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도호쿠 3현(北東北 3縣, 아오모리·이와테·아키타) 초청 핫코다산, 이와테산, 초카이산 산행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적어도 3,000m는 넘어야 일본 산다운 맛이 나려니 했다. 해서 일본인들이 한국 등산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1,500~2,000m대 산은 그저 그러려니 얕봤다. 예상은 첫 번째 산인 아오모리(靑森)현의 핫코다산(八甲田山·1,584.6m·정상 오다케 大岳)에서부터 깨졌다. 잘 보존된 자연과 산세는 부러울 정도로 아름답고 다양했다.
5월26일 일본 열도의 본섬인 혼슈(本州) 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에 도착한 팀은 첫날 오시라세계류(奧入瀨溪流)와 도와다호수(十和田湖)를 둘러본 다음 핫코다산 기슭의 온천장에서 묵은 이튿날 아침 산행에 나섰다.
온천장에서 10분 거리인 로프웨이 터미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사이 넓게 펼쳐진 산록은 신록과 흰 눈으로 반짝였다. 뒤편 창 밖으로는 아오모리만(靑森灣)까지 부드럽게 펼쳐진 산자락이 꼭 한라산을 보는 듯하고, 그 뒤로는 이와키산(1,625m)이 산정에 눈을 인 채 도도하게 솟아 있었다.
“러일전쟁 때 훈련 들어왔던 군인들 가운데 196명이 죽고, 200명이 구조된 험악한 산입니다. 그래서 유령이 많다는 얘기가 전하기도 하죠. 아무튼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려 올해는 5월 말인데도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거랍니다.”
숙소인 조가쿠라(城ケ倉) 온천장에서부터 동행한 가이드 히라이씨는 로프웨이로 600m쯤 고도를 높여 산정공원역에 내리자마자 핫코다산에 대해 설명해준다. 꼭 구릉지대에 올라선 기분이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다. 역 아래쪽은 신록으로 빛나고, 위쪽은 흰 눈으로 눈부시도록 반짝인다.
전나무숲길 역시 두터운 눈에 덮여 있지만, 따스한 햇살에 못 견뎌 툭하면 눈이 주저앉거나 발이 푹푹 빠지는데도 엄혜진씨(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대리)와 관계자들은 즐거워한다. 겨울이 지난 지 이제 석 달 남짓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겨울이 그리운가 보다.
막 꽃봉오리 맺힌 철쭉, 키 작은 구상나무, 아오모리전나무가 빼곡히 우거진 숲을 빠져나간 다음 눈밭을 가로질러 능선에 올라붙기 직전 널찍한 평원이 나타난다. 다모야치습원(田茂泡濕原)이다. 여느 해 같으면 크고 작은 연못들이 여기저기 형성되는 이 고층습원은 6월 초면 빨간 철쭉꽃과 함께 하얀 솜꽃 같은 야생화들이 만발하여 천상화원을 이룬다고 히라이씨는 자랑한다.
부러움 사게 하는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환경
다모야치습원을 지나 능선으로 올라붙는다. 평원 같은 사면은 눈이 덮여 있는데, 묘하게도 산릉은 눈이 완전히 녹아내려 누런 풀이 드러나 있다. 산죽과 철쭉 사이로 난 능선길을 따라 아카쿠라다케(赤倉岳·1,548m) 어깻죽지에 올라서자 희미하게나마 멀리 아오모리시 너머로 아오모리만과 무츠만(陸奧灣)까지 바라보인다.
“능선 한쪽으론 동해가, 반대쪽으론 태평양이 펼쳐져 있답니다. 날씨가 좋으면 60km쯤 떨어진 홋카이도도 보이고요. 이제는 황사 때문에 그런 날씨를 맞기 쉽지 않게 되었죠. 산을 오르다가 마음 놓고 눈을 집어먹던 때가 언젠가 싶습니다.”
일본도 매년 봄이면 중국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문에 우리 못지않게 피해를 보고 있었다. 히라이씨는 “그 책임을 중국에 국한시키지 말고, 일본, 한국 등 세계인이 모두 나서서 나무를 한 그루씩이라도 더 심으면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조망이 좋아지면서 아오모리만과 무츠만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는 사슴 발자국이 눈에 띄고, 날이 좋아지자 사람뿐 아니라 새들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사면 숲속에서 이름 모를 새들이 흥겹게 지저귄다.
아카쿠라다케는 뜻밖에 정상다운 분위기를 갖추지 못한 봉이었다. 평범하고 키 작은 나무가 빼곡히 자라는 능선에 팻말 하나 달랑 서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너머에는 독특한 형상의 화산이 숨어 있었다. 거대한 분화구를 따라 길게 능선이 이어져 있다. 이도다케(井戶岳·1,550m)라는 이름답게 깊은 우물처럼 느껴지는 산이다.
