(氣槪), 깨끗하게 안을 비워 두는 결백함 등의 이 모든 성질들이 절개와 청렴(淸廉)과 결백(潔白)을 생명과 같이 여기는 우리 옛 선비와 같다. 우리나라는 선비의 나라이고 그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나무가 대나무다. 그런 까닭에 대는 시인, 묵객(墨客), 학자, 화가들이 즐겨 예찬하였다. 대의 청담, 한아(閑雅)한 기운은 군자의 품위가 있어 청정 고결한 마음과 가장 잘 어울렸다.
대문장가이며 대 그림을 잘 그려서 유명하였던 소동파(蘇東坡)는 고기를 안 먹고 살 수는 있어도 대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였다.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마를 뿐이지만 대가 없으면 마음이 저속해진다는 것이다. 대에는 고요한 선미(禪味)와 아울러 치열한 정신미가 있다. 우리 선조들의 대쪽같이 곧은 절개와 반석 같은 선심(禪心)을 키워준 것은 대나무가 아니었을까.
굳고 곧음이 대〔竹〕의 덕
곧고 곧은 성품으로 몸을 세우다. 分水固固以樹德 竹性直直以立身
마음을 비워둠은 대의 길 竹心空空以體道 分節貞貞以立志
맑고 깨끗하게 뜻을 세우다. 故君子樹之
하여 군자는 대를 심는다.
-백낙천 <양죽기(養竹記)>
기후에 대한 적응력 뛰어난 ‘세한삼우'
대는 편의상 나무로 분류하지만 따지고 들면 나무로 보기도 어렵고 풀로 보기도 어렵다. 해가 갈수록 줄기가 굵어지는 것을 나무로 분류하고 땅 위에 난 부분이 해마다 말라죽는 것을 풀로 치는데, 대는 그 어느 쪽에도 넣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무도 풀도 아닌 것〔非木非草〕이라 했고 거꾸로 된 풀이라고도 하여 한자로는 풀 초(草)자를 거꾸로 하여 대 죽(竹) 자를 쓴다는 말도 있다. 그래도 따지기를 일삼는 사람들은 대를 틀림없이 풀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틀림없이 나무라고 우기기도 하는데,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대는 그냥 대일 뿐이다. 그저 나무 같은 풀이라든지 풀 같은 나무라고 해 두자.
대는 열대성 식물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남,북미 대륙에서 나고 유럽과 남극대륙에는 없다. 원래 자생지는 수마트라 섬과 하와이와 폴리네시아의 여러 섬들이라고 생각되고 온대지방의 대는 사람이 가져다 심어 추운 기후에 적응시킨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숲에 눈이 쌓인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열대와 한대가 함께 어울려 멋진 조화를 이룬 풍경이다. 열대성 식물인 대가 소나무, 매화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지칭되는 것을 보면 대가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
대는 종류가 많아 전세계에 50속 1천2백종쯤이 자라는데 우리나라에는 19종을 가꾸고 있으며, 임업시험장에서 시험재배중인 것까지 합치면 70종쯤 된다.
대는 줄기가 단단하고 듬성듬성 마디가 있으며 매끄럽다. 줄기 속은 비어 있고 막힌 부분은 마디를 이루며 마디에서 잔가지가 2~5개씩 난다.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는데 땅윗줄기와 비슷하지만 마디가 짧고 마디에서 실 같은 뿌리와 순이 난다. 잎은 길고 뻣뻣하며 매끄럽고 끝이 빠르며 잎자루가 짧다. 전체에서 청랭한 기운이 돌며 느낌이 깨끗하다.
대는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의 하나다. 보통 나무보다 무려 2백배나 빨리 크는데, 5월 중순에서 6월초에 죽순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30~50일이면 성장을 끝내고는 더 크지도 굵어지지도 않는다. 대신 해가 지날수록 줄기가 단단해지고 색깔이 누렇게 변해간다. 맹종죽(孟宗竹)은 하루에 1미터 넘게 자란 것이 관측된 적이 있는데, 대의 놀라운 신장력은 뿌리에서 여러 해 동안 저장해둔 영양물을 한꺼번에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대나무 순은 땅속줄기의 마디에서 난다. 이 마디에는 눈(芽)이 하나씩 있어서 죽순으로 올라오기도 하고 땅속줄기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죽순은 3~5년쯤 된 마디에서 나며 땅속줄기가 굵고 실할수록 영양을 많이 저장하고 있어 굵은 죽순이 난다.
2세를 위해 몸 바치는 헌신적인 나무
짧은 기간 안에 자람을 끝내고 나면 대는 열심히 햇볕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을 해서 영양분을 땅속줄기로 보내서 저장한다. 다른 식물은 대개 잎이 생산한 양분으로 줄기를 굵게 하고 키를 늘리지만 대는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 모두 땅 속으로 보내버린다. 그러므로 대줄기는 해가 갈수록 노화하여 색이 누렇게 되고 7~10월쯤 되면 말라서 죽는다. 3~5년 동안 열심히 비축을 해서 죽순 하나를 밀어 올리는데, 2세를 위해 몽땅 자신을 투자하는 헌신적인 정신을 가진 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충정공 민영환 선생이 자결한 뒤, 피에 젖은 옷을 보관한 골방에서 대나무가 마루 틈을 뚫고 올라왔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옛날 중국에서는 죄인을 처형할 때에 자라고 있는 죽순 위에 올려놓아 죽순이 몸을 뚫고 올라오게 했다고 한다. 일본의 선사 료칸 화상(良寬和尙)도 사람이 들어올리기도 힘든 마룻장을 들어올리고 솟아오르는 죽순을 보고 마룻장을 뜯어내어 대나무가 자라게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만큼 죽순이 올라오는 힘이 강하다.
대의 꽃을 본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대 꽃은 보기가 힘들다. 대 꽃은 벼나 보리의 꽃과 비슷하며 엷은 녹색이다. 그런데 벼나 보리의 꽃도 자세히 본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대나무는 일생에 한 번 꽃이 피고, 꽃이 피고 나면 말라죽는다. 대숲 전체가 말라죽는 것이 보통이나 일부분만 말라죽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후에 대 꽃이 피어 대숲이 말라죽어 대밭이 많이 사라졌다.
대 꽃은 60년, 또는 1백년, 1백20년 만에 핀다는 말이 있는데 언제 왜 대 꽃이 피는지는 아직 잘 모르고 대여섯 가지의 학설이 있다. 일정한 수명이 있어 주기적으로 핀다는 것, 땅 힘이 약해지고 영양이 부족하여 더 이상 죽순을 내기 어려울 때 핀다는 것, 대나무 자체의 생리변화에 따른 호르몬 분비로 꽃이 핀다는 것, 또는 병충해로 인한 피해와 기후의 변화, 유전, 태양흑점이 많아지면 꽃이 핀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주장이 있는데, 위의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된 것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백년 만에 꽃피는 인내력 강한 식물
대 꽃은 대숲 전체와 그 부근의 대숲이 한꺼번에 피기도 하고 한 부분이 피기 시작하여 2~3년 내에 전체 대숲으로 퍼지기도 한다. 꽃이 피고 나면 보통 대밭 전체가 말라죽지만, 드물게는 뿌리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가 2년 후에 새 죽순이 올라와 새로운 대밭을 만들기도 한다. 대나무 외에 꽃을 보기 힘든 식물로 용설란(龍舌蘭)이 있는데 이 식물은 1백년 만에 꽃이 피고 꽃이 피고 나면 말라죽는다. 그래서 ‘세기(世紀)의 식물’이라는 별명이 있다.
대는 볏과에 딸린 식물이므로 꽃은 물론 열매까지도 보리나 밀처럼 생겼다. 우리나라의 대나무는 열매를 잘 맺지 않지만 따뜻한 지방의 대는 열매를 잘 맺고 우리 나의 조릿대도 열매를 맺는 일이 있다.
대의 열매를 죽실(竹實), 죽미(竹米), 야맥(野麥) 등으로 부르는데 찰기〔粘性〕가 있고 맛은 수수와 비슷하며 떡이나 밥을 해 먹으면 맛이 괜찮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속에서 사는 사람 중엔 산죽(山竹) 열매를 모아서 식량으로 삼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다. 그걸로 술을 빚기도 하고 국수를 만들어도 먹는다. 몸을 가볍게 하고 기운을 돋군다는 옛 기록도 있는데 대 열매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등 남쪽의 조릿대 숲은 몇 십년 마다 꽃이 피어 모두 말라죽고는 열매가 떨어져 새 대밭이 만들어지곤 한다.
귀한 죽실은 봉황의 먹이
옛말에 봉황은 배가 고파도 아무 것이나 먹지 않고 다만 대나무 열매만 먹는다〔鳳飢不琢粟 所食唯琅?〕고 했다. 봉황은 곤륜산(崑崙山)에 살며 황하(黃河)의 물을 마신다는 귀한 새다 이 새가 대나무 열매만 먹고산다는 것은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다. 봉황은 본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 잘 모르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동물인 귀여운 곰 팬더는 대숲에 살며 대나무만을 먹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상징인 코알라 곰이 유칼리나무 위에서 살며 유칼리만 먹고 살듯이 한가지 나뭇잎만을 먹고사는 짐승이 있다.
대는 크게 나누어 열대와 아열대에서 자라는 남방(南方竹)과 온대에서 나는 북방죽(北方竹)이 있는데, 남방죽은 우리나라에 나는 북방죽과는 크게 다르다. 남방죽은 한 다발로 크게 모여서 나고 북방죽은 드문드문 하나씩 난다. 북방죽인 우리 나의 대숲은 사람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지만 남방죽은 그 속에 사람은 커녕 고양이도 들어갈 수 없다. 남방죽의 땅속줄기는 양끝이 가늘고 가운데가 굵어서 고구마같이 생겼으며 줄기와 잎도 우리나라의 대처럼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의 고급 음식점에서 이 남방죽으로 만든 젓가락을 많이 수입하는데, 한 번 쓰고 버릴 것을 비싼 값을 주고 다른 나라에서 사 오는 것은 지나친 낭비가 아닐는지? 남방죽은 탄력이 적고 단단하지 못하여 죽재로서의 가치도 북방 죽보다 훨씬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대나무중 대표적인 것으로 맹종대, 왕대, 솜대, 오죽, 이대, 조릿대 등이 있다. 맹종대〔孟宗竹〕는 대나무 중 가장 굵게 자라는 것으로 지름이 20센티미터가 넘는 것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키는 왕대보다 작으며 마디가 짧고 잎이 작아서 여느 대보다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마디에 테가 하나씩만 생기며 죽피(대나무를 싸고 있는 껍질 -죽순이 자라면서 곧 떨어진다)는 녹색이며 흑갈색의 반점이 있다. 죽순의 맛이 좋아 식용죽 이라고도 하며 죽순을 통조림으로 가공하여 시중에 내놓기도 한다.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1898년 일본에서 들어 왔으며 남쪽 해안 가까운 곳에 많이 심는다. 거제도 하청면이 유명한 맹종죽 산지다.
