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LA→리마→쿠스코→마추픽추’ 긴 여정… 태양신전·해시계·석조건축 등 ‘볼거리’ | ||||||||||||
“돌들의 배꼽, 자부심에 가득차 있는 높이 치솟은 세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도 소속되어 있는 그 버림받은 세계의 한가운데 서서 나는 자신이 무한히 작다는 것을 느꼈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죽기 며칠 전까지 매달렸던 회고록 ‘추억’에서 마추픽추(Machu Picchu)에 대해 쓴 글이다.
산 밑에서는 보이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서는 아주 큰 결단이 필요하다. 돈과 시간, 무엇보다 건강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울에서 LA까지, 또 LA에서 페루의 수도 리마(Lima)까지, 리마에서 국내선으로 페루 제2의 도시 쿠스코(Cusco)까지 가야한다. 꼬박 이틀 넘게 걸린다. 쿠스코는 잉카제국의 수도로, 마추픽추보다 해발고도가 높은 3400m다. 처음 도착하면 고산병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고 컨디션 조절이 힘드니 하루 동안 적응하는 것이 좋다.
쿠스코에서 기차로 마추픽추역까지 가는 데 4시간이 걸린다. 물론 지겹지 않다. 오히려 들뜬다. 평생의 소원인 마추픽추 관광을 위해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열차 안은 시끌벅적. 창밖 풍경은 장관이다. 험준한 산과 깎아지른 절벽이 양 옆을 에워싸고, 만년설도 수시로 보인다. 아마존강을 향해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와 그 협곡을 따라 트레킹하는 사람들까지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마추픽추역에 도착하면 ‘마추픽추 타운’을 만난다. 이곳에서 또 버스를 탄다. 꾸불꾸불한 산길을 15분쯤 올라가면 드디어 마추픽추 입구에 도착. 여기서부터는 도보다. 계단이 많으니 자신이 없다면 입구에 있는 지팡이를 가져가면 좋다. 마추픽추는 원주민어로 ‘늙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마추픽추 입구에서 관광객들은 너도 나도 “우와!” 외친다.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사방을 둘러싼 거대한 산에 압도당한다. 아래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낭떠러지다. 산 밑에서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공중도시’라고 하고, 이 때문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마추픽추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할 만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건축기술. 집이나 성곽을 지은 것은 모두 커다란 돌이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돌을 깎아 견고하게 맞물려 쌓았다. 종잇장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 돌을 다룰 특별한 연장도 없었고, 돌을 나를 바퀴나 도르레도 이곳까지 갖고 오기 힘들었을텐데 어떻게 이런 건축이 가능했을까. 한쪽 면의 길이가 몇 m나 되고 모양도 제각각인 돌을 어떻게 정확히 잘라 붙였을까. 젖은 모래에 비벼서 돌의 표면을 매끄럽게 갈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가사의다. 안내를 맡은 카스타네다씨가 창문으로 쓰였을 법한, 움푹 팬 한쪽 벽에 얼굴을 넣어보라고 했다. 반대쪽에서 카스타네다씨가 얼굴을 넣더니 중얼중얼거렸다. 신기하게도 그가 말하는 것이 귀로 정확히 전해졌다. 물론 신기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발만 헛디디면 천길 낭떠러지인 이곳 계단에서 어떻게 옥수수, 감자를 재배했을지도 의문이다. 계단식 밭은 생각보다 좁고 가파랐다. 1만명이 생활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급자족이 이뤄졌다고 한다. 물론 관개수로도 있다. 돌로 만든 해시계, 태양신을 숭배하기 위한 ‘태양의 신전’, 콘도르(매과에 속하는 새) 모양의 바위로 만든 ‘콘도르 신전’ 등의 유적을 둘러보는 데 2시간 남짓 걸렸다. 미 예일대 교수가 발견 마추픽추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11년 미 예일대 교수 하이램 빙엄에 의해서였다. ‘안데스 산맥 깊은 곳에 잉카족의 숨은 요새가 있다’는 소문에 탐험가 기질이 발동했다. 우루밤바강(아마존강의 지류)을 둘러싼 협곡을 향해 올라가다 우연히 인디오를 만나 물을 얻어마셨다고 한다. 그로부터 산모퉁이 뒤에 숨어있던 잃어버린 도시에 대해 듣게 된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옛 성벽도시가 우뚝 솟아있던 것이다.
