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설레임보다 편안함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친구가
더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만나기 전부터
벌써 가슴이 뛰고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 옷깃 스칠 것이 염려되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야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어깨에 손 하나 아무렇지 않게
걸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더 간절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말 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받으며 아파할까봐 차라리
혼자 삼키고 말없이 웃음만
건네주어야 하는 그런 사람보다는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입을 벌린다는 것이
흉이 될까 염려되어 식사는커녕
물 한 잔 맘껏 마실 수 없는 그런 사람보다는
괴로울 때 찻잔을 앞에 놓고 마주할 수 있는 사람
밤새껏 투정을 해도 다음날 웃으며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비위 맞추며 사는 게 버거워
내 속내를 맘 편히 털어놓고 받아주는
친구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 탓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