‘맹종죽'은 효자에서 딴 이름
옛날 중국에 맹종이라는 사람이 효심이 뛰어났는데 늙은 어머니가 병이 들어 다른 음식은 모두 마다하고 꼭 죽순요리를 먹기를 원했다. 맹종은 눈 쌓인 대밭에 꿇어앉아 죽순이 솟아나도록 천지신명께 밤낮 빌었더니 맹종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했던지 눈밭에서 죽순 몇 개가 솟아 올라왔다. 그 후로 맹종죽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의 왕은 역시 이름 그대로 왕대다. 왕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대나무 중에서 키가 가장 높게 커서 높이 30m에 이르는 것이 있다. 마디 사이가 길고 마디에 테가 두개씩 있는데 아래쪽에 있는 테가 조금 더 크다. 죽피는 엷은 갈색이며 죽순은 맛이 약간 쓰므로 고죽(苦竹)이라고 한다. 왕대는 탄력성이 좋고 가공하기가 좋아서 용도가 가장 널고 다양하다.
솜대는 담죽(淡竹), 또는 분죽(粉竹)이라고 하며 껍질(죽피)에 반점이 없고 마디 사이가 짧은 편이고 왕대보다는 줄기가 가늘다. 추위에 강한 편이어서 우리나라 중부지방까지 자랄 수 있으며 광주리, 바구니, 우산대, 부채살감 으로 가장 좋다.
화살을 만드는 시누대〔失竹〕는 오구대 또는 이대라고 하며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나고 엷은 갈색 껍질이 줄기를 싸고 있다. 붓대나 화살, 담뱃대를 만들기에 좋으며, 키 5m쯤, 지름 5~15mm쯤 크는 좀 작은 대로 울릉도에도 많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면적에 걸쳐 나는 것은 조릿대〔山竹〕다. 조릿대는 중,남부의 산 수림 아래서 나며 키 1~2m, 지름 3~6mm쯤 되는 가장 작은 대나무다. 조리나 소쿠리 등을 만들며 한라산과 지리산 고운동이 명산지다. 지금은 조릿대를 베어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조릿대 잎으로 차를 끓이면 적당히 단맛이 나는 차가 된다.
여러 종류의 대나무 줄기를 모아 보았다. 구갑죽, 반죽, 오죽, 인면죽, 금죽, 그리고...
이율곡 선생은 ‘오죽헌'에서 태어나
오죽(烏竹)은 이름대로 줄기가 검은빛이 난다. 흑죽(黑竹)또는 자죽(紫竹)이라고 부르며 죽순이 난 첫해에는 줄기가 푸른빛이지만 해가 갈수록 검게 변해간다. 그늘에서 자랄수록, 오래 묵을수록 줄기가 검다. 명대(明代)의 이름난 화가 문징명은 이 오죽을 자줏빛으로 많이 그렸다. 이율곡 선생이 나신 곳이 오죽헌인데 집 뒤에 오죽이 있다. 추위를 잘 견디고 키도 20m까지 꽤 높게 큰다. 오죽에 얼룩이 생기면 얼룩대〔斑竹〕라고 한다.
대에는 변종이 많다. 줄기에 거북등 껍질무늬 같은 마디가 생기는 귀갑죽(龜甲竹)도 있고 줄기가 구불구불 자라는 것도 있다. 네모난 대도 만들 수 있는데 죽순이 올라올 때에 사각형 틀을 만들어 세워 두면 틀에 맞추어 자라는 것이다. 틀을 만들기에 따라서 삼각형이건 오각형이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데, 사람은 재미로 할 수 있지만 대나무는 얼마나 괴롭겠는가. 갓 낳은 거북이의 몸통 가운데를 실로 묶어두면 자라면서 호리병박처럼 생긴 거북이가 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야자열매를 반으로 쪼개서 그 껍질 속에 머리를 넣어서 잠을 재우므로 그 나라 사람들의 머리 모양이 하나같이 야자열매처럼 생겼다.
대는 인간의 생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죽간(竹簡) 또는 간찰(簡札)이라고 하는, 대를 얇게 깎아서 이은 공책은 중요한 기록을 남기는데 썼고, 죽지(竹紙)라고 하는 종이 원료로도 썼으며 지금도 최고급 종이는 대나무로 만든다. 대는 용도가 넓고 다양하다. 낚싯대, 피리나 퉁소 같은 악기, 바구니, 상자, 붓통 같은 공예품, 베개, 삿갓, 돗자리, 발 등 각종 공예품 말고도 건축재로도 쓰며 중국에는 대나무로 만든 버스가 달리고 있다. 상고에 순(舜)임금이 처음 대나무로 밥그릇을 만들었고 우(禹)임금이 제기(祭器)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는 가재도구와 공예품으로 필수적
대는 소나무, 매화, 오동나무 등과 함께 가장 상서로운 나무로 쳤는데, <삼국유사>나 고대역사를 보면 대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삼국유사>에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얘기가 있다. 신라시대 신문왕(神文王) 때에 동해에 작은 산이 물위에 떠서 움직이고 그 산에 대나무가 있는데 낮에는 하나이다가 밤이 되면 둘로 나누어지곤 하였다. 홀연 한 마리 용이 왕에게 나타나 말하기를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것이라고 하였다. 왕이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병이 도망가고 질병이 나으며, 가뭄에는 비가 내리고 큰물은 그쳤으며 풍랑이 잔잔하여졌다고 한다. 대나무가 천지의 운행을 다스렸다는 기록이다. 대는 그만큼 신령한 힘이 있는 것으로 우리 선조들이 믿어온 것 같다.
대는 그 실용적인 면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동양인들의 심성과 정서를 가꾸는데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수 천년 동안 대는 시와 그림과 문장의 중요한 소재였고 대를 빌어 사상과 정서를 즐겨 표현하려 하였다.
‘죽순'요리는 맛과 약 성분 뛰어나
대는 약으로도 요리에도 많이 쓰는데 죽순요리는 대의 연한 싹을 조리거나 잡채, 전골 등에 넣어 먹는 것으로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한다. 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약간 아리면서도 산뜻하다 고나 할까 독특한 맛이 있다. 단백질, 당분, 칼슘, 회분, 인, 비타민 A, B, C, 등이 고루 들어 있으며 혈압이 높은 사람이나 뚱뚱한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다. 죽순을 요리할 때 쌀뜨물을 넣으면 맛이 훨씬 순하고 부드러워지는데, 그것은 쌀뜨물이 수산을 녹아 나오게 하고 산화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죽순밥, 죽순정과, 죽순채, 죽순탕 등 다양한 죽순요리가 있으며 가장 맛있는 죽순은 맹종죽으로 살찌고 부드러워 가장 인기가 있다. 왕대의 순도 좋은데 맛이 좀 쓰다.
죽순을 삶을 때 흰 가루가 나오는데 이 흰 가루는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물에 잘 안 녹는다. 죽순을 삶을 때는 뜨거워서 티로신이 녹지만 식으면 다시 굳어져 횐 껍질처럼 표면에 붙는다. 그러나 대나무 줄기 표면에 붙어있는 횐 가루는 티로신이 아니라 초의 일종으로 식물체 안의 물이 증발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대숲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기록을 살펴보면 경남 양산의 대밭은 중국에까지 알려져 장청(張情)이라는 명나라 시인은 양산의 대숲을 시로 노래하기도 하였다. 기록에는 경북 북부지방인 청송, 예천, 김천에도 대밭이 많았으며, 경남 밀양, 거제도에도 넓은 대숲이 있었다고 한다. 낙동강주변은 대숲이 우거져 호랑이가 그 속에 숨었으며 강릉?함흥, 종성, 명천 등 북부지방에까지 대가 많이 생산되었다고 한다. 명천의 고려 조릿대와 울릉도의 섬대는 특산품으로 크게 이름났다. <삼국사기> <고려사>등에는 호랑이가 왕궁에 침입했다는 기록이 자주 나오는데 왕궁 안에 대숲이 우거져 호랑이가 쉽게 숨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나무가 자라는 곳은 강원도 앙양에서 동해안을 따라 내려와 경북 안동, 김천, 충복 영동, 전북 무주, 충남 부여로 연결되는 선 아래 지방이다. 죽세공품의 명산지로 전남 담양이 알려졌지만 담양이 대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아니다. 담양보다는 경남의 하동, 진주에서 더 많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대숲을 가꾸기 가장 좋은 곳이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지방이다.
수입 좋고 지조 곧게 하는 식물
대밭을 금전(金田)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수입이 좋기 때문이다. 대는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을 좋아하고 물기가 많고 비료분이 많은 좋은 찰흙 땅에서 잘 자란다. 오죽이나 조릿대류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다.
대나무는 뿌리줄기를 끊어 심어서 번식시키는데 가장 좋은 시기는 죽순이 나오기 전인 3~4월이다. 대를 너무 빽빽하게 세워두지 말고 알맞은 때에 늙은 대는 솎아서 이용하고 젊은 대를 세워두는 것이 좋다. 대뿌리는 새 뿌리를 낼 때 반드시 위쪽으로 뻗으므로 해마다 흙을 넣어주어야 더 굵은 죽순이 나온다.
보통 대는 죽순과 죽재를 얻기 위해 가꾸지만 정원수나 풍치림으로도 가치가 높아 훌륭한 경관을 만드는 데에도 썩 좋다. 정원수로는 오죽, 조릿대 등이 품격이 높고 해장죽, 이대, 섬대 등은 집 주위에 울타리로 좋다.
대는 사람의 정서를 깨끗하고 윤택하게 하여주므로 대를 가까이 할수록 대의 곧고 꼿꼿한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조와 절개가 헌신짝처럼 버려진 이 시대에 벗할 이 없으니 울타리에 대 심어 친구 하여 볼까. 가냘프나 굳센 줄기, 드문드문 돋는 가지, 댓잎에 이는 바람, 댓잎에 듣는 비, 달빛 창에 비친 대그림자, 설중고죽(雪中孤竹)의 외로운 기상…… 명리에 혼탁해진 마음이 대숲을 한번 돌아 나오면 맑고 깨끗하게 씻기리라.
흙을 밀고 생겨난 죽순적 뜻을 그대로
무엇에도 개의 찮고 호을로 푸르러
구름송이 스쳐 가는 창궁(蒼芎)을 향하여
오로지 마음을 다하는 청렴의 대는
노란 주둥이 새새끼 팔러들 듯 날러 앉으면
당장에 한 그루 수묵(水墨) 향그런 그림이 되고
푸른 달빛과 소슬한 바람이 여기 잠기며
다시 찾을 수 없는 유현한 죽림이 되다
-유치환 <대>
대는 예로부터 인간정신과 가까운 친구이다. 품격이 가장 높은 나무의 하나로 쳤고 완전한 덕을 갖춘 군자〔全德君子〕의 상징으로 알아주었다. 신령한 힘이 숨어 있는 나무로도 여겨 사악하고 불결한 것이 침범하지 못하는 성역이자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장소인 솟대의 상징으로도 썼고, 절간이나 사당 주변에도 심어 신성한 영역임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우리의 세시풍속에 이른 새벽에 대문 밖에서 모닥불을 지피고 통대나무를 태우는 것이 있는데, 대를 태울 때에 마디 속에 있는 공기가 팽창하여 대통이 터지면서 ‘빵'하고 요란한 소리가 난다. 이 소리에 놀라 뭇 잡귀신들이 멀리 도망을 가버린다는 것인데, 그만큼 우리 선조들은 대나무의 신령한 힘을 믿은 모양이다.
