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에 까만 먼지를 쓰고서도 잘자라 꽃을 피운 돼지감자꽃.
2005년 10월 10일 통일로에서 |
▲ 꽃이 맺혀서도 다시 자라나 멀쑥하게 피어나지요.
2005년 9월 20일 전라도에서 |
어린 시절,
‘뚱딴지’라고 부르기도 했던 돼지감자꽃이 참 많았습니다.
'작은 해바라기처럼 예쁜 꽃에 왜 하필 못 생긴 돼지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아이들과 들판을 헤집고 놀다가 '어? 이건 돼지감잖가' 싶어 멀대 같은
큰 줄기를 뽑으니,
울퉁불퉁 못생긴 것들이 당기당기 붙어 나왔습니다.
감자가 예쁘게 생긴 작물은 아니지만,
감자가 예쁘게 생긴 작물은 아니지만,
이 돼지감자는 감자보다 더 울퉁불퉁하고 언뜻 보면 생강 같은 것이
그 형태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엉뚱한 것이 ‘뚱딴지’라는 이름이 이래서 붙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면, 일반감자에 비해 더 못생겨 지어진 이름일지도.
▲ 작은해바라기라고도 부르며 바라보았던 꽃.
2005년 10월 10일 통일로에서 |
흙 담 옆이나 구정물이 흐르는 장독대 옆, 그리고 밭둑이나 연날리기에 좋은
언덕배기에 예사로 싹을 틔우고 가을 찬바람 속에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여름에 돼지감자 넓은 잎이 어느새 껑충 껑충 자라나기 시작하였는가 싶게 다시
금방 큰 키로 자랐습니다.
들에 묶어 둔 소가 잎사귀를 몽땅 잘라 먹어도 꽃피우는 계절이 되면 꽃을 피우는
들에 묶어 둔 소가 잎사귀를 몽땅 잘라 먹어도 꽃피우는 계절이 되면 꽃을 피우는
돼지감자는 정말 뚝심 한 번 좋은 식물입니다.
찬바람과 함께 올망졸망 꽃이 맺히는가 싶게 꽃대와 함께 다시 껑충 자라났고
해바라길까, 들국활까 싶게 애매모호하였지만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들판은 수확으로 바쁜데 가을 햇살에 반짝이며 피어 있던 돼지감자꽃은 눈부셨습니다.
▲ 2005년 10월 10일 통일로에서 |
꽃을 잊고 첫 눈마저 내려 황량한 빈 들판.
아무 데서나 쉽게 만나는 말라버린 돼지감자꽃 줄기를 잡아 뽑아들면 울퉁불퉁
모양도 가지가지인 돼지감자가 툭툭 뚱딴지 영감처럼 나타났습니다.
돼지감자를 옷에 쓱 문질러 그냥 먹어버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들은 자주 옹기종기 둘러앉아 불을 피우고 구워먹기도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될 만큼 돼지감자를 찾아 들판을 헤매다니던 기억이 많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될 만큼 돼지감자를 찾아 들판을 헤매다니던 기억이 많습니다.
작은 포대와 호미를 제 각각 들고 고향마을 여기저기에 돼지감자 찾아다니던 기억.
그냥 먹으면 아삭아삭하게 입에 고여 들던 달지 않은 맛,
옹기종기 모여 돌을 모아 불을 피워 구워먹던 것들이 조각조각 생각날 뿐 왜 그리
돼지감자를 찾아다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5월인가요.
지난 5월인가요.
우연히 생태 길잡이 모임에 갔다가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추억 속의 돼지감자가 생각났습니다.
더러는 돼지감자와 돼지풀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둘 다 아무 곳에나 잘 자라며 둘 다 큰 키로 자라나서 혼동할 수도 있지만
차이는 엄청납니다.
돼지풀은 천식이나 알레르기의 원인이고 돼지감자는 병을 다스리는 약재로 민간에서
널리 쓰여 왔습니다.
참, 돼지의 코가 다른 동물보다 납작한 이유는 가축으로 사육되기 전에 땅을 파고
먹이를 찾아 먹던 습성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군요.
▲ 2005년 10월 10일 통일로에서 |
돼지감자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서 그런지
이름도 참 많습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이름 '뚱딴지' 외에 뚝감자, 미국감자, 당뇨고구마, 캐나다감자,
예루살렘 아티초크, 토픽넘버, 약명으로는 국우라고 한다는군요.
