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녹아내릴 듯한 태양 아래에서 모래는 가장 고운 자태로 바람에 흩날렸다.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모순과 역설을 다 묻어버릴 수 있는 곳. 세상의 끝인 것처럼 존재하는 사하라 사막에서 가진 것 모두를 버리고, 대신 작은 깨달음의 샌드로즈 몇 송이를 주워 왔다. |
제르바 섬의 에짐 항구에서 차를 실을 수 있는 배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해 조르프 항구에 도착했다. 두 항구 사이에는 4대의 배가 15분 간격으로 운항된다. 우리는 지금 두즈를 향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하라를 향하고 있다. ‘사하라’라는 단어가 마치 꿈속에서 중얼거리는 언어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는….
사하라의 관문인 두즈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다. 도시에 가까워지면서 길 양옆으로 얕은 모래 언덕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설렘만도 아니고 흥분만도 아니며 두려움만도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정서들이 예민한 촉수가 되어 육신으로부터 수천 개의 갈래로 뻗어나가는 기분. 그래, 감각이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잠들어 있던, 있는 줄도 몰랐던 심연의 감각들까지 모두 눈을 뜨고 꿈틀꿈틀 올라오는 것이다. 낙타들이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곳을 지나고, 작은 군락을 가로질러 계속 들어갔다. 앞차가 날리고 간 먼지가 점점 짙어지는가 싶더니 일행 중 하나가 “어, 저기!”하며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사하라! 그 거대한 신비의 끝자락이.
어느 정도 더 들어가다가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곳에서부터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을 만큼 높은 모래 언덕이 이어져 있었다. “저쪽 언덕으로 해서 한번 넘어가보죠.” 사진가가 제안을 했다. 보기엔 그리 높거나 멀지 않아 보이는 언덕이었지만 괜히 멋모르고 무리하는 것은 아닐까 잠깐 걱정이 됐다. 길이라도 잃어버린다면 어쩌지…. 하지만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쑥 어설픈 용기가 생겼다. 멀리 보이는 나무 한 그루를 목표 지점으로 하여 방향을 잡고는, 시장에서 산 하얀 터번으로 얼굴을 단단히 가린 채 모래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없이 고운 모래가 악어의 입처럼 다리를 삼켰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고 보니 다시금 ‘괜한 짓’에 대한 우려가 일었으나 이미 뗀 발걸음이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은 비 오듯 흘렀다. 그 순간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제발 저 나무에 닿기만을. 하지만 나무는 가까워지는 듯싶다가 멀어지고 눈에 잡히는가 싶다가 다시 작아졌다. 눈으로 보이는 거리가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진실이라 믿었던 게 진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나의 염원 앞에 이렇게 간절해진 적이 있었던가. 바라는 것은 나무 하나뿐인, 너무 단순한 소망이건만…. 나무는 거기에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운전사가 나무 옆에서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머니 얼굴보다 애인 얼굴보다 더 반가웠다. ‘이러다가 사하라 사막에서 실종되는 거 아닐까’ 하는 절박함이 ‘너무나 웃긴 해프닝’이 되고 만 순간이었다. 사실 우리가 디딘 사막은 사하라의 시작에 불과했고, 사막 중에서도 아주 ‘쉬운’ 사막이었다. 다음 날 사막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기 위해 몇 가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곳을 찾았다. 이곳의 주인은 룽고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사람이다. 원래 비행기 조종사였던 그는 튀니지에 왔다가 이런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다른 데는 없음을 알고 은퇴 후 정착했다고 한다. 여러 액티비티가 있지만, 룽고가 직접 모는 소형 비행기를 타고 사막 위를 나는 기분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단연 최고다. 한국에서 취재를 왔다는 우리에게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대접해주었다. 튀니지 여인과 결혼해 살고 있는 그를 보며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이탈리아인인 그를 아프리카 대륙이 부른 것도, 이곳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 것도,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일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예기치 못한 운명으로부터 시작된 것 아닐까. 서울을 떠나 낯선 곳을 여행할 때마다 드는 묘한 기대감, 생각지 못한 운명의 장난이 내 인생을 좀 더 짜릿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일탈에의 욕망,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튀니지로 가는 길 |
activity 2 튀니지에서는 어디든 지나가는 낙타를 주의하라는 도로표지판을 볼 수 있다. 액티비티는 단순히 ‘놀이’가 아니다. 오감을 자극하고 일깨움으로써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을 극대화하는, 여행의 한 방식이자 과정이다. 여행지가 튀니지라면 액티비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사막 위를 나는 소형 비행기. 조종사와 함께 2인이 타는 이 비행기는 고도 100m 정도까지 올라가 사막과 오아시스와 유적지 등을 돌며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지평선을 따라 하늘을 날다 보면 그제야 비로소 사막의 거대한 위용을 제대로 실감하게 된다. 땅에서 즐기는 것으로는 우선 카트(Kart)와 쿼드(Quad)를 꼽을 수 있다. 일정한 트랙을 따라 도는 카트는 시속 50km 정도가 최대 속도지만, 폭발적인 엔진 소리와 함께 트랙을 돌다 보면 생각 이상의 속도감을 맛볼 수 있다. 카트보다 더 짜릿한 스릴감을 느끼고 싶다면 쿼드를 추천한다. 가이드를 따라 1시간 정도 여러 지형을 도는데, 손으로 조작하는 가속기의 성능을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힘이 넘치는 쿼드는 사막의 모래 언덕을 평지처럼 뛰어넘기도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 위를 바람처럼 달리기도 한다. 스트레스 날리는 데에는 최고! 자동차 말고 다른 탈것을 원한다면 역시 말과 낙타. 해변에서 즐기는 승마는 특히 연인에게 달콤한 추억을 만들어주며, 곳에 따라 기념사진 촬영을 해주기도 한다. 사막에서 즐기는 낙타 투어는 이국적 정취와 사막의 풍미를 여유 있게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며, 좀 더 안락하게 사막 투어를 즐기고자 한다면 마차 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밖에도 바닷가 모래사장 위를 달리는 돛단차와 바다 위에서 즐길 수 있는 페러세일링 등도 놓치기 아까운 액티비티. 관광객이 많이 찾는 튀니지는 어디를 가든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있으나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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