대는 그 성질이 차다. 대를 차분히 관찰해 보면 찬 기운이 느껴진다. 그 찬 성질이 몸 안의 열을 내려주고 열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진 것을 풀어준다. 여러 가지 대나무 중에서 왕대(참대)와 조릿대를 약으로 많이 써 왔으며, 대나무 속껍질(죽여:竹茹), 대나무기름(죽력:竹瀝), 댓잎(竹葉), 대나무속진(죽황:竹黃) 등을 약으로 쓴다.
대나무속껍질〔竹茹〕
대나무의 가장 겉 층에 있는 아주 단단한 껍데기에는 백금(白金) 기운이 들어 있는데 거기에 신비가 있다. 해독?해열?치풍(治風)의 약성을 지니고 있다. -인산 김일훈
죽여는 참대의 속껍질을 말린 것이다. 그해에 자란 대를 베어 겉의 푸른 껍질을 깎아 버리고 약간 파릿한 횐 속껍질을 실오리 모양으로 깎아서 햇볕에 말린다. 맛은 달고 성질은 조금 차며 위경, 폐경, 간경에 들어간다. 열을 내리고 혈분의 열을 없애며 게우는 것을 멈추고 담을 삭이며 태아를 안정시킨다. 위열로 게우는데, 딸국질, 담열로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이 나며 숨이 찬데, 어린이의 경련성 질병, 피를 토할 때, 코피, 부정자궁출혈 등 혈열로 인한 출혈, 태동불안 등에 쓴다. 하루 5~9g을 달여 먹는다.<동의학사전>
대나무기름〔竹瀝〕
대나무의 마디를 잘라 버리고 쪼개어 쌓아놓고 가운데 부분을 가열하면 양쪽 끝으로 진득한 액체가 흘러내리는데, 이는 대나무의 진액으로서 그릇에 받아서 쓴다. 죽력은 성질이 아주 차고 맛은 달며 위경, 심경에 들어간다. 열을 내리고 담을 삭이는데, 담열로 인한 기침, 중풍으로 담이 성할 때, 경풍, 전간(간질), 파상풍 등에 쓴다. 그냥 마시거나 졸여서 엿을 만들어서도 먹고 알약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비(脾)가 약하여 설사하는 데는 쓰지 않는 것 이 좋다. <동의학사전>
"대나무 기름 속에는 죽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중풍에 쓰는 약이고 중풍에 청신경이 마비되면 귀가 안 들리게 되고 성대신경이 마비되면 말을 못하는 거, 그래 구금불음(口禁不音)이라 입을 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게 될 때엔 그 대나무 기름 죽력이 좋은 약인데…” 인산 김일훈
중풍으로 갑자기 쓰러져 졸도하여 입안에 가래가 끓고 심하게 코를 골며 소변을 가누지 못할 때 대나무 기름을 숟가락으로 떠 먹이면 의식이 돌아오고 가래가 삭으며 혈압이 내리는 수가 있다. 죽력은 중풍, 풍비, 번민, 소갈을 멎게 하며 피로를 풀어준다. 청화, 활담, 거담의 효과가 있다.
댓잎〔竹葉〕
여름철에 참댓잎을 따서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쓴다. 맛은 쓰고 성질은 서늘하다. 심경, 폐경, 위경, 간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낫게 하며 담을 삭이고 경련을 멈춘다.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며 갈증이 나는데, 위열로 게우는데, 가래가 나오면서 기침이 나며 숨이 찬데, 경간, 후두염, 설창 등에 쓴다. 하루 6~12g을 달여 먹는다. <동의학사전>
참댓잎은 종기를 낫게 하고 작은 벌레를 죽인다. 갑자기 목이 쉬어 소리가 껄끄럽고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진하게 달여서 한번에 마신다.
조릿대의 잎은 여름철 꽃피기 전에 베어 햇볕에 말린다. 조릿대 잎은 맛은 달고 심심하며 성질은 서늘하다. 신경에 작용한다. 심열을 내리고 번열을 없애며 오줌을 잘 누게 한다. 해열, 이뇨작용이 실험에서 밝혀졌다. 열병으로 입안이 마를 때, 오줌이 붉으면서 잘 안 나을 때, 입안이 헐고 오그라들 때, 잇몸염 등에 쓴다. 9~15g을 달여 먹는다.<동의학사전>
참대속진〔竹黃〕
가을에 말라죽은 참대를 쪼개어 진을 긁어낸다.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다. 심경에 들어간다. 열을 내리고 담을 삭이며 심열을 없애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경련을 멈춘다. 열성병으로 정신이 흐려지고 헛소리를 할 때, 어린이 급경풍, 중풍으로 말을 못할 때, 전간(간질), 신경통 등에 쓰는데, 하루 3~9g을 달이거나 가루 또는 알약으로 만들어 먹는다. <동의학사전>
대의 성분은 종류에 따라 조금 다르나 D-글루코오스, L-크실로오스, 규산, 석회, 칼리 등이며, 청량 진정약 또는 열성별 치료에 주효하다. 몸이 차거나 혈압이 낮은 사람은 안 쓰는 것이 좋다.
죽순이 자라다가 죽어 까맣게 된 것을 선인장(仙人杖)이라 하여 아기가 젖을 토할 때나 경기를 할 때에 쓰면 효험이 있다고 하며, 대나무 줄기에 기생하는 균이 점점 발달하여 커져 누런 황토 흙처럼 되는 것이 있는데 천죽황(天竹黃)이라 하여 귀한 약재로 여기기도 한다.
대는 한여름 더위에 지쳐 머리가 무겁고 목이 마르고 밥맛이 없는 사람에게 더위를 이기게 하고 갈증을 없애준다. 당뇨로 열이 있는 사람도 댓잎을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으며, 몸 안에 수분이 부족할 때 생기는 토사곽란, 코피, 피를 토할 때에도 효과가 있다. 해산 후에 열이 나고 팔다리가 마비되며 머리가 아프고 식은땀이 날 때에 다른 약재와 섞어서 쓰면 좋은 효력이 있다.
어려서부터 들어오던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심하게 얻어맞아 전신의 뼈도 부러지고 상처투성이에다 온통 피멍이 들고 몹시 부어올라 죽을 지경이 되었다. 급하게 백방으로 약을 구해 써보았으나 별 효험이 없었는데, 어떤 사람이 귀한 약이라며 물약을 주기에 먹었더니 몸이 곧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그 물약은 빗물이 들어가지 않는 재래식 변소의 똥통에 대나무토막을 마디가 막힌 채로 몇 달, 혹은 몇 년을 담가 두었다가 꺼내면 마디 속에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 괴어 있는데 냄새도 없고 마시기에도 좋다고 한다. 똥통 안에 넣어둔 대통 속에 고인 물이 어혈, 타박상, 골절 등에 좋다는 것이다. 대의 세포가 호흡하면서 똥 속의 독을 걸러내 버리고 약 성분을 흡수, 투과시킨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조릿대 꽃. 대나무는 수십 년 혹은 백여 년 만에 한 번 꽃이 핀다.
흔하지만 귀한 약효, 쇠비름 | 약초 연구 |
2005/05/16 0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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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 잎은 푸르고, 꽃은 노랗고, 줄기는 빨갛고, 씨앗은 까맣고, 뿌리는 하얗다 하여 오행초라고 부른다.
이질을 낫게 한 잡초
옛날, 아버지를 여의고 나이 많은 어머니와 세 아들이 함께 사는 집이 있었다. 맏아들과 둘째 아들은 장가를 들어 가정을 꾸렸지만 막내아들은 아직 총각이어서 늘 쓸쓸하게 지냈다. 늙은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혼자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민며느리를 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중매장이를 통하여 가난한 집 처녀를 돈을 주고 사서 막내아들의 민며느리로 삼았다. 그런데 늙은 시어머니와 큰 동서는 이제 열네 살밖에 안 된 어린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심하게 구박했다. 다 헤어진 옷을 입히고 먹다 남긴 음식을 주었으며 힘들고 어려운 일만 시켰다. 그뿐 아니라 걸핏하면 막내며느리한테 욕을 하고 때리기까지 했다. “거지 같은 것이 일은 안하고 게으름만 피워.” “글쎄 말예요.” 그러나 둘째 동서는 마음씨가 착하여 막내며느리가 울고 있으면 위로해 주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몰래 남겨 두었다가 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해 여름 이질이 유행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질은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는 병으로 불쌍하게도 막내며느리도 이질에 걸리고 말았다. 막내며느리가 배가 아프다면서 앓는 것을 본 큰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가서 말했다. “어머니, 저 거지 같은 애가 이질에 걸렸나 봐요. 그대로 두면 우리한테 옮을지도 모르니 일찌감치 내쫓아 버립시다.” “돈 주고 사온 며느리인데 내쫓아 버리면 너무 아까우니 좀더 두고 보다가 병이 나으면 또 부려먹지.” 시어머니는 막내며느리를 밭에 있는 움막으로 보내서 혼자 살게 했다. 막내며느리는 너무 슬펐다. 남편은 아직 어려서 아무 것도 몰랐고 어디 기댈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이렇게 살면 뭐 하나,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밭 옆에는 마침 우물이 하나 있었다. 막내며느리가 우물에 뛰어들어 죽으려고 하는 순간 둘째 며느리가 급히 달려와 말렸다. “동서, 죽으면 안 돼. 아직 살아야 할 날이 얼마나 많은데 죽으면 어떻게 해. 앞으로 좋은 날이 올지 어떻게 알아. 자, 내가 죽을 쑤어 왔으니 이걸 먹고 힘을 내. 그리고 며칠 기다려. 내가 의원한테 가서 약을 지어 올게.” 둘째 며느리의 위로에 막내며느리는 마음을 고쳐 먹고 밭에 있는 움막에서 살기로 했다. 그러나 약을 지어 오겠다던 둘째 며느리는 여러 날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배가 고프고 지친 막내며느리는 밭둑에 있는 풀을 뜯어서 삶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그런데 며칠 동안 풀을 뜯어먹고 나니까 배도 아프지 않고 설사도 멈췄으며 몸이 가뿐해졌다. “야! 병이 다 나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막내며느리는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집에 오니 어찌된 일인지 대문에 삼베 조각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조금 있으니까 막내며느리의 남편이 상복을 입고 나왔다. “아니 어찌 된 일이예요?” “어머니와 큰 형수님이 이질로 돌아가셨소. 그리고 둘째 형수님도 이질로 앓아 누워 있소. 그런데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니 어찌 된 거요?” “밭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병이 나았어요.” 막내며느리는 곧 앓고 있는 둘째 며느리한테 갔다. “네가 아직 살아 있다니. 내가 이 꼴이 되어서 너에게 약을 가져다 주지 못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형님, 저는 밭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병이 나았으니 제가 그 풀을 뜯어 올게요. 그걸 먹으면 나을지도 몰라요.” 막내며느리는 들에 나가 그 풀을 뜯어서 끓여 둘째 며느리에게 갖다 주었다. 과연 그 풀을 달인 물을 먹고 나니 둘째 며느리의 병이 나았다. 그 뒤로 이질을 낫게 한 그 풀의 잎 모양이 말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름을 마치현이라 불렀다.