아름답고 독특한 풍광은 사람을 끌어 모으기 마련. 중년의 일본 사진가가 분화구 한쪽 편에 삼각대를 받쳐놓고 한쪽은 흰 눈, 맞은편은 신록으로 물들어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화구벽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도다케 뒤편으로는 핫코다산 정상인 오다케(大岳·1,584m)가 거대한 봉분과도 같은 모습으로 솟아 좋은 배경이 되어준다.
이도다케에서 뚝 떨어진 산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서자 오다케대피소가 반겨준다. 무인대피소건만 잘 관리가 되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OB와 YB가 함께 제법 커다란 배낭을 메고 산정으로 향하는 고교산악부도 있고, 산정에서 내려서는 부부 등산인들도 보인다.
일행이 점심을 먹는 사이 오른 오다케 정상은 핫코다산 최정상답게 조망이 뛰어났다. 핫코다산은 오다케를 비롯, 아카쿠라다케, 이도다케 등 8개 봉우리가 모여 이루어진 산이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이들 산봉은 모두 거대한 왕릉을 연상케 할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커다란 규모로 솟아 있다.
대피소에서 수카유(酸ケ湯) 온천까지는 약 4.6km. 원래 계획은 대피소까지 왕복 산행이었으나, 기왕 온 것 오다케를 넘어 수카유온천으로 하산키로 계획을 바꾸었다가 대피소에서 곧바로 내려서는 길이 자연풍광이 더욱 낫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제 발자국을 벗어나지 마세요.”
대피소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짓가랑이가 푹 젖어 있었다.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눈밭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히라이씨는 그의 발자국만 따르라고 강조한다. 그가 따르는 길은 눈에 덮여 있지만 밑은 데크였다. 데크를 벗어나면 눈이 푹푹 꺼져 들어가거나 또는 주저앉으면서 밑에 형성된 물줄기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그런데도 이번 산행을 대비해 장비를 마련한 우제붕씨(한진관광 과장)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이런 눈밭 산행이 처음인지라 우씨는 설원이 나타나기만 하면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폼을 잡고 기념촬영을 해댄다.
“이건 완전히 알프슨데-. 밑은 파랗고 위는 하얀 게.”
외국 산 경험이 많은 여행사 직원들은 중간 중간 눈밭에서 쉴 때마다 핫코다산을 알프스 풍광과 엇비슷하다고 평하곤 했다. 야트막한 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빠져나가자 너른 평원이 펼쳐진다. 고원습지다. 히라이씨는 이 고원습원에 6월 말부터 초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한다고 알려준다.
5월26일 일본 열도의 본섬인 혼슈(本州) 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현에 도착한 팀은 첫날 오시라세계류(奧入瀨溪流)와 도와다호수(十和田湖)를 둘러본 다음 핫코다산 기슭의 온천장에서 묵은 이튿날 아침 산행에 나섰다.
온천장에서 10분 거리인 로프웨이 터미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사이 넓게 펼쳐진 산록은 신록과 흰 눈으로 반짝였다. 뒤편 창 밖으로는 아오모리만(靑森灣)까지 부드럽게 펼쳐진 산자락이 꼭 한라산을 보는 듯하고, 그 뒤로는 이와키산(1,625m)이 산정에 눈을 인 채 도도하게 솟아 있었다.
“러일전쟁 때 훈련 들어왔던 군인들 가운데 196명이 죽고, 200명이 구조된 험악한 산입니다. 그래서 유령이 많다는 얘기가 전하기도 하죠. 아무튼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려 올해는 5월 말인데도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거랍니다.”
▲ 핫코다산 하산길. 여름철이면 습원을 이룬 산사면이 수많은 야생화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
숙소인 조가쿠라(城ケ倉) 온천장에서부터 동행한 가이드 히라이씨는 로프웨이로 600m쯤 고도를 높여 산정공원역에 내리자마자 핫코다산에 대해 설명해준다. 꼭 구릉지대에 올라선 기분이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다. 역 아래쪽은 신록으로 빛나고, 위쪽은 흰 눈으로 눈부시도록 반짝인다.
전나무숲길 역시 두터운 눈에 덮여 있지만, 따스한 햇살에 못 견뎌 툭하면 눈이 주저앉거나 발이 푹푹 빠지는데도 엄혜진씨(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대리)와 관계자들은 즐거워한다. 겨울이 지난 지 이제 석 달 남짓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겨울이 그리운가 보다.