또한 국화감자, 국화고구마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해바라기처럼 껑충 자라(1.5~3미터) 작은 해바라기라고 불릴 만큼 노란 꽃을 피우지만
언뜻 보면 들국화 같기도 해서 이렇게 부르지 않나 싶습니다.
워낙 잘 자라는 돼지감자에게도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면 온도가 17도 이하로
워낙 잘 자라는 돼지감자에게도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면 온도가 17도 이하로
내려가는 지역이 아니면 땅 속에 뿌리를 많이 맺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도 땅 속 뿌리의 성장점이 17도 아래와 관계 있고 보면
참 궁금한 그들의 습성입니다.
땅 속에 어떤 장치를 하여 자라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돼지감자는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그리고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한동안
돼지감자는 우리 나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그리고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한동안
잠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물러났다가 최근에 당뇨병에 좋다는 연구발표와 함께
일부러 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천연 인슐린 함량이 월등하게 높다고 하며 십여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음료형태로 제품을 만들어 음용한다고도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날 것으로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 인가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돼지감자는 한번 뿌리내리면 뽑아내고 밟아도
어지간해서는 다시 자란다.
2005년 9월 20일 전라도에서 |
▲ 꽃이 지고 온도가 17도 이하로 내려가면 땅속에서는 뿌리열매가 발달한다.
2005년 10월 10일 통일로에서와 2004년 12월 남양주에서 |
돼지감자의 대표적인 성분은 이눌린인데 민들레, 엉겅퀴, 우엉 같은 국화과 식물에
많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날것의 돼지감자에는 13~20%에 달하는 이눌린이 들어 있으며 학자에 따라서는
천연인슐린의 보고라고 극찬하기도 한다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민간에서는 당뇨병을 다스리는 것으로 썼으며 완치까지
했다는 소문까지 있으니 요즘 들어 재배하는 농가가 늘 법합니다.
돼지감자에 대하여 알아보다가 알게 된 것인데 알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도
돼지감자에 대하여 알아보다가 알게 된 것인데 알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도
차로 달여 마신다고 하는군요.
뿐만이 아니라 꽃을 튀김으로 해먹는다고 하는데 돼지감자꽃도 대단하지만
좋다는 것은 여러모로 만들어 취하는 사람들도 놀랍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돼지감자가 가지고 있는 필수아미노산은 오렌지 주스보다 월등히 많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놀라운 돼지감자입니다.
▲ 돼지감자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한다.
2004년 12월 남양주에서 |
▲ 실제로 보면 모양도 가지가지, 크기도 가지가지...
2004년 12월 남양주에서 |
서양사에 보면 전쟁이나 흉년에 식량대체식물로 역할을 하던 돼지감자의 흔적이 있습니다.
독성도 아직 전혀 발견되지 않은 식물이며,
남미 인디언들이 전통적으로 먹어왔다고 하는군요. 돼지감자는 일부러 심지 않아도
아주 잘 자라며,
한 번 뿌리 내리면 여간해선 없애지 못할 정도입니다.
어린시절 누가 더 많이 캐나 경쟁을 하며 땅 속을 샅샅이 헤집어 캐어내도 이듬해
그 자리에 다시 노란 꽃을 피우는 걸 보면 그 생명력이 참 대단합니다.
주위에 뚱딴지 같은 사람 한 둘은 분명 있지요? 생김새가 무뚝뚝하거나 지나치게
주위에 뚱딴지 같은 사람 한 둘은 분명 있지요? 생김새가 무뚝뚝하거나 지나치게
완고하고 뚝심 좋은 사람을 그리 표현하나요?
한편으로는 하는 짓이 엉뚱한 사람이나 그 엉뚱한 행동을 가리켜 뚱딴지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던가요?
돼지감자꽃에 붙여진 이름이야 많지만 돼지감자라는 이름과 함께 뚱딴지라는 이름이
그들의 습성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여 보았습니다.
▲ 뜻밖에도 가까운 곳에 늘 피고 졌다는 것을...
2005년 9월 25일 통일로에서 |
추억 속에서조차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났고 관심을 두고 찾아보니 놀랍게도 매일 같이
오고가는 길섶에 노랗게 피어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도 분명 피었을 돼지감자꽃에 일부러 눈길 두는 요즘입니다.
관심이라는 ‘뜻밖의 힘’에 놀라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