다섯 가지 기운을 갖춘 五行草
마치현을 우리말로는 쇠비름이라고 부른다. 쇠비름은 길옆이나 밭에 흔하게 자라는 잡초이다. 밭농사를 짓는 사람들한테 쇠비름은 골칫덩어리다. 아무리 뽑아버려도 끈질기게 자라나오며 아무리 가물어도 죽지 않고 제초제를 쳐도 잘 죽지 않는다. 뽑아서 밭둑에 쌓아 놓아도 여간해서는 마르지 않으며 비만 오면 다시 살아나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근성이 지독한 식물이다. 쇠비름은 줄기와 잎이 다육질로 잎은 긴 타원 꼴이고 줄기는 붉다. 한해살이풀로 줄기는 밑동에서 갈라져 땅을 기면서 자라고 꽃은 6월에서 가을까지 노랗게 피며 열매는 꽃이 지고 난 뒤에 까맣게 익는다. 쇠비름을 오행초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다섯 가지 색깔, 즉 음양오행설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기운을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쇠비름은 다섯 가지 빛깔을 다 지니고 있다. 잎은 푸르고 줄기는 붉으며, 꽃은 노랗고, 뿌리는 희고, 씨앗은 까맣다. 쇠비름은 유난히 여름철의 뜨거운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한 여름철 대낮의 뙤약볕 아래에서는 모든 식물이 시들시들해져서 잎이 축 늘어지지만, 쇠비름은 햇볕이 강할수록 오히려 더 생생하게 생기가 나며, 잎과 줄기에 수분을 많이 저장하고 있어서 아무리 가물어도 말라죽지 않는다. 쇠비름의 이런 성질을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중국에 하늘에 태양이 10개가 나타나서 모든 강과 시냇물이 마르고 강한 햇볕에 땅이 거북등처럼 갈라졌으며 곡식과 나무와 풀들이 모두 누렇게 말라 죽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원망하면서 산 속에 있는 동굴에 숨어 살았다. 이 때 후예라고 하는 몹시 힘이 세고 용기가 뛰어난 장수가 나타났다. 그는 백성들을 강한 뙤약볕으로부터 구해 내기 위해 활을 쏘는 법을 익혔다. 마침내 그는 활 쏘는 법을 완전히 익혀서 태양을 향해 활을 쏘아 하나씩 떨어뜨렸다. 아홉 개의 태양을 떨어뜨리고 낮 마지막 한 개 남은 태양은 두려워서 급히 쇠비름의 줄기와 잎 뒤에 내려와 숨었다. 이렇게 해서 태양은 후예의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그 뒤로 태양은 쇠비름에게 은혜를 갚기 위하여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도 말라죽지 않게 하였다. 그 덕분에 한 여름철 강한 햇볕에 다른 식물들이 모두 축 늘어져 있지만 쇠비름은 저 혼자서 싱싱하게 살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쇠비름은 태양의 정기를 온 몸으로 흠뻑 받으면서 자라는 약초이다. 그런 까닭에 생명력이 가장 억세고 기운이 충만하다.
악창과 종기 다스리는 長命菜
쇠비름은 갖가지 악창(惡瘡)과 종기를 치료하는 데 놀랄 만큼 효험이 있는 약초이다. 쇠비름을 솥에 넣고 오래 달여 고약처럼 만들어 옴, 습진, 종기 등에 바르면 신기하다고 할 만큼 잘 낫는다. 오래된 흉터에도 바르면 흉터가 차츰 없어진다. 쇠비름은 피부를 깨끗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쇠비름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연한 순이 나오므로 아무 때나 뜯어서 데쳐서 찬물로 우려 낸 다음 양념을 해서 먹으면 맛도 그런 대로 괜찮고 장이 매우 튼튼하게 된다. 쇠비름은 이질이나 만성 장염을 치료하는 약으로 옛날부터 이름이 높았다. 장이 깨끗해지면 혈액이 맑아지고 살결이 고와지며 몸 속에 있는 온갖 독소들이 빠져나가서 무병장수할 수 있게 된다. 쇠비름은 장을 튼튼하게 뿐만 아니라 대변과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작용도 있다. 피부에 생긴 염증이나 종기에는 쇠비름을 날로 짓찧어 붙이면 잘 낫고 설사나 만성 대장염 등에는 쇠비름과 쌀을 같이 넣고 죽을 끓여 먹으면 잘 낫는다. 쇠비름은 우리 선조들이 나물로 많이 먹어 왔다.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소금물로 살짝 데쳐 햇볕에 바싹 말려 묵나물로 저장해 두었다가 물에 불려 양념을 넣고 무치든지 기름에 약간 볶아서 먹으면 맛이 썩 좋다. 쇠비름은 아무 곳에나 흔하기 때문에 잘 준비하면 좋은 겨울 찬거리가 된다. 옛날부터 쇠비름을 장명채(長命菜)라고 하여 오래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였고 또 늙어도 머리칼이 희어지지 않는다고도 하였다.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사는 사람들은 4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음식을 먹는 습관이 꼭 같다고 하는데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심장병이나 관상동맥질병으로 인하여 죽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크레타 섬의 주민들은 주변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은 밭에 잡초로 자라는 쇠비름을 늘 먹는 것이라고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쇠비름 전체에는 사람의 몸에 가장 유익한 기름 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쇠비름의 잎이나 줄기가 매끄럽고 윤이 반짝반짝 나는 것은 그 속에 들어 있는 기름 성분 때문이다. 쇠비름에 들어 있는 오메가-3이라고 하는 지방산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질 같은 몸 안에 있는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며 혈압을 낮추어 주는 등의 작용이 있다. 쇠비름은 지상에 자라는 식물 가운데서 오메가-3 지방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어
마당에 놓아먹이면서 쇠비름을 많이 뜯어 먹고 자란 닭이 낳은 달걀에는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1 : 1인 것에 견주어 곡식을 주어서 키운 보통 닭이 낳은 달걀은 1 : 20으로 오메가-6 지방산이 20배나 더 많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오메가-6 지방산은 옥수수기름, 면실유, 해바라기씨기름 등에 많이 들어 있는 기름으로 많이 먹으면 암, 우울증, 비만증, 알레르기 질병, 자가 면역질병, 당뇨병 같은 온갖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은 갖가지 약초, 녹색 채소, 잣, 호도, 콩 등에 많이 들어 있고 기름 중에서는 아마인유와 대마인유, 동백씨앗기름, 생강나무씨앗기름에 많이 들어 있다. 영국의 뇌영양화학연구소장인 크로포드 박사는 쇠비름 100그램에는 300-400밀리그램의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 리놀렌산이 들어 있는데 이는 상추에 들어 있는 것보다 15배나 많은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항산화제도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쇠비름 나물을 한 끼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E, C 베타카로틴, 글루틴 같은 것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메가-3 지방산을 알맞게 꾸준히 섭취하면 중성지방질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부정맥, 관상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병, 암, 관절염, 혈소판 감소증이나 다발성경화증 같은 자가 면역질병, 대장염, 건선이나 종기 같은 갖가지 피부병 등이 낫거나 호전된다고 한다. 쇠비름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식물 가운데서 8번째로 널리 퍼져 있는 야생식물로 남극이나 북극, 시베리아 같은 몹시 추운 지방을 제외하고는 거의 세계의 모든 나라와 섬에서 널리 퍼져서 자란다. 쇠비름은 아마 인류가 가장 먼저 먹기 시작한 식물 가운데 하나인줄도 모른다. 1만 6천 년 전 그리스의 한 구석기 시대의 동굴에서 쇠비름의 씨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쇠비름은 당뇨병의 혈당치를 낮추는 데에도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그늘에서 잘 말린 것을 하루 30-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먹거나 날것을 즙을 내어 한 잔씩 하루 3-4번 마시며 혈당치가 떨어지고 기운이 나며 당뇨로 인한 모든 증상이 차츰 없어진다. 쇠비름은 매우 뛰어난 당뇨병 치료약이다. 쇠비름을 1년 동안 열심히 달여서 먹고 몹시 심한 당뇨병 환자가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보았다. 쇠비름을 생즙을 내어 먹어도 좋다. 저혈압, 당뇨병, 대장염, 관절염, 변비, 여성의 적백대하, 임질, 설사 등에 효과가 좋다. 대개 소주잔으로 한 잔씩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마시면 된다. 쇠비름에 대해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맛은 시고 성질은 차다. 심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어혈을 없애고 벌레를 죽이며 오줌을 잘 누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강심작용, 혈압을 높이는 작용, 억균작용,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 피를 멎게 하는 작용 등이 밝혀졌다. 대장염의 예방 치료에 주로 쓴다.”
마디와 잎 사이에 수은이 들어 있다
쇠비름에는 수은이 들어 있다. 쇠비름에 들어 있는 수은은 금속수은과는 달리 독이 없다. 쇠비름의 마디와 잎 사이에 수은이 들어 있어 이를 추출하는 방법이 옛 의학책에 적혀 있다. 먼저 쇠비름은 채취하여 엮어서 처마 밑에 걸어 말려야 하는데 쇠비름은 물기가 많아 잘 마르지 않는다. 뙤약볕에 열흘 동안을 내놓아도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기 예사다. 몇 달을 햇볕에 내어 놓았다가도 물을 축여 주기만 하면 살아난다. 쇠비름이 잘 마르지 않을 때에는 회화나무 가지로 하루에 몇 번씩 툭툭 쳐 주면 잘 마른다고 한다. 잘 말린 쇠비름을 불에 태워서 재를 얻는다. 쇠비름 태운 재 16근을 오지그릇 속에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이를 석 자 깊이의 황토 속에다 묻어 두었다가 21일 만에 꺼내면 재 속에 있던 수은이 항아리 아래쪽에 모두 모인다. 대개 쇠비름 재 16근에서 수은 1근을 얻을 수가 있다고 한다. 이 수은을 종기나 종창 치료에 쓰면 그 효과가 신통하다. 쇠비름은 매우 흔한 풀이지만 그 약효는 몹시 귀하다. 늘 나물로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장이 깨끗해져서 늙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풀이 가장 좋은 약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로초는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죽여 없애려고 애를 써도 결코 죽지 않는 쇠비름이야말로 진정한 불사초인 동시에 불로초다. 요즘 사람들은 어찌하여 이 불로초를 뽑아 없애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일까. 뽑아 없애려고 애쓰지 말고 놀고 있는 땅이나 밭에 열심히 한 번 심어 보자.
쇠비름 활용처방
만성대장염
쇠비름 10그램, 오배자 4그램, 목향 4그램, 앵속각 4그램을 부드럽게 가루 내어 꿀로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7그램씩 하루 3번 먹는다.
혈뇨(피오줌) 붉은팥 30-35그램, 당귀 12그램, 쇠비름 30그램을 물에 달여 15-30일 동안 먹는다.