물론 그곳에서 황금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동굴에서 170여구의 미라가 발굴됐는데, 대다수가 여성이었다. 마추픽추를 둘러싼 학자들의 논란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마추픽추는 과연 어떤 도시였는가. 스페인 정복자에게 쫓긴 잉카족이 깊은 산 속에 숨어들어 세운 비밀도시일까. 종교적인 목적으로 오래 전부터 세워진 사원도시일까. 아니면 침략자를 몰아내달라고 소녀들을 이곳으로 오게 해 태양신에게 기도를 드리게 했을까. 의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마추픽추는 매일 최대 2500명에 달하는 여행객들로 몸살을 앓고있다. 유네스코는 “마추픽추 방문객 수를 1일 800명 수준으로 줄이고, 유적지에 가하는 압력을 감안해 가벼운 신발을 착용토록 해야 한다”고 페루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마추픽추 덕분에 연간 1000만달러의 관광수입을 벌어들이는 페루 정부에서는 그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마추픽추 입구에는 하루 700달러짜리 최고급 호텔까지 들어섰다니 말이다.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rhpark@chosun.com) |
◎ 잉카트레일 | ||
고대문화의 정수 맛보는 3~5일의 트레킹
잉카트레일을 답사하려면 높은 고개 몇 개를 넘으며 3~4일씩 걷는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불편한 야영생활도 피할 수 없다. 기차와 버스로 다녀오는 당일 답사에 비해 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도 성수기에는 게이트에서 한참 동안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린다. 잉카트레일의 매력은 자연과 고대문화의 정수를 단기간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짙은 수림의 정글지대를 지나기도 하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산도 오른다. 날씨만 좋으면, 하늘을 가르는 유성과 만년설이 빛나는 안데스의 고봉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산길 곳곳에 산재한 잉카 유적도 빠뜨릴 수 없는 볼거리다. 물론 이 길 끝에 절정을 이룬 마추픽추에 비하면 작고 보잘 것 없는 규모다. 하지만 잉카인의 정교한 건축기술은 크고 작음에 구분을 두지 않는다. 찬찬히 뜯어보면 그 섬세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잉카트레일은 트레커들에게 알려지기 이전에는 건축가와 과학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잉카트레일은 옛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Cusco)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도중에 거치게 되는 기차역(KM82)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우루밤바강을 건넌 뒤 계곡과 능선을 따라 마추픽추까지 3박4일 동안 걷게 된다. 숙박은 코스 중간의 산장이나 캠프를 이용한다. 잉카트레일 트레킹의 최적기는 남반구의 겨울시즌인 6월부터 8월까지로, 이때가 날씨가 가장 좋다. 하지만 정글 지역의 특성상 트레킹 도중 비를 만날 확률이 매우 높다. 트레킹을 계획하는 사람은 비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산길의 난이도는 평균 이하로 보면 된다. 지리산을 종주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경험이 있다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4200m의 고개를 넘기 때문에 두통이나 구토와 같은 고산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코스 자체는 위험하지 않다. 잉카트레일을 답사하려면 쿠스코 등지에서 성업 중인 가이드 여행사를 이용해야 한다. 가이드와 포터를 동반해야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10인 이상 단체가 아니면 팀으로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혼자이거나 한두 명일 경우, 여행사에서 엮어주는 외국 트레커들과 팀을 이뤄 답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일정은 3박4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노약자가 끼거나 여유 있는 트레킹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4박5일로 잡을 수도 있다. 곳곳에 캠프장이 있어 상황에 따라 걷는 거리를 조절해도 된다. 여행사에서 식사를 준비해주지만 우리 입맛에 잘 안 맞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기호식을 따로 준비하면 어느 정도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잉카트레일 가이드 비용은 3박4일 기준으로 숙식 및 가이드 포함 1인당 170달러부터 시작한다. 같은 길을 같은 날짜 동안 걷는 여행상품이지만 350달러가 넘는 것도 있다. 가격에 따라 제공되는 음식과 텐트 등 서비스가 천지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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