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행

이집트 홍해

울산 금수강산 2006. 12. 5. 17:52

샤름 엘 셰이크의 매리어트호텔 해변(왼쪽), 시나이 반도의 베드윈(오른쪽)
흔히들 이집트가 시끄럽고 더러운 곳이라 말한다. 매년 5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불평이기도 하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1인당 국민 소득이 1천200달러에 불과한 국가에서 한국과 같은 정돈된 모습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집트를 찾는 우리들의 동선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이집트를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카이로와 남부 룩소르를 방문한다. 나일강을 따라 수천 년 전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유적들을 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이집트 고대 유적들은 대부분 남북으로 흐르는 나일강 주변의 좁은 녹지와 그 인근에 위치해 있다.

아직도 이집트 인구 7천만 명 대부분이 나일강의 물을 생활 터전으로 살고 있다. 한국의 10배 정도가 되는 면적이지만 전 국토의 5퍼센트도 안 되는 나일강 주변에 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산다. 결국 조용하고 깨끗한 곳을 원한다면 나일강을 따라 남북으로 여행할 것이 아니라 동서로 가야 한다.

조용하고 깨끗한 나일강 동·서쪽

서쪽에는 오아시스와 모래가 하얀 백(白)사막이 있다면 동쪽에는 비취색으로 유명한 홍해가 있다. 시나이 반도를 둘러싼 동쪽의 낙원 홍해는 이집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은 여행보다는 휴양을 위한 지역이다. 따라서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곳이기도 하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유럽인들이 홍해를 찾지만 한국인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홍해를 대표하는 휴양지는 단연 샤름 엘 셰이크다. 시나이 반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천혜의 해변 휴양지인 이곳의 바다는 비취색, 흰색, 파란색, 남색 네 가지 색깔을 자랑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샤름 엘 셰이크의 파란 바다 곳곳에는 비취색의 바닷속 섬들이 뽐내듯 펼쳐져 있다. 산호초가 모여 있는 낮은 바다다.

산호초 해역은 물속을 보기 위한 스쿠버 다이버들과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로 일년 내내 붐빈다. 형형색색의 산호초 위를 여럿이 무리 지어 유유히 헤엄치는 수십 종의 물고기들과 함께 몸을 바다에 맡기는 즐거움이 가슴속을 적셔준다. 홍해가 스킨 스쿠버와 스노클링으로 유명한 이유는 간단하다. 훼손되지 않은 해양자원 외에도 파도가 거의 없는 잔잔한 바다이기 때문이다.

해수욕과 선탠의 낙원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 대륙간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깊은 만(灣)으로 이뤄진 홍해의 안쪽에 높은 파도가 있을 리 만무하다. 백사장과 그 앞의 바다는 유난히도 하얗다. 50도가 넘는 강렬한 태양을 받은 사막의 모래가 유리 같은 투명한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해수욕과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의 낙원이다. 유럽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내고 누워 있어도 이곳에 사는 이슬람 신자들은 이제 익숙한 듯 무관심할 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이는 먼바다의 진한 남색 위에는 하얀색 요트와 낚싯배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트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형 다랑어의 꿈을 싣고 3일이고 4일이고 바다를 누빈다.

외국인이 현지인보다 많다는 샤름 엘 셰이크는 ‘이집트의 라스베이거스’라고도 불린다. 세계 굴지의 호텔 체인과 카지노, 골프장 등 레저 오락 시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상점과 야외 음식점 및 카페가 즐비한 나마 베이(Nama Bay)의 풍경은 이집트의 일반 지역과는 다르다.

특히 밤이 되면 형형색색 드러나는 네온 사인으로 이 지역은 불야성을 이룬다. 술과 음악이 가득한 카페와 클럽이 밀집한 이곳을 이슬람 국가의 한 지역이라고 말 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 이집트 예술가들도 이곳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생계를 위해 거리에 좌판을 깐 이들의 그림과 조각들도 나마 베이의 자유로움을 한층 돋운다.

또 샤름 엘 셰이크는 ‘평화의 도시’다. 2002년 유네스코가 공식 지정한 이름이다. 도시를 동서로 가르는 가장 긴 도로의 이름도 ‘평화의 거리’다. 샤름 엘 셰이크는 주요 중동평화 회담이 자주 열리는 국제적인 도시로 부상했다. 중동 내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이곳에서 해결 방안이 논의되면서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와 함께 ‘중동 평화 협상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이집트의 강력한 지역 내 정치적 지도력도 있겠지만 이곳이 평화회담의 중심지로 부상한 실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스라엘에 ‘친근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곳을 점령해 1979년에야 이집트에 반환했다. 그동안 샤름 엘 셰이크는 이스라엘 군이 건설한 휴양도시였다. 현재도 매년 이스라엘인 수만 명이 북쪽의 타바 국경을 지나 3시간을 달려 이곳에 찾아온다.

이스라엘 군이 건설한 휴양도시

이 같은 여러 이유에서 샤름 엘 셰이크는 이제 홍해와 시나이 반도의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남쪽에는 라스 무함마드 해양국립공원이 위치하고 북쪽으로는 다합, 누웨이바, 타바 등 개발이 덜 된 천연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여기에 제트 보트를 타고 2시간만 달리면 아프리카 대륙 연안의 유명한 스킨 스쿠버 중심지 후르가다가 위치해 있다.

샤름 엘 셰이크와 쌍벽을 이루는 휴양도시 후르가다에는 최근 골프장들이 들어서고 있다. 소마 베이(Soma Bay)에 위치한 캐스케이즈(Cascades) 골프코스는 바다를 향해 공을 치는 여러 홀들이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또한 시나이 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아리시(Arish)에서는 매년 10월 낙타축제가 열린다. 잘 생긴 낙타 선발대회를 포함해 사막을 달리는 낙타 마라톤과 단거리 경주는 중동 국가의 단면을 보여준다.

일부 한국인들은 시나이 반도를 찾는다. 하지만 대부분 성지순례 팀으로 수에즈 운하를 거쳐 모세가 계시를 받은 시내산(Musa Mountain)을 오른 뒤 곧바로 이스라엘로 향한다. 시나이 반도의 가장 아름다운 지역을 한두 시간 거리에 두고 모두 놓치고 만다. 이제 홍해의 신비와 자유를 찾아 떠나보자.

<서정민 /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중동전문기자)>

▶ 인천∼카이로 : 대한항공 주 3회(월·수·금) 운항(두바이 경유 17시간 40분 소요)


후르가다셰라톤호텔의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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