방광염, 신우신염 쇠비름을 날것으로 500그램을 잘게 썰어서 설탕 100그램과 함께 질그릇에 넣고 물을 붓는다. 30분 동안 달여 찌꺼기를 버리고 물이 400밀리리터가 되게 달여 하루 3번에 나누어 먹는다. 말린 것은 150그램을 물에 2시간 동안 담가 두었다가 쓴다. 급성 요로감염증에 쓴다.
자궁질부미란, 대하 자궁질부의 점막상피가 파괴되어 없어진 것을 말한다. 자궁내막염이나 자궁경관내막염의 분비물이 질부를 자극할 때, 난포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될 때, 자궁이 외움부까지 탈출했을 때 등에 생긴다. 끈끈한 대하가 많고 성행위를 할 때 약간 피가 나온다. 염증이 주위의 조직에 퍼지면 아랫배와 허리가 몹시 아프고 병이 오래되면 질이 커지고 딱딱해진다. 쇠비름은 성질이 차고 맛은 시고 미끄러우며 독이 없다고 하였다. 간, 비, 심의 3경에 들어가는데 찬 성질은 능히 하초의 열을 내리며 신맛은 수렴하고 염증을 낫게 한다. 청열, 해독, 소종의 효능이 있으므로 부인의 대하에 쓴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쇠비름에는 잎이 작은 것과 큰 것이 있는데 잎이 작은 것만을 약으로 쓴다고 하였다. 잎이 작은 쇠비름 10근에는 1냥-10냥의 수은이 잎과 줄기에 들어 있다고 한다. 달걀흰자위는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며 심하의 복열을 없애고 쇠비름을 도와 작용을 높인다. 신선한 쇠비름 줄기와 잎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짓찧어 즙을 짠다. 한편 달걀 흰자위 2개를 따뜻하게 데워서 쇠비름즙 100-150밀리리터와 함께 하루 3번 밥먹기 30분 전에 먹는다. 고전의학책에는 대하를 황, 백, 청, 흑, 적색으로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으나 대개 누런 것과 흰 것이 대부분이다. 변증 유형별로 나누면 습열로 인한 것과 신허로 인한 것, 비허로 인한 것 등이 있다. 어느 형에서나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고 외음부에 누르는 듯한 통증이 있으며 머리가 아픈 등의 공통점이 있다. 습열로 인한 대하는 색이 누렇고 점액성이 있으며 악취가 심하게 난다. 이 방법을 쓰면 70퍼센트 이상이 낫고 30퍼센트는 좋아진다.
화농성피부염 쇠비름을 달여 고약처럼 만든 엑기스 15그램에 고백반 3그램, 바셀린 90그램을 섞어 연고를 만들어 아픈 부위에 바른다. 고약을 천에 발라서 아픈 부위에 대고 반창고를 붙이거나 붕대를 감아 준다. 날마다 갈아 주거나 하루 걸러 갈아 붙인다. 대개 한 두 번 발라주면 거의 다 낫는다. 거의 100퍼센트 효과가 있다.
옹종(큰종기) 마치현(쇠비름-말린 것) 500그램과 향유(대마인유로 대신 써도 된다) 1,000그램을 솥에 넣고 끓이다가 마치현이 누렇게 되면서 마르면 건져내어 버리고 정제한 송진 300그램을 넣는다. 송진이 다 녹은 다음 황단 250그램을 천천히 넣으면서 거품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젓는다. 그러면 처음에는 붉은 색깔이던 것이 차츰 연해지면서 엿처럼 되는데 이 때에 물을 몇 방울 떨구어 봐서 물방울이 구슬 방울처럼 되면 고약이 된다. 화독을 없애기 위해 30일 동안 찬 곳에 두었다가 쓴다. 이 고약은 고름이 생기지 않았을 때에는 삭이는 작을 하고 고름이 생겼을 때에는 터지게 하여 고름을 빨아내는 작용을 하며 새살을 나오게 하고 상처를 아물게 한다. 아픈 곳 주변을 알코올 솜으로 소독하고 고약을 기름종이 같은 데 고루 발라서 붙인 다음 소독한 천을 덮고 반창고로 고정한다. 붕대는 하루 한 번씩 갈아 붙이도록 한다. 고름이 터져 나오면 과산화수소에 적신 솜으로 깨끗하게 닦고 소독한 솜으로 고름을 깨끗하게 닦아 낸 다음 고약을 붙여야 새살이 잘 돋아나온다.
유선염 9-10월에 쇠비름을 캐서 깨끗하게 씻은 다음 절구에 넣고 짓찧어 멍울이 생긴 부위에 붙이되 아픈 부위를 다 덮고도 남을 정도로 넓게 5-10밀리미터 두께로 붙인다. 하루 한 번씩 갈아서 붙이고 7일 붙이고 하루 쉰 다음 다시 7일 동안 붙이기를 반복한다. 멍울이 콩알만큼 작아질 때까지 반복한다. 10-20일 치료해도 효과가 신통치 않을 때에는 쇠비름 3에 산약(참마) 1의 비례로 짓찧어서 붙인다. 신선한 쇠비름이 없는 계절에는 말린 쇠비름을 6시간 동안 물에 불려서 사용한다. 90퍼센트 이상이 완전히 낫거나 호전된다. 30-90일 동안 치료한다.
나도 이제 고추밭에 쇠비름이나 가꾸러 지리산으로 가야겠다. |
구린내 나는 名藥, 마타리 | 약초 연구 |
2005/05/16 0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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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마타리꽃이 군데군데 노랑빛으로 산을 수놓는다. 마타리꽃은 가을 산을 대표하는 꽃 가운데 하나다. 노랑 우산을 펼친 듯한 모양이 청초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꽃이 고운 것과는 반대로 뿌리에서는 악취가 난다. 뿌리를 코에 대면 썩은 된장 냄새와도 같고 수십 년 묵은 푸세식 뒷간의 똥 냄새와도 같은 냄새가 진동한다. 꽃이 고운 만큼 뿌리의 악취도 강렬하다. 무엇이든지 겉이 번지르한 것은 속이 구린 법이다. 이 구린내 나는 뿌리를 약으로 쓴다. 마타리 뿌리를 한자로 패장(敗醬)이라고 쓴다. 뿌리에서 잘 익은 된장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똥 구린내나 구수한 된장 냄새나 그게 그거 아닌가. 마타리는 대장질환과 부인과 질병의 요약(要藥)이다. 이름에 장(醬) 자가 붙은 것은 다 장에 좋다. 된장, 청국장, 고추장은 다 장에 좋은 것이다. 거기다가 잘 발효된 된장 냄새, 묵은 똥 냄새가 나는 마타리 뿌리는 얼마나 더 좋은 것이냐. 무릇 간장독이나 사람의 소화기관이나 다 같은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소화기관이란 것이 음식물을 발효시켜서 똥을 만드는 것이고 그 똥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는 냄새가 구린내일진대 잘 익은 구린내야말로 몸에 유익한 물질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마타리는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고름을 내보내고 오래 된 어혈을 삭이며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작용이 있다. 맹장염, 설사, 장염, 치질, 종기, 부종, 산후통, 유선염, 임파선염, 이하선염 등에 좋은 효력이 있다. 장염으로 뱃속에 적취가 있고 대변으로 고름이나 피가 나올 때 마타리 뿌리를 가루 내어 먹으면 효험이 있으며, 부인이 아이를 낳고 나서 오로가 잘 나오지 않을 때나 산후 복통이나 두통에도 마타리 뿌리를 말려서 달여 먹거나 가루 내어 먹으면 효과가 좋다. 치질이나 치루로 항문에서 피나 고름이 날 때에도 마타리 전초를 말려서 가루 내어 막걸리에 타서 먹으면 효력을 본다. 제기동에 마타리 가루로 치질 치료약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다. 구린내 나는 가루를 막걸리에 타서 먹으면 치질이 낫는다고 한다. 그는 그 약을 만드는 비법을 산 속에서 만난 도사한테서 전수 받았다고 했다. 마타리는 맛은 쓰고 성질은 평하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고름을 내보내고 어혈을 삭이는 작용이 있다. 맹장염, 냉증, 자궁염, 산후 복통,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아픈 데, 종기, 부종, 산후조리를 잘못 해서 생긴 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오래 된 어혈을 풀어 물로 바뀌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갈증을 멎게 하고 여러 가지 피부병에도 효험이 있다. 유행성 이하선염에는 신선한 마타리 잎 20-30그램과 석고 25-50그램을 함께 짓찧어 오리알 한 개의 흰자위와 섞어서 붓고 아픈 부위에 붙여 두었다가 24시간 뒤에 떼어낸다. 증상이 심하면 하루 한 번씩 갈아 붙인다. 이와 함께 마타리 전초를 진하게 달여서 그 물을 수시로 물이나 차 대신 마신다. 이 방법은 유선염이나 임파선염, 종기, 부스럼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마타리를 여러 가지 질병에 이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① 대장염 : 그늘에서 말린 마타리 뿌리 20-30그램을 물로 달여서 먹거나 가루 내어 한 번에 5그램씩 하루 3번 밤먹고 나서 좋은 술 한 잔과 함께 먹는다. 배에 가스가 차고 헛배가 부르며 속이 답답하고 대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좋은 효과가 있다. ② 산후 요통 : 마타리, 당귀 각각 30그램, 속단, 작약 각 20그램, 천궁, 대나무속껍질 각각 15그램, 생지황 40그램에 물 두 되를 넣고 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세 번 빈속에 먹는다. ③ 산후 복통 : 마타리 20-3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복통이 심하면 복용량을 늘린다. ④ 피를 토할 때, 코피 날 때 : 마타리 뿌리 20-40그램을 물로 달여서 마신다. ⑤ 설사 : 마타리 40-60그램에 설탕 20-40그램을 넣고 물로 달여서 하루 2-5번에 나누어 마신다. ⑥ 뱀한테 물렸을 때 : 마타리 300그램을 물로 진하게 달여서 그 물을 수시로 마시는 한편 신선한 마타리 전초를 짓찧어 뱀에 물린 상처에 붙인다.
마타리를 활용한 치료법
중독성 간염 백작약 6그램, 시호 황기 봉출 택사 백출 오갈피 삼지구엽초 황금 감초(구운 것) 각 4그램, 패장(마타리뿌리) 고삼 각 3그램을 부드럽게 가루 내어 한 번에 3그램씩 밥먹기 전에 먹는다. 2-3개월 복용하면 거의 대부분 나으며 재발도 거의 없다. 양약으로 치료할 경우 재발률이 80퍼센트를 넘는 것에 견주어 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부처손과 마타리(패장)을 가루 내어 어른은 하루 6그램, 어린이는 3그램씩 먹는다. 황달은 10-30일에 없어지고 식욕부진, 소화장애는 20일쯤 지나면 없어진다. 지오티 지피티 수치도 20-60일 사이에 정상으로 된다. 치료율은 93퍼센트 이상이다.
