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lipa Blue Parrot. 1996
생물학적으로 볼 때 꽃이란 식물의 성기(性器)다. 식물은 어쩌다 환한 대낮에 자신의 성기를 세상에 활짝 펼쳐 보이며 사는 걸까? 식물들은 스스로 움직이며 사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답고 화려한 꽃으로 곤충을 유혹해 자신의 꽃가루를 챙기게 하고, 자기의 모습을 기억하여 멀리 있는 다른 꽃을 찾아가도록 만든다는 생명과학자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깜짝 놀랐다. 세상 사람들이 꽃에 열광하고 꽃을 숭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원초적인 유혹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 아닐까? 차분하고 미묘한 흑백 톤을 사용해 오히려 더 숨막힐 듯 요염하고 노골적인 꽃의 매력을 표현하는 사진가 론 반 돈겐. 그가 들려주는 꽃과 사진, 유혹에 관한 이야기.
Lapageria resea Alba. 1999
네덜란드 원예 지역에서 자라 플라워 디자이너로 일했고 생물학을 전공한 나를 보며 사람들은 꽃 전문 사진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인물 사진에 빠져 있던 나에게 꽃은 심각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흙 속에서 피고 지는 꽃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환경에서 따로 떼어내 필름에 담는 것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중에는 그 아름다움에 매혹돼 생각을 바꿨지만.
Papaver somniferun. 1996
꽃을 촬영하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 일, 정원 관리와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가지를 치고, 사진을 찍기 전에는 꽃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다. 클로즈업을 위해 몇 주,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촬영 도중 꽃잎이 벌어져 위치를 재조정하는 일도 있다. 뛰어다니는 개구리를 찍는 것만큼이나 꽃 촬영은 순간을 잡아야 하는 일이다.
Solanum Purple Blush. 1996
꽃이 심어져 있는 정원을 돌아볼 때면 늘 꽃을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관찰하곤 한다. 강렬하고 우아하면서 암시적인 사진. 시작과 끝을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더욱 가까이 얼굴을 내밀고 관찰하게 되는 사진. 내가 찍은 꽃 사진에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담겨 있다. 나는 환상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곳에서 환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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