막 꽃봉오리 맺힌 철쭉, 키 작은 구상나무, 아오모리전나무가 빼곡히 우거진 숲을 빠져나간 다음 눈밭을 가로질러 능선에 올라붙기 직전 널찍한 평원이 나타난다. 다모야치습원(田茂泡濕原)이다. 여느 해 같으면 크고 작은 연못들이 여기저기 형성되는 이 고층습원은 6월 초면 빨간 철쭉꽃과 함께 하얀 솜꽃 같은 야생화들이 만발하여 천상화원을 이룬다고 히라이씨는 자랑한다.
부러움 사게 하는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환경
▲ 다모야치습원. 눈이 완전히 녹아버리면 크고 작은 못이 형성되는 고산습원지대다. |
“능선 한쪽으론 동해가, 반대쪽으론 태평양이 펼쳐져 있답니다. 날씨가 좋으면 60km쯤 떨어진 홋카이도도 보이고요. 이제는 황사 때문에 그런 날씨를 맞기 쉽지 않게 되었죠. 산을 오르다가 마음 놓고 눈을 집어먹던 때가 언젠가 싶습니다.”
일본도 매년 봄이면 중국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문에 우리 못지않게 피해를 보고 있었다. 히라이씨는 “그 책임을 중국에 국한시키지 말고, 일본, 한국 등 세계인이 모두 나서서 나무를 한 그루씩이라도 더 심으면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조망이 좋아지면서 아오모리만과 무츠만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는 사슴 발자국이 눈에 띄고, 날이 좋아지자 사람뿐 아니라 새들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사면 숲속에서 이름 모를 새들이 흥겹게 지저귄다.
▲ 짙푸른 아오모리 전나무와 눈밭이 눈부시게 빛나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카쿠라다케 들머리. |
아름답고 독특한 풍광은 사람을 끌어 모으기 마련. 중년의 일본 사진가가 분화구 한쪽 편에 삼각대를 받쳐놓고 한쪽은 흰 눈, 맞은편은 신록으로 물들어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화구벽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도다케 뒤편으로는 핫코다산 정상인 오다케(大岳·1,584m)가 거대한 봉분과도 같은 모습으로 솟아 좋은 배경이 되어준다.
이도다케에서 뚝 떨어진 산길을 따라 안부로 내려서자 오다케대피소가 반겨준다. 무인대피소건만 잘 관리가 되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OB와 YB가 함께 제법 커다란 배낭을 메고 산정으로 향하는 고교산악부도 있고, 산정에서 내려서는 부부 등산인들도 보인다.
일행이 점심을 먹는 사이 오른 오다케 정상은 핫코다산 최정상답게 조망이 뛰어났다. 핫코다산은 오다케를 비롯, 아카쿠라다케, 이도다케 등 8개 봉우리가 모여 이루어진 산이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이들 산봉은 모두 거대한 왕릉을 연상케 할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커다란 규모로 솟아 있다.
▲ 아카쿠라다케 정상 직전. 오른쪽 설계 일원은 예전 분화구였다. (왼쪽) 이도다케에서 오다케대피소로 내려서는 일행.(오른쪽) |
대피소에서 수카유(酸ケ湯) 온천까지는 약 4.6km. 원래 계획은 대피소까지 왕복 산행이었으나, 기왕 온 것 오다케를 넘어 수카유온천으로 하산키로 계획을 바꾸었다가 대피소에서 곧바로 내려서는 길이 자연풍광이 더욱 낫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제 발자국을 벗어나지 마세요.”
대피소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바짓가랑이가 푹 젖어 있었다.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눈밭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히라이씨는 그의 발자국만 따르라고 강조한다. 그가 따르는 길은 눈에 덮여 있지만 밑은 데크였다. 데크를 벗어나면 눈이 푹푹 꺼져 들어가거나 또는 주저앉으면서 밑에 형성된 물줄기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그런데도 이번 산행을 대비해 장비를 마련한 우제붕씨(한진관광 과장)는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이런 눈밭 산행이 처음인지라 우씨는 설원이 나타나기만 하면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폼을 잡고 기념촬영을 해댄다.
“이건 완전히 알프슨데-. 밑은 파랗고 위는 하얀 게.”
외국 산 경험이 많은 여행사 직원들은 중간 중간 눈밭에서 쉴 때마다 핫코다산을 알프스 풍광과 엇비슷하다고 평하곤 했다. 야트막한 나무가 빽빽한 숲길을 빠져나가자 너른 평원이 펼쳐진다. 고원습지다. 히라이씨는 이 고원습원에 6월 말부터 초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한다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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