신우신염 방광염 마타리는 방광의 습열을 없애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며 통증을 멎게 하는 효력이 있는 약초이다. 신우염이나 방광염에 좋은 효과가 있다. 마타리 달인 물은 포도상구균과 용혈성연쇄상구균 대장균 이질아메바에 대한 억균작용을 지니고 있다. 마타리 마른 것 20그램을 물 400밀리리터에 넣고 40-50분 동안 천천히 달여서 300밀리리터가 되게 한 다음 걸러서 한 번에 100밀리리터씩 하루 3번 밥먹기 전에 먹는다. 날 것을 쓸 때에는 마타리 100그램에 물 500밀리리터를 붓고 달여 300밀리리터가 되게 하여 먹는다. 25-30일 동안 복용한다. 5일 뒤부터 빈뇨감, 소변 볼 때의 통증 잔뇨감, 음부가 빠져나가는 느낌, 요통, 부종 등이 차츰 없어지기 시작하여 한 달이면 거의 낫는다. 완치 80퍼센트 호전 10퍼센트 무효 10퍼센트이다.
신경쇠약 불면증 마타리뿌리 10-15그램을 물에 달여 하루 2-3번에 나누어 먹는다. 마타리뿌리 알코올 엑기스로 만든 알약으로 잠을 잘 못 자는 신경쇠약 환자를 치료하였더니 유효율이 80퍼센트였다.
충수염 맹장염 인동꽃 마편초 민들레 대청엽 패장(마타리) 각 40그램, 대황 목향 적작약 황금 각 12그램, 도인 천련자 각 8그램, 동아씨 20그램으로 한 알이 0.5그램 되게 알약을 만들어 한 달에 10-15알씩 하루 3번 먹는다. 아니면 물로 달여서 하루 1첩을 세 번에 나누어 먹어도 된다.
적작약 목단피 각 12그램, 마타리뿌리 민들레 인동꽃 각 50그램, 목향 현호색 복숭아씨 대황 각 10그램, 당귀 2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먹는다. 열이 높으면 적작약과 당귀를 빼고 지모 석고 각 10그램을 더 넣으며 구토가 나면 반하 죽여 각 12그램을 더 넣는다. 배가 불어나면 나복자 15그램을 더 넣고 복통이 심하면 목향을 빼고 유향 몰약 각 132그램을 더 넣는다. 5일 가량 치료하면 거의 대부분이 치유된다.
치조농루 마타리를 보드랍게 가루 내어 꿀을 섞어서 고약처럼 만든다. 치석을 긁어내고 마타리고약을 이에 대고 문지른다. 이렇게 하면 약이 잇몸이나 이빨에 생긴 구멍으로 들어간다. 그런 다음 구강용 석고를 개어서 석고붕대를 한다. 석고 붕대는 4-6시간 뒤에 환자 스스로 떼어낸다. 아침 밥을 먹고 난 뒤에 약을 바르고 석고붕대를 하며 오후에는 약으로 잇몸을 문질러주기만 한다. 저녁에는 소금으로 치아를 닦는다. 20-30일 동안 한다. 1차 치료주기로 나은 환자 84퍼센트, 호전 10퍼센트, 무효 4퍼센트. 일반적으로 2-3번 하면 입안이 상쾌하여지고 잇몸의 통증이 가벼워지며 20일쯤 지나면 전반적으로 통증이 없어진다.
골수염 소태나무 패장(마타리뿌리) 건칠 백두옹(할미꽃뿌리)을 3 : 2 : 2 : 1의 비율로 섞어서 건류기에 넣어 거기서 나오는 유액을 100도에서 여과 정제한다. 이렇게 얻은 유액에 적신 천을 연부조직의 상처면에 덮는다. 누공이 있을 때에는 유액 심지를 하루 한 번씩 넣어 주거나 유액을 직접 상처 구멍 속으로 넣는다. 넣는 양은 성인은 3-4밀리리터, 아이는 1-2밀리리터로 한다. 3-5개월 치료하면 대부분 낫는다.
출혈 토삼칠 소계 패장(마타리뿌리) 금은화 백출 대황 문형 당귀 각 200그램을 물 20리터에 넣고 3시간 끓여 1차 추출액을 얻은 다음 그 찌꺼기에 다시 물 10리터를 붓고 같은 방법으로 우려서 2차 액을 얻는다. 1-2차 추출액을 합쳐서 천으로 곱게 걸러서 서서히 달여서 전체 양이 4,800밀리리터가 되게 한 다음 안식향산을 0.5-1퍼센트 넣는다. 이것을 한 번에 20밀리리터씩 하루 3번 밥먹기 30분 전에 먹으면서 상처 부위를 씻거나 바른다. 상처가 심하게 오염되었을 때에는 약솜으로 닦아내고 약물로 씻는다. 상처가 빨리 융합되고 출혈이 곧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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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뼈 붙이는 접골목 | 약초 연구 |
2005/05/16 0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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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골목은 이름 그대로 뼈를 붙이는 효능이 있는 약나무다. 딱총나무, 또는 말오줌나무라도 부르는데 말이 오줌을 잘 누지 못할 때 이 나무를 달여 먹이면 오줌을 잘 누게 된다고 하여 말오줌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접골목은 부러진 뼈를 붙이는 효능이 뛰어나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갔을 때, 타박상으로 멍이 들고 통증이 심할 때, 손발을 삐었을 때 등에 접골목을 달여 마시고 날것으로 가지를 짓찧어 아픈 부위에 붙이면 곧 통증이 사라지고 부은 것이 내리며 빠른 시간 안에 회복된다. 접골목을 달인 물로 목욕을 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천연 약초 가운데서 통증을 가장 빨리 멎게 하는 것이 접골목이라 할 수 있다. 접골목은 산에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약재다.
통증 멎게 하고 혈액순환 좋게 한다
접골목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통증을 멎게 하는 효력이 빠르다. 손발 삔 대, 골절, 타박상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관절염, 디스크, 요통, 신경통, 통풍, 부종,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 신장병, 신경쇠약, 입 안에 생긴 염증, 인후염, 산후빈혈, 황달 등에 두루 신통하다고 할만큼 빠른 효력을 발휘한다. 접골목의 꽃에는 정유성분이 있어서 차로 달여 마시면 향기가 좋고 땀이 잘 나게 되며 이른 봄철에 새순을 나물로 무쳐서 먹거나 밀가루 옷을 입혀 튀겨 먹을 수도 있다. 울릉도에는 말오줌대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접골목과 흡사하다. 한자로 똑같이 접골목(接骨木)이라고 쓴다. 식물도감에는 울릉말오줌대로 적혀 있으며 울릉도에만 있는 특산식물이다. 육지에 자라는 딱총나무는 줄기가 팔뚝이나 발목 굵기만큼 굵어지지만 울릉도의 말오줌대나무는 사람 몸통만큼 굵어서 집을 지을 때 기둥감으로 쓸 만하고 잎도 훨씬 큼직하다. 울릉도에는 이 나무가 너무 흔하여 초여름철 줄기가 무성할 때 베어서 퇴비를 만드는 데 썼다고 한다. 여름에 빨갛게 익은 열매로 술을 담근다. 잘 익은 열매에 35도 이상의 증류주를 붓고 3개월쯤 두었다가 조금씩 마신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신경통과 류마티스관절염에도 효험이 있으며 타박상이나 골절로 인한 통증이 빨리 없어진다. 봄철에 꽃이 피면 향기가 좋아 벌들이 많이 모여든다. 꽃을 따서 2-3개월 증류주에 담가 두었다가 그 술을 얼굴에 바르면 기미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지고 살결을 백옥같이 고와지며 주름살이 없어진다. 말오줌대나무 꽃으로 화장품을 만들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려움증 무좀 습진 기미 주근깨 치료법
말오줌대나무 줄기나 잎, 꽃을 달인 물로 씻으면 가려움증, 무좀, 습진, 등 여러 가지 피부병이 나으며 중풍으로 인한 마비, 혈액순환장애, 냉증 등에도 효험이 있다. 전에 무좀이 심한 사람한테 말오줌대나무를 달여서 그 물로 발을 씻으라고 했더니 2주일만에 깨끗하게 나았다고 했다. 접골목 줄기를 꺾으면 말오줌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말이 병들어 오줌을 잘 누지 못할 때 이 나무를 달여서 먹이면 오줌을 잘 누게 된다고 하여 말오줌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나 닭이 뼈가 부러지거나 병이 났을 때 말오줌나무를 달여서 먹이면 신기하게 잘 낫는다. 심지어 닭장 안에 말오줌대나무를 몇 토막 넣어두기만 해도 닭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뼈가 부러졌거나 손발을 삐었을 때 말오줌대나무 잎이나 줄기를 진하게 달여서 그 물을 마시고 아픈 부위를 찜질하면 다친 부위가 따뜻해지면서 통증이 없어지고 어혈이 풀리고 부러진 뼈가 빨리 아물어 붙는다. 신경통이나 류마티스관절염, 요통에는 말오줌대나무 잎이나 잔가지 줄기 30그램을 진하게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고 또 그 물로 아픈 부위를 씻거나 목욕을 한다. 어린이의 야뇨증에는 말오줌대나무 잎을 그늘에서 말려 한 번에 20그램씩을 물로 달여서 마신다. 말오줌대나무는 피부미용제로도 으뜸이다. 기미를 없애려면 말오줌대 꽃과 잎, 줄기를 달인 물로 찜질을 하면 된다. 구체적인 요령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말오줌대나무 꽃을 봄철에 따서 짓찧은 다음 그릇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80-90도로 데워서 아픈 부위에 대고 2시간 동안씩 하루 두 번 아침과 저녁에 찜질을 한다. 여름에는 잎과 그 해에 자란 줄기를 잘게 썰어서 짓찧은 다음 위와 같은 방법으로 찜질을 하고 가을에는 열매를 따서 짓찧은 것을 80도로 데워서 1시간 동안 찜질을 한다. 겨울에는 접골목의 껍질을 벗겨서 잘게 썰어서 짓찧은 다음 물을 붓고 30분 동안 끓여서 1.5-2시간씩 하루 한 번 찜질을 한다. 보통 1-2일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10-20일 사이에 기미가 없어지고 피부가 정상으로 된다. 80퍼센트 이상이 기미가 없어진다.
접골목의 약성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 풍사를 몰아내고 습을 내보내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다. 풍습으로 인한 근골통, 요통, 수종, 담마진, 산후통, 타박상으로 인한 부종, 골절, 창이나 칼에 다친 것과 출혈을 치료한다. 골절을 주로 치료한다. 근골을 잇는다. 충치를 없앤다. 몸을 씻으면 좋다. 타박상으로 인한 내출혈, 임산부의 악혈, 혈행장애와 출혈에 탕액을 복용한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독을 푼다. 일체의 창상, 귀전풍(갑작스런 통증)에 아픈 부위를 씻으면 낫는다. 타박상으로 인한 부스럼을 치료한다. 진통약으로 쓴다. 수족의 불수 및, 풍습으로 인한 요통, 뼈의 모든 통증, 풍진 땀띠 등에 목욕 재료료 쓴다. 접골목은 오로지 골절에 들어가 근골을 붙인다. 절상에는 술로 복용하고 다친 데에는 목욕만 한다. 이것만 써도 골절에는 우수한 효과가 있는데 생혈활혈약과 같이 쓰면 효과가 더욱 뛰어나다. 신선한 것을 쓰는 것이 좋고 말린 것이나 불로 볶은 것을 쓰면 효과가 반으로 줄어든다. 곧 접골목 20그램, 작약 당귀 천궁 산골(자연동) 각 40그램을 가루로 하여 밀납 160그램을 녹여 반죽하여 알약을 만들어 탈골로 통증이 극심할 때 묵은 소주 한 잔에 담가서 약즙이 배어 나오면 따뜻하게 하여 한 잔 마시면 곧 통증이 없어진다.
