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맥도날드에는 유난히도 노인 직원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하긴 패스트푸드점에 어린 직원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월급이 몽땅 가정부 쓰는데 다 들어가더라도 밖에 나와서 일을 한다는 홍콩의 여자들. 홍콩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활력이 넘친다. 정신 없는 중국어 때문인지 상상을 초월하는 인구 밀도 때문인지 세상 어느 도시보다 생기 발랄한 홍콩. 중국과 영국의 교집합 정도로 보이는 이 매력적인 도시에는 영어로 이름 지어진 거리와 초 현대식 빌딩, 성조가 7개나 된다는 광동어와 영국식 발음의 영어, 광고로 완전 포장된 100년 역사의 낡은 트램이 마치 소품 잘 못쓴 영화 같다. 하지만 이러한 동양과 서양의 오묘한 조화가 바로 홍콩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전세계 관광객들을 홍콩으로 홍콩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다. 홍콩의 현 주소는 아시아의 무역 기점이자 금융 비즈니스 도시 그리고 관광 천국. 한때 중국에 반환되면서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지금 홍콩은 여전히 생동감 넘치고 경이로운 도시다. 세계적인 경제 도시들이 초고층 건물들로 서로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는데 비해 홍콩은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에 의해 그 독특한 매력을 유지하면서 언제나 활기 넘치는 그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반긴다. 초고층 빌딩으로 만들어낸 스카이라인, 관광 도시를 자처하며 퇴근 후에도 점등을 하지 않는 야경 도시, 집안 일 하지 않는 여성들로 인해 한집 걸러 자리잡은 수많은 레스토랑은 홍콩 관광을 돈으로 따질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매력 덩어리가 한국에서 비행기로 단 네 시간이라니! 우리가 홍콩을 사랑해 마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주류와 담배를 제외한 모든 상품이 면세라는 사실! 넘치는 쇼핑 센터, 다양한 노천시장, 골동품 가게들, 세계적인 브랜드까지 홍콩이 쇼핑의 파라다이스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아무도 없다. 관광객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도시 홍콩, 가도가도 또 가고 싶은 당신은 이미 홍콩 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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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마리의 용, 구룡
홍콩 관광은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빅토리아 항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 즉 중국 대륙 남단의 구룡, 그리고 바다 건너 마주보고 있는 홍콩 섬이 그 두 주인공이다. 중국어로는 카우룽이라고 불리는 구룡 관광은 구룡 남단부터 북단까지 약 4km를 관통하고 있는 나단 로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나단 로드 남쪽으로는 빅토리아 항을 접하고 있는 침사추이, 북쪽으로는 야시장으로 잘 알려진 야우마떼이와 몽콕이 있다.
• 홍콩 최대의 번화가, 침사추이 홍콩 섬의 센트럴이 비즈니스 타운이라면 구룡의 침사추이는 홍콩 최대의 쇼핑 번화가다. 원래는 나단 로드를 따라 400미터 남짓하던 쇼핑 거리가 일명 황금의 1마일이라고 불리며 쇼핑 중심지였으나 이제는 침사추이 전체가 하나의 쇼핑 타운이 되었다. 번잡하고 혼돈스러운 침사추이는 홍콩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교통의 집결지라 페닌슐라 호텔을 비롯한 최고급 호텔부터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매력적인 쇼핑 센터들이 즐비하다. 특히 홍콩에서 가장 큰 쇼핑 몰인 하버 시티도 침사추이에 있다. 나단 로드 동쪽으로 나있는 챠탐 로드 사우스와 서쪽으로 나 있는 캔톤 로드에는 크고 작은 골목들에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데 좁은 거리지만 다 돌아 보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나단 로드 남쪽으로는 고급 호텔과 쇼핑 센터들이 들어서 있는 샐리스베리 로드가 나오고 홍콩 섬의 높은 빌딩을 배경으로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해변 산책로까지 도달하게 된다. 예전에 모 통신 회사 광고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에 나왔던 감독적인 파노라마가 바로 이 곳 스타 페리 선착장 옆에서 바라본 홍콩 섬이라는 사실! 홍콩 관광에서 놓치면 안될 백미 중에 백미다. 꿈 같은 시간을 사진에 담아 보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 침사추이의 휴식처, 구룡 공원 침사추이 중심부에 있는 넓은 공원. 도심지의 오아시스라고 해서 광활한 잔디밭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것이 영락없는 중국식 정원이다. 싱그러운 나무들과 연못, 미로, 시원한 폭포와 분수대, 새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호수가 쇼핑에 지친 관광객들의 피로를 테라피 마냥 다 풀어준다. 관광객도 많지만 구룡 공원 내의 스포츠 센터를 이용하는 지역민들도 많다.
• 구룡역 시계탑 스타 페리 선착장 앞에 있는 45m 높이의 시계탑. 원래는 런던으로 가는 대륙 횡단 철도가 출발하던 구룡역 자리로 기차역이 침사추이 동부로 옮겨가고 이 곳에는 시계탑만이 남아있다. 시계탑 앞에는 분수대가 있어 운치를 더하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약속 장소로 많이 애용된다. 조명이 밝게 켜져 밤에 보는 것이 더 예쁜 시계탑은 침사츄이 역에서 나단 로드 남쪽으로 걸어서 3분.
• 골목골목 정감 가는 야우마떼이 침사추이에서 나단 로드를 따라 북쪽으로 나오는 미로같이 좁은 골목의 야우마떼이는 걸으면 걸을수록 정감 가는 곳이다. 지역 주민들의 활력 넘치는 모습을 담은 시장에서 값이 싼 비취나 골동품, 액세서리들을 살 수 있다. 굳이 물건을 산다는 것 보다 분위기에 취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밤에 야우마떼이에 가게 되면 템플 스트리트에서 펼쳐지는 야시장에 꼭 들르자. 밤에만 서는 도깨비 시장이므로 낮에 가면 아무것도 없다. 조단 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가 세 번째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나온다. 야우마떼이에는 불교 용품과 한약재를 파는 상하이 스트리트를 비롯해 과일 시장, 그 외 식료품을 파는 레클러메이션 스트리트의 노점상 등 서민적인 시장이 많다. 전세계 비취 애호가들이 찾는다는 제이드 마켓도 야우마떼이의 명소. 가격에 따라 다양한 품질의 비취를 살 수 있다. 흥정은 기본!
• 인구 밀도 최고, 몽콕 알 수 없는 음식 냄새로 가득한 몽콕 거리. 야우마떼이 북쪽에 자리잡은 몽콕은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쇼핑 타운. 몽콕 역시 서민적이고 흥미로운 시장이 많다. 관광포인트는 우선 통초이 스트리트에 위치한 레이디스 마켓. 저렴한 가격에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의류나 가정 용품을 판매한다. 홍록 스트리트에 있는 새 공원도 인기가 많다. 원래 새 시장이었던 것을 옮겨오면서 청결하게 가꾸고 규모도 늘렸다. 관광 가서 새를 사올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새장을 구입할 수도 있고 그냥 구경 하면서 사진 찍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홍콩 특유의 관광 명소다. 그 외에도 꽃 시장, 금붕어 시장 등 특이한 시장이 많아 볼거리가 다양하다.
•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도교 사원, 웡타이신 본래 중국에 있던 것을 홍콩에 옮겨온 웡타이신 사원은 홍콩 인들의 생활 깊이 뿌리내려져 있는 도교 신앙을 엿볼 수 있다. 입장은 무료이며 도교 사원의 독특한 분위기와 중국식 정원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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