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

난, 호텔 대신 찜질방 간다 (일본)

울산 금수강산 2007. 1. 26. 05:04
우리나라와 너무 비슷해서 오히려 신기했다. 뜨거운 물 좋아하고, 드러눕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 도쿄의 ‘도심 온천’에 가면 내 집 안방에 온 듯 활개치고 돌아다닐 수 있다. 일어 한마디도 못해도 상관없다. 한국어 안내문도 있고, 이 탕, 저 탕 돌아다니며 온천욕 즐기는 것에는 누구보다 익숙하지 않나.

도쿄 ‘도심 온천’의 매력은 가기 편하고 예약이 필요 없는, 저렴한 숙소기능을 한다는 것. 때문에 도쿄 ‘도심형 온천’은 낮에 가면 아깝다. 낮에는 도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어둠이 내리면, 잠도 잘 겸,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 피로도 풀 겸 ‘도심형 온천’으로 가면 된다.

▲ ‘스파 라쿠아’의 ‘쿨’ 사우나에 설치된 수조 속에서 색색 해파리가 너울너울 춤 춘다.
스파 라쿠아(Spa LaQua)

금요일 밤 10시, 야구장에 놀이시설, 쇼핑센터까지 모여있는 도쿄돔의 스파 라쿠아에 갔다. 5~9층까지 스파와 피트니스 시설이 들어찬 ‘스파 빌딩’이다. 사우나는 별별 이벤트 탕이 다 있는 우리나라 ‘스파형 찜질방’보다는 약하다. 그런데 높은 천장 덕분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환하고, 불쑥 솟아 있는 ‘복층 구조’ 탕이라든지, 섭씨 90도 사우나와 족탕 앞에 TV를 설치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사우나에는 1회용 면도기와 칫솔도 있다(칫솔 속에 치약이 들어 있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어 거품이 충분히 나지 않는다). 사우나에는 세안제·샴푸·컨디셔너가 마련돼 있고 탈의실에는 립스틱·블러셔·파우더 등 화장품도 있다.

우리나라식 ‘찜질방’이 들어선 ‘힐링 바덴’에 입장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고 전용 찜질방옷으로 다시 갈아입어야 한다. 실내외 수영장 앞에 마련된 선테크에 청춘남녀들이 누워 도쿄돔의 롤러코스터 등 야경을 감상 중이다. 조명이 아름답게 들어온 수영장은 그러나 ‘관상용’. 편안히 드러누울 수 있는 휴게실은 동남아 휴양지 풍으로 꾸며놓았다. ‘스파 라쿠아’는 휴게실을 이리 저리 분산시켜 놓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누워 있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 다닐 필요가 없다. ‘황토방’ 등은 화끈한 열기에 뇌가 마비될 지경인 우리나라 ‘불가마’에 비하면 굉장히 얌전하다.

▲ 조명이 환상적인 '스파 라쿠아'의 저온 찜질방. '스파 라쿠아' 브로셔 사진
‘스파 라쿠아’의 하이라이트는 취침, 혹은 휴식 공간. 비행기 1등석 좌석처럼 버튼 하나 누르면 다리 부분이 올라가고 또 다른 버튼을 누르면 등이 뒤로 젖혀진다. 자리마다 TV가 달려있다. 의자에 연결된 전화로 맥주나 안주를 주문할 수도 있다. 담요도 있고 일본판 ‘보그’, ‘마담 피가로’, ‘앙앙’ 등 신간잡지도 있다. 자정에 소등한다.

로미로미 등 비싼 마사지 대신에 20분에 2300엔짜리 발 마사지를 받았다. 여기에 크리미한 일본 생맥주(530엔)를 한 잔 마시고 푹 잤다. 밤 11시 넘으면 일단 취침용 의자부터 확보할 것. 여성 전용 휴게실은 ‘코 고는 소리’도 덜하고 분위기도 화사하다.

▲ 하룻밤 자고 가기 좋다, '스파 라쿠아'의 휴게실. '스파 라쿠아' 브로셔 사진
‘이자카야 풍’ 일식당과 한식당이 있다. 첫 인상은 ‘가격 괜찮네’. 그러나 우리나라 식당의 절반 정도 분량이 나온다고 생각해면 된다. 숯불 로스구이(6점)는 920엔. 목살(12점)은 840엔, 김치 530엔. 모듬회는 2100엔.


▶운영시간은 오전 11시~이튿날 오전 9시까지. 18세 이상 입장료는 11시~자정은 2565엔. 자정부터는 1890엔을 더 내야 한다. ‘찜질방’ 시설이 들어선 ‘힐링 바덴’ 이용요금은 525엔. 토·일요일·기타 일본 ‘축일’ 등에는 추가요금이 315엔. 주중에 하룻밤 숙박만 하고 나올 경우 예산은 (찜질방 포함)4만원 선이면 된다.

▶큰 짐은 매표소에서 맡아준다. 4시간 체류로 제한(마사지를 받을 경우 7시간)하고 그 이후부터는 추가 비용을 받는 날(올해의 경우 12월30일~내년 1월3일)이 있다. (03)3817-4173, www.laqua.jp

▲ 민속촌 풍의 '테마파크'로 꾸며놓은 오에도 온천
오다이바 오에도(大江戶) 온천

총 16가지 유카타 중 맘에 든 것으로 골라 입고서 ‘에도 시대’ 거리를 돌아다니게 만들어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 가보고 내린 결론은, 낮에 갈 필요 없다. 숙박 해결할 겸 밤에 가면 된다. 밤 11시 오에도 온천에 도착했다. 한국어 안내문도 있다. 오에도의 명물이라는 노천 족탕. 미지근할 줄 알았던 물이 뜨거워서 좋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낭만을 만끽하려다 ‘악’ 소리를 질렀다. 족탕 바닥 곳곳에 지압용 돌이 돌출돼 있어 웬만큼 단련되지 않은 사람은 여유를 부리며 걷기 힘들다.

오에도 온천 운영시간은 오전11시~다음날 오전 8시까지. 온천 내에 따로 호텔 시설도 있지만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저렴하게 숙박 해결하기’. 1인용 매트리스가 깔린 ‘다다미’ 방은 여성전용과 남녀 공용이 있는데, 남녀 공용이라고 해도 남자는 방 왼쪽 편, 여자는 오른쪽 편으로 나뉜다. 남녀가 꼭 붙어 자야겠다면, 뒤로 등이 젖혀지는 의자가 있는 휴게실로 가면 된다. 의자마다 TV가 달려 있다. ‘스파 라쿠아’ 보다는 분위기가 다소 칙칙하고 의자 발걸이가 따로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 여기서 주무실 예정이면 폭식하지 마시라. 부른 배를 안고 힘겹게 잠들다 보니 여기 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밤새 거슬렸다. 그러나 야외에 마련된 1인용 히노끼 탕에 나 홀로 찌뿌드드한 몸을 담그는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됐다(오전 6시20분 상황. 사람이 몰리면 ‘히노끼 평화’는 없을 지 모른다).

▲ '오에도 온천' 어묵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다음날 오전8시까지. 노천 온천은 오전11시~다음날 오전2시, 오전5시~8시. 야외 족탕은 오전 11시~다음날 새벽 2시까지다. 대인의 경우 오전 11시~새벽2시는 2827엔. 오후6시 이후에 들어가면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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