접골목뿌리 줄기와 효능이 같다. 황달, 부종, 화상에도 쓸수 있다. 발이 부었을 때에는 접골목의 뿌리껍질 100그램과 치자 40그램을 짓찧어 약간 술을 더하여 뜨겁게 해서 아픈 부위에 붙인다. 화상에는 뿌리껍질과 잎을 적당량 가루로 만들어 유채기름이나 들기름으로 개어서 붙인다.
접골목꽃 땀을 나게 하는 효능이 있다. 5-10그램을 차로 달여 마신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한다.
말오줌대나무에 자라는 목이버섯은 만병의 영약
죽은 말오줌대나무에 물렁물렁한 버섯이 자란다. 목이버섯이다.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귀버섯이라고도 부른다. 죽은 말오줌대나무에 목이버섯이 많이 붙어서 자라는데 이 목이버섯이 좋은 음식인 동시에 약이다. 목이버섯을 음식에 넣으면 음식물을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중국요리에 널리 쓰는 목이버섯은 참나무 토막에 종균을 심어 재배하는 것이지만 울릉도에서 나는 것은 말오줌대나무에 붙어 야생으로 자라는 것이어서 특히 약효가 뛰어나다. 혈액을 맑게 하고 암세포를 억제하며 빈혈을 치료하고 기력을 늘리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여러 부인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목이버섯은 무엇보다 살결을 곱게 하고 주름살을 없애는 효력이 탁월하다. 말린 것 60그램을 살짝 볶은 다음 달여서 마신다. 인후염이나 인후암에는 목이버섯 75그램에 흑설탕 약간과 물을 붓고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고아서 풀처럼 되면 하루 5-7번 작은 숟가락으로 하나씩 입에 넣어 녹이면서 먹는다. 치질에는 목이버섯 30그램에 흑설탕 60그램을 넣고 달여서 먹는다. 자궁근종에는 60그램을 약간 볶아서 달여서 먹는다. 생리통, 생리불순, 냉증, 자궁염 등의 온갖 부인병에도 효험이 있다. 목이버섯은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혈액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분해하여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협심증, 고지혈증 등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고혈압, 고콜레스테롤증, 협심증 등에는 목이버섯과 흑설탕으로 조림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흑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우의 즙을 농축하여 만든 것이다. 요즈음 설탕이 몸에 해롭다고 해서 가능하면 설탕을 적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정제한 백설탕을 가리키는 것이지 흑설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탕수수나 사탕무우의 산지에서는 설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소의 먹이로 쓴다. 이것을 먹으면 소가 원기가 왕성해지며 털이 많아지며 털에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사탕수수를 생산하는 나라에서는 감기나 몸살이 들었을 때나 몸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을 때 사탕수수를 짠 원액을 차 마시듯 달여 마시는데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긴다. 백설탕은 100퍼센트 자당이지만 흑설탕에는 자당 말고 칼슘, 철, 인, 나트륨, 비타민 B1, B2, B6, 후라보노이드, 갖가지 미량원소나 효소 등이 들어 있다. 최근에는 흑설탕이 혈압을 낮추고 몸 안에 쌓인 독을 퓰며 위장 기능을 좋게 하고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백설탕은 1그램도 먹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흑설탕은 잘 섭취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이버섯 30그램을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가 딱딱한 부분을 떼어낸다. 이것을 흑설탕 100그램과 함께 물 200밀리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끓인다. 눌어붙거나 타지 않게 잘 저으면서 15-20분 동안 끓이면 맛있는 조림이 된다. 이것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밥먹고 나서 한 번에 5그램씩 하루 세 번 먹는다. 꾸준히 먹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없어지고 협심증 발작을 예방할 수 있다. 10년쯤 전에 중국을 여행하면서 북경에서 모택동의 주치의를 지냈으며 고위 간부들만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의 원장인 천연필 박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조선족으로 국가 기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외국여행이 금지되어 있었으며 어디를 가던지 감시원이 뒤따라 다녔고 북경 시내를 벗어나려면 반드시 당국에 보고를 해야 했다. 우리는 북한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오랫동안 약초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중국 고위층들이 잘 걸리는 질병은 고혈압, 비만, 당뇨병, 암, 동맥경화, 부인병 등이며 이를 치료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약재가 바로 백두산에서 재배하는 흑목이 곧 검정귀버섯이라고 했다. 그는 흑목이버섯이야말로 만병의 영약이며 특히 비만증을 치료하고 살결을 곱게 하는데 최고의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울릉말오줌대나무에 자생하는 목이버섯이 백두산 흑목이보다 훨씬 나은 약효가 있지 않을까.
접골목으로 약초 도사 별명을 얻은 사연
경기도 일산시에서 건강식품점을 운영하는 이ㅇㅇ 씨를 주변에서는 약초도사라고 부른다. 토종약초연구학회에서 이끄는 약초여행에 매달마다 참가하면서 배운 지식으로 주변에 있는 많은 환자들을 고쳐 주면서 얻은 별명이다. “몸이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지요. 오토바이 사고로 허리를 다쳐 몸을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변비와 치질이 심했고 만성 비염도 오래 앓았습니다. 자신의 병을 고치려고 노력하던 중에 토종 약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제 병을 고치고 다른 사람의 병도 고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약초여행에서 배운 약초 중에서 이ㅇㅇ 씨가 요즈음 매우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은 접골목이다. 그는 접골목으로 자신의 병을 고치고 가족과 이웃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접골목은 관절염, 요통, 타박상 등에 신기하다고 할만큼 효력이 빨랐다. “강원도로 약초를 채취하러 갔다가 돌아오던 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목을 다쳤습니다. 목이 뻐근하게 아파 오래 고생할 줄 알았는데 접골목을 달여서 먹었더니 신통하게도 이튿날부터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형수님이 은행을 따다가 나무에서 떨어져서 허리를 다쳐 입원을 했습니다. 등뼈에 금이 가고 여러 군데 시퍼렇게 멍이 들고 타박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접골목을 달여서 드렸더니 곧 통증이 멎고 멍이 풀려서 곧 퇴원을 했습니다. 제 아내는 왼쪽 무릎이 아파서 걸음을 걷기가 불편했는데 역시 접골목을 달여 먹고 곧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접골목은 그 효과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다. 요통이나 관절염 같은 만성 질병은 일주일쯤 복용하면 효력이 나타나고 골절이나 타박상 같은 것은 하루나 이틀이면 부기가 내리고 통증이 없어진다. 특히 관절에 물이 고이고 붓는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 접골목 한 가지만으로도 웬만한 관절염이나 요통, 신장염 등을 고칠 수 있다. 복용방법도 간단하다. 나무줄기를 잘게 썰어 하루 30-40그램을 달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요통과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계시기에 접골목을 달여 드렸더니 그것을 드시고 몰라볼 만큼 좋아지셨습니다. 요통과 관절염이 동시에 나았습니다. 회원 중에 테니스를 치다가 손목이나 무릎관절이 아프거나 탈이 난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접골목을 복용하고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저는 요즈음 접골목으로 여러 환자들을 도와주면서 토종약초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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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음식 봉래화 | 약초 연구 |
2005/05/16 0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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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화(蓬萊花)는 국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의 대표하는 가을꽃 가운데 하나다. 산국(山菊), 고의(苦薏), 향엽국(香葉菊), 개국화, 황국화 등의 여러 이름이 있으며, 가을철 다른 풀들이 시들어 말라죽을 무렵에야 오히려 생기를 되찾으며 황금빛 꽃을 피우는 생명력이 몹시 억센 식물이다. 서리가 내린 뒤의 가을 들녘을 온통 황금물결로 수놓으며 청아한 향기를 내뿜는 봉래화를 볼 때마다 이 나라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봉래화로 하여 이 나라의 가을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것이다. 가을철 동해안을 여행하면서 온 들녘을 뒤덮은 봉래화 무리를 보지 못하였다면 제대로 가을 구경을 하지 못한 것이다.
몸을 가볍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약초
봉래화는 언뜻 보기에 국화나 쑥을 닮았다. 국화과에는 비슷한 식물이 많아 전문가도 구별하려면 애를 먹는다. 봉래화는 키는 1-1.5미터쯤 자라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줄기에 흰털이 있다. 잎은 마주나고 긴 달걀꼴이며 길이는 5-7센티미터쯤이다. 잎이 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지고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꽃은 9-10월에 황금빛으로 모여서 피고 열매는 10-11월에 까맣고 자잘하게 익는다. 국화는 식물학적으로 최고로 진화된 꽃이다. 세계에 1만 여종, 우리나라에만도 7백여 종의 국화가 있다. 5천년쯤 전 중국의 전설적인 의약의 신인 염제 신농씨는 국화를 몸을 가볍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최고의 영약이라고 하였다.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국화의 약효를 신비롭게 여겨 여러 재미있는 전설이 생겨났다. 이를테면, 옛날 중국의 남양 역현의 감곡이라는 강의 상류에 신비로운 국화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 강물에 국화 향이 섞인 이슬이 떨어져 섞여서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고 모두 건강하고 오래 살았다고 하며, 또 팽조라는 선인은 국화를 심은 연못가에서 늘 국화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수 백년을 살았다고 한다. <정전>이라는 책에는 촉나라에 장수원이라는 수원이 있었는데 사철 내내 국화가 피어서 늘 향기가 가득하였고 주민들이 그 물을 마시고 모두 2백-3백 살을 살았으며, 도연명이 국화를 좋아한 것도 이처럼 무병장수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적혔다. 또 중국에서는 중양절이라는 명절에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 후한의 여남 땅에 사는 하경이라는 사람한테 비장방이라는 선인이 나타나 '9월 9일 너희 집에 액운이 닥쳐 올 터이니 그것을 피하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도록 하여라' 고 하였다. 하경은 선인이 시키는 대로 가족들을 데리고 9월 9일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셨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 있던 가축들이 모두 떼죽음을 당해 있었다. 그 뒤로 음력 9월 9일은 국화주를 마시고 온갖 액운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명절이 되었다.
봉래산의 신선이 먹는 약초
봉래화는 옛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봉래화는 봉래산에 자라는 약초인데 봉래산은 삼신산의 하나로 신선이 산다는 전설 속의 산이다. 신선은 오직 봉래화의 향기를 맡으며 또 그 씨앗을 먹고산다고 하였다. 또 다른 전설에는 우리나라에는 신선이 될 수 있는 약초가 두 가지 있는데, 그 하나는 강화도를 비롯한 서해안 지방에 나는 봉래초(蓬萊草)이고, 다른 하나는 동해안 지방에서 자라는 봉래화라고 하였다. 봉래초는 강화도와 백령도 등에서 나는 야생 싸주아리쑥을 가리키는데 이 싸주아리쑥으로는 뜸을 떠서 만병을 퇴치하고 무병 장수할 수 있다고 하였고, 봉래화는 그 씨앗을 먹어서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봉래화는 흔한 야생국화의 한 종류이다. 국화는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향약집성방>, <본초강목> 등 옛 의학책에서 상품 약재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치는 약초로 야생국화는 사람이 심어 가꾸는 것보다 수십 배 더 강한 약효를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여러 종류의 야생국화 중에서 봉래화는 가장 뛰어난 약효를 지니고 있다.
모든 약초 중에서 으뜸
국화에 대한 약효를 열 옛 의학책에서 인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맛은 쓰고 성질이 평하고 독이 없다. 여러 가지 중풍, 어지럼증, 몸이 부으면서 아픈 것, 눈알이 빠져 나올 듯이 아프면서 눈물이 나오는 것, 궂은 살, 문둥병 등을 치료하며 허리가 아프면서 여기저기가 쑤시는 것을 멈추고 가슴속에서 번열이 나는 것을 없앤다. 또 위와 장을 편안하게 하고 5맥을 고르게 하며 팔다리를 잘 움직이게 한다. 오래 먹으면 기혈이 잘 돌게 되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 <향약집성방> 모든 풍과 두통, 어지럼증, 종기로 인해 아픈 것, 눈물이 흐르는 것, 악창, 습비 등을 다스린다. 오래 먹으면 혈과 기를 이롭게 하고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오래 산다.<신농본초경> 허리 아픈 것을 낫게 하고 가슴 속의 번열을 다스리며 장과 위를 안정시키고 다섯 가지 맥을 이롭게 하며 사지(四肢)의 활기를 고르게 한다.<명의별록> 머리와 눈의 풍열을 다스리고 뇌를 튼튼하게 하며 어지럽거나 졸도한 것을 낫게 한다. 모든 풍을 흩어버리고 혈맥을 이롭게 하며 꺼리는 것이 없다.<약성본초> 국화로 베개를 만들어 베면 눈이 밝아지고, 잎도 눈을 밝게 한다. 날로 먹거나 익혀서 복용할 수 있다.<일화본초> 국화를 구기자와 함께 복용하면 영영 눈병이 생기지 않는다. 머리와 눈이 어지럽고 아픈 것을 다스린다. 황국은 음분으로 들어가고 백국은 양분으로 들어가고 자국은 혈분으로 들어간다. 약으로 쓰고 음식도 되며 베개를 만들고 차를 만들어 먹으면 매우 유익하다.<본초비요> 꽃을 햇볕에 말린 것을 달여서 감기로 인한 두통, 어지러움증 등에 쓰고, 생잎을 즙을 내어 종기로 인한 통증, 벌레에 물린 것, 치통 등에 바른다. 또 생즙에 식초를 섞어 두창, 습진, 종기 등에 바르면 효과가 있다. 또 국화주는 강장주로 이름높다. 꽃 15-20그램을 물 5홉에 달여서 식힌 다음 여기에 좋은 술 1.8리터, 누룩 4.5리터, 설탕 7백 50그램을 넣어 고루 잘 저은 다음 국화 15그램, 물 2.7리터를 더하여 잘 저은 다음 용기에 넣고 밀폐하여 3-4일 두었다가 걸러서 마신다.<약용식물사전> 또 <향약집성방> '신선문'에는 국화를 먹고 신선이 되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적혔다. 봄철 3개월 동안에는 해뜰 무렵에 잎을 따서 모으고 여름철 3개월 동안에는 줄기를 채취하며 가을철 3개월 동안에는 꽃을 따고, 겨울철 3개월 동안에는 뿌리를 캐며 10월에는 씨앗을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 씨앗 30그램에 잎, 줄기, 꽃, 뿌리 말린 것 각각 20그램을 한 제 분량으로 하여 이것을 한데 가루 내어 졸인 꿀로 반죽하여 벽오동 씨만 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날마다 아침에 21알씩 물로 먹고 해질 무렵에 또 먹는다. 이렇게 1년 동안 먹으면 모든 병이 낫고 몸이 거뜬해지며 눈이 밝아지고 기운이 나고 오래 살수 있게 된다. 2년 동안 먹으면 영혼과 통할 수 있게 되고 5년 동안 먹으면 위로는 천문을 다 알고 하루에 천리도 걸을 수 있다. 오래 먹으면 장수하여 신선이 된다.
봉래화 씨앗은 만병의 영약
봉래화는 잎, 줄기, 꽃, 뿌리, 씨앗을 모두 약으로 쓸 수 있으나 10월말에서 11월초에 까맣고 자잘하게 익는 씨앗에 엄청난 약성이 감추어져 있다. 봉래화 씨앗은 두통, 고혈압, 어지럼증, 중풍, 위염, 치질, 갖가지 염증, 치질, 불면증, 기억력 감퇴, 뇌종양, 만성간염, 여성의 부인병, 생리통, 냉증 등 온갖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우 뛰어난 약이 된다. 봉래화는 씨앗은 빛깔이 까맣고 고운 모래알처럼 잘다. 이것을 10월이나 11월에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하루에 0.1그램에서 0.3그램쯤을 물 한 되에 넣고 대추 열 개쯤을 넣은 다음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차 마시듯 수시로 마신다. 봉래화 씨앗은 맛이 몹시 쓰므로 대추나 감초를 넣어야 한다. 봉래화를 복용하고 고혈압, 뇌종양, 불면증, 갖가지 부인병, 위장병, 치질 등을 고친 보기가 적지 않다. 봉래화는 고혈압, 동맥경화, 협심증, 심장질환 등에 효험이 크다. 하루에 봉래화 말린 잎 10-15그램을 물 한 되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은은하게 달여서 수시로 차 마시듯 마시거나 봉래화 씨앗 1-2그램과 대추 열 개에 물 한 되를 붓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수시로 마신다. 봉래화에 백작약, 하고초, 뽕나무속껍질, 익모초 등을 6-10그램 더하면 고혈압 치료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대개 5-6일쯤 지나면서부터 혈압이 내리기 시작하여 한 달쯤 지나면 혈압이 안정된다. 아니면 봉래화 잎을 날로 생즙을 내어 한 번에 3백 밀리리터씩 하루 세 번 마시면 혈압이 즉시 낮아진다. 봉래화를 복용하면 두통이나 어지러움증, 뒷목이 뻐근하고 아픈 증상 등도 대개 사라진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어지럼증이 더 심해지거나 졸음 이 몹시 오는 등 명현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명현반응은 대개 사흘에서 일주일쯤 지나면 없어진다.
고혈압, 협심증, 치질, 전립선염 등에 효험
협심증은 가슴이 뛰고 답답하며 때로는 심장 부위가 쥐어짜는 듯이 아프고 어지럽거나 머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마비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에는 봉래화 4백 그램을 따뜻한 물에 하룻밤 담가 두었다가 한 번에 30분씩 두 번 끓여서 식혔다가 찌꺼기를 버리고 걸러서 하루 두 번 한 번에 25밀리리터씩 마신다. 봉래화 대신 흰 꽃이 피는 들국화를 써도 좋다. 고혈압, 동맥경화 등에도 효험이 있다. 2-3개월 복용하면 심장병 환자의 80-90퍼센트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봉래화는 염증을 없애고 온갖 균을 죽이는 작용도 뛰어나므로 위염이나 위궤양, 장염, 치질, 중이염, 축농증 등에도 쓸 수 있다. 위염이나 위궤양 등에는 잎을 달여서 먹는 것도 좋지만 잎과 줄기로 엿을 만들어 먹으면 먹기도 좋고 더 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름이나 가을철에 봉래화 잎과 줄기를 채취하여 물엿을 만들어 두고 한 번에 30그램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먹는다. 봉래화 잎과 줄기를 말린 것 20킬로그램에 물 두 말(20리터)를 붓고 48시간쯤 달이면 2킬로그램쯤의 봉래화 엿을 만들 수 있다. 이를 꾸준히 복용하면 만성 위염, 위궤양, 장염, 장궤양 등이 나을 뿐만 아니라 밥맛이 좋아지고 뱃속이 따뜻해지며 기운이 나고 몸이 가벼워진다. 봉래화는 뇌신경을 튼튼하게 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며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 봉래화를 늘 먹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불면증, 신경쇠약 등의 증상이 없어진다. 석창포와 함께 뇌신경을 튼튼하게 하고 일체의 뇌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으뜸가는 약으로 꼽을 만하다. 봉래화 씨앗을 4-6개월 동안 복용하고 뇌종양을 완치한 사례가 여럿 있다. 봉래화 씨앗은 항암작용이 뛰어나게 높으므로 온갖 종류의 암에도 쓸 수 있다. 특히 뇌종양이나 식도암, 혀암, 인후암, 갑상선암, 임파선암 등에 효험이 크다. 눈이 침침하고 눈앞이 자주 캄캄해질 때에는 초피가루 5백 그램과 봉래화 씨앗 5백 그램을 가루 내어 한 데 섞은 다음 좋은 꿀로 오동나무씨 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5-10알씩 하루 세 번 빈속에 먹는다. 봉래화는 종기를 치료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봉래화의 잎, 줄기, 꽃 등을 한데 짓찧어 술과 물을 약간 섞어 달여서 찌꺼기는 짜서 종기나 상처에 붙이고 즙은 마신 다음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흠뻑 낸다. 음부가 가렵거나 음창으로 음부가 부을 때는 봉래화의 줄기, 꽃, 잎 등을 달인 물로 몇 번 씻는다. 대개 3-5번 씻으면 낫는다. 봉래화는 치질치료에도 효험이 있다. 늦가을에 꽃이나 씨앗을 채취하여 그것을 달여서 그 증기를 항문에 쏘이면 치질이 대개 낫는다. 10-20일쯤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한 번에 30분씩 환부에 김을 쏘이도록 한다. 봉래화는 만성 전립선염에도 치료효과가 크다. 만성 전립선염은 세계에서 치료가 가장 어려운 병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봉래화 씨앗을 달여서 3-6개월 동안 꾸준히 복용하면 거의 대부분 효과를 본다. 봉래화 씨앗과 야생 더덕, 고수를 함께 달여서 꾸준히 복용하고 나은 사례도 있다. 봉래화는 약효가 순하고 느리게 나타나므로 오래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짧은 시간에 효험을 기대해서는 안 되며 다만 눈이 아픈 데에는 효과가 매우 빨리 나타난다. 옛 의학책에는 모두 단맛이 나는 감국을 약으로 쓰고 쓴맛이 나는 야생 국화를 고의라 하여 약을 쓰지 못한다고 하였으나 이는 옛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한 말이다. 감국보다는 야생국화가 훨씬 약효가 높다. 또 옛사람들은 꽃과 잎을 주로 약으로 썼으나 국화의 약성은 씨앗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씨앗을 쓰는 것이 효력이